His perfect way to break up
The Perfect Way to Break Up 04


You
"..피곤해 죽겠다."

별안간 떨어진 야근불호령에 히익, 하고 겁을 잔뜩 먹은 채 컴퓨터를 잡은지 어느덧 4시간째로, 퇴근시간 7시를 훌쩍 넘긴 11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You
"짜증은 나는데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고.."



강 슬기
'내가 도와줄게요!'

You
'아, 괜찮아요. 먼저 퇴근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야근을 도와주겠다는 슬기씨를 겨우겨우 보냈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You
"이씨.."

그래, 대한민국 회사원이 한낱 대리에서 부장가기가 몇 년인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강의건이 꽤나 있는 집 자식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젊은 나이에 부장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You
"어쩌겠어. 금수저님 받드는 게 라인 타는 일이지."

전여친이라고 유치한 짓이나 하겠나.

..하네, 유치한 짓.


강 의건
"김대리님은 보고서 쓰기를 못하시네요."

허, 참. 보고서 쓰기 잘한다고 내가 입사 2년만에 승진을 했는데 기가 차기도 했고,



강 의건
"믹스커피 먹으려고 회사 다니십니까."

슬기씨랑 같이 있는데 겨우 세 잔 마셨다고 고나리질이다.


강 슬기
"근데 전에도 커피 자주 마시지 말라고 하셨지 않아요?"

원래 커피가 몸에 안 좋다며 자제를 이르긴 했지만서도 저만큼은 아니었는데. 그리고 내가 몇 잔을 마셨는지 어떻게 알아.

You
"..야근도 자기 때문이면서."

야근만 아니었다면 나도 커피를 한 시간에 하나씩 이렇게 먹지는 않는다고!

카페커피는 비싸니까 주로 탕비실에 비치된 커피를 마시는데, 그 커피가 믹스커피인 것은 내 의지가 아니지 않는가.

사내카페도 사치라고. 생활비도 빠듯한데 무슨 소리인지.

카페인중독 판정을 받고 후에도 천천히 줄여가고 있었던 터임에 딱 그 중간에 내 커피 조절 알람을 해주던 강의건이 빠졌다.


강 의건
'아, 커피 더 마시면 나 화낸다!'



강 의건
'아니이.. 중독이 괜히 중독이 아니라니까..'


강 의건
'바보야, 믹스가 더 몸에 안 좋다고!'

You
"..뭐래. 궁상은."

추억도 예뻐야 의미가 있는거지. 안 그런가, 나만 그런가. 떠올렸을 때 아련하고 잔상만 남는 그 따위게 과연 추억일까.

그냥 기억이지.

You
"믹스커피를 마시던 술을 마시던."

남이사. 일부러 크게 울리도록 말했다.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You
"보고서 새로 작성했습니다. 승인, 해주세요."

노란색 파일에 끼워진 종이 뭉텅이를 보더니 강의건이 제 서랍의 도장을 꺼내어 쾅, 찍어버린다.

You
"..안 읽어보십니까?"


강 의건
"그렇게 자부심 가득한 김대리님 걸 제가 뭐라고 판단하겠습니까. 그냥 가보세요."

울적한 얼굴로 손을 젓는 강의건을 앞에 두고 헛웃음을 뱉었다.

애초에 읽지도 않을 거면 왜 다시 써오란 건데. 이해 안되게 진짜.

투덜거리며 부장실이라 적힌 사무실을 나와서는, 작게 앞에 있던 종이 박스를 차 넘어뜨렸다.

이딴 건 신경도 안 쓰려나.

내 머릿속의 너는 온데간데 없었다.

You
"짝사랑은 매번 힘들다는데에-,"

이렇게 힘든 것만 계속되면 어떻게 계속하지, 이짓을.


강 의건
ㅡ술 많이 마시지 마세요.


강 의건
ㅡ출근 시간 지키라는 겁니다.

문자창에 떠오른 두 문장을 구슬프게 보았다.

이거 때문이구나.

You
"희망고문."

그래서 그 힘든 걸 계속하는 구나.

바보같이 돌아오지 않는데도,

그림자만 붙잡고 낑낑거리고 있구나.

야근을 마친 다음날 밤에 문득 어슴어슴하게 피어오른 사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