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essive man
녤뭉ㅇ슈가해
104.4K 1,487
Hwang Minhyun
Snow White and the Huntsman


있지, 백설공주 이야기에서 공주는 결국 왕자님과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잖아.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이야기에서 백설공주는 왕자님에게서만 사랑받았을까?

동화를 읽는 많은 이들이 막상 기억하는 건 왕자와 공주밖에 없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글쎄, 이건 그냥 내가 아는 이야긴데 말이야. 어쩌면 정말 백설공주를 사랑했던 사람은 왕자님만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투둑. 투두둑.

빗방울들이 조심스레 떨어지다 그만 땅에 닿아 형체가 으스러지고 만다. 비릿한 비 냄새가 코 끝을 찔러온다.

You
"하, 이런날엔 또 비가 오는 구나."

어쩜 이렇게 드라마같은 타이밍일지. 검은색 저고리가 채 다 매어지지도 않아 어설프게 끼어얹혀진 모양새가 썩 단정하지만은 않다.

You
"ᆢ그 싫던 사람도 죽었다고, 비가 와주는 구나."

나 대신 울어주는 건가, 이건.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영정사진에도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잔인한가, 이거. 딸이 죽은 아빠를 보며 말하기엔 좀 그럴수도 있겠다.

You
"어떻게 사람이 죽었는데, 손님이 한심한 딸 밖에 없대요, ..아빠는."


흔하디 흔한 화환 하나 없는 장례식장의 모습이 볼만했다. 마지막마저 웃지 않던 아빠에게 남은 것은 그렇게도 꺼려하던 '한심한' 딸 밖에 없었으니. 그래, 한심하다는 말도 늘 입에 달고 살았지.

내 시선이 손목에 꽂혔다. 얇게 그어진 상처가 비친다.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만, 그래도 흔적이랍시고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모습은 꽤 봐줄만 하다.

흉터들이 아니고서야 이런 나에게 붙으려는 것은 몇 없을 테니.


혀를 끌끌 찼다. 끝내 눈길이 닿은 곳에선 추적하게 내리는 비가 고여 웅덩이를 몇개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저 멀리 흙탕물에서 장난치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공주 옷에 우산 하나 꼭 잡고, 찰박찰박. 참 재밌게도 노는구나. 혼자 노는데 저렇게도 좋을까. 왕자님도 없이.

저 나이대엔 다 저럴까. 동화같은 꿈꾸고 공주같이 꾸미고. 난 안그랬던 것 같은데. 백설공주 옷을 한껏 차려입고 배시시 웃는 여자아이가 눈에 계속 밟혔다.

어, 눈 마주쳤다. 손도 흔들어주고, 진짜 백설공주가 따로 없어 아주.

백설공주.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마녀가 준 독사과 먹고, 운 좋게 왕자님 만나 결혼까지 한 착하고 순수한 애. 아니지, 바보같은 앨까.


세상에 처음보는 할머니가 숲속까지 들어와서 주는 음식을 덥석덥석 집어먹어, 어떻게. 동화 내용을 곱씹으며 웅얼거리고 있자 작은 백설공주가 나를 보며 예쁘게 웃었다.

이제 엄마 손 잡고 가네, 백설공주님이. 얼마 후엔 왕자님도 만나려나. 영원한 공주들의 사랑이니까, 왕자님은.

폭, 아래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아무생각 없이 그랬을 뿐인데, 긴 검은색 치마에 가려져 비에 살짝 젖은 신발코가 유난히 어둡게 반짝이는 게 눈에 띄었다.

이 신발도 참 오래 신었네. 다 헤져선 이제 버릴 때가 되가는 건가. 3년 전인가 샀었지, 아마? 예쁜 공주구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신발이지. 시장가서 싸고 싼거 골라 사서 밑창이 다 떨어질 만큼 신었으니.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고, 겨우겨우 생활비 조금 벌어 끼니만 때워가며 살아왔는데. 3년전부터의 기억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진짜 힘들게 살았는데 아직도 내 꼬라지가 이렇구나.

와, 난 정말 공주는 못 되겠다, 생각을 하며 킥킥거리고 웃었다. 이렇게 잔인한 세상에서 살아온 공주님이 어딨어.


애초에 그런 착하고 순수하신 어른이 있을까, 과거 회상도 질려 다시 고개를 천천히 들어 비를 보려하다 누군가 내 앞에 섰음을 느꼈다. 그림자에 가려진 내 시야가 자연스레 위를 보게 되었다.

어라, 찾았다. 피부가 새하얀, 백설공주-

그게 내가 그, 황민현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