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utor next door who is younger than me

#27_Bad Fate

삑 소리가 끝남과 함께 비닐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 봉투 드릴까요?"

한이연 image

한이연

"네."

카드를 내밀던 이연에게 그가 말을 걸었다.

"저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요?"

얼굴을 똑바로 안 보던 이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얼굴을 살폈다.

"저,"

김동현 image

김동현

"아파트에서 문에 부딪친."

한이연 image

한이연

"아, 그렇네요."

이연은 이제야 알아봤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봉지를 들고 편의점을 나섰다.

김동현 image

김동현

"다음에 또 와요."

동현은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를 떠나보냈다.

그 뒤로는 인연을 묶어놨다고 할 정도였다.

카페에서, 마트에서, 하다못해 길가에서.

김동현 image

김동현

"저희 또 만나네요?"

한이연 image

한이연

"아, 그러게요."

커피를 든 채 길가를 걸어가던 그녀는 동현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내적 친밀도가 쌓인지라 이연은 전보다 더 친근하게 그를 대했다.

이다음 동현이 할 말은 지나가던 애빈의 발걸음을 포함해 분노라는 감정을 이끌었다.

김동현 image

김동현

"혹시 번호 주실 수 있으세요?"

한이연 image

한이연

"음, 그래요."

미칠 듯한 분노와 동시에 배신감이 느껴졌다.

서애빈

"...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최악의 인간과 전화번호를 나누는 지금, 사이를 깽판 치지 않는 것이 참을 수 있는 최대치였다.

애초에 끝내자 한 건 나야,라고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달려나가 둘의 뺨을 한대씩 갈기고 싶은 욕망을 실천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더 분노를 불러일으킨 건 번호를 달라 한 이가 동현이라는 것.

심란한 마음을 뒤로하고 둘을 지나쳐걸었다.

남이랑 만나는 건 질투 나고 나랑 사귀는 건 안되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뒤에서 "다음에 또 봐요, 연락할게요." 라고 말하는 동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는 방향이 같은지 발걸음 소리가 끊기지 않고 들려왔다.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다.

뒤를 돌아보자 당연하게도 동현이 서있었다.

서애빈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아."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악독한 말이었다.

김동현 image

김동현

"봤어요?"

지금은 감시자가 없음을 파악한 애빈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서애빈

"봤어, 좋은 연애해."

김동현 image

김동현

"화났어요?"

서애빈

"모르겠어, 근데 기분이 좋지는 않아."

서애빈

"나 많이 이기적인가 봐."

김동현 image

김동현

"이기적이면 뭐 어때요."

동현은 오랜만에 애빈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김동현 image

김동현

"내가 누나 진짜 대차게 울릴 것 같아서 걱정이네.."

갑자기 저 말을 왜 하는 걸까.

애빈은 저 말을 듣는 순간 그가 전하고자 한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한이연과 사귈 거라는 걸 암시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자 울컥함이 새었다.

하지만 나중이 돼서야 그의 말처럼 오열을 하며 저 말의 뜻을 되새겼을 뿐이다.

방학 동안 시작한 카페 아르바이트.

공허함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런데 최악의 인연은 끈질긴 법인 건가.

일부러 사람이 적은 카페를 골랐는데 둘은 애빈의 눈앞에 떡하니 자리 잡아 있었다.

교대를 하고 나니 보이는 저 둘의 분위기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다행히 전 파트 알바생이 서빙까지 끝내고 간 덕에 직접적으로 마주칠 일은 없었다.

자신에게 웃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티없이 밝은 웃음은 심장을 후벼파기 충분했다.

카운터에선 대화 소리가 아주 잘 들린다는 특징이 빛을 내는 걸까.

둘의 대화 소리는 아주 귀에 잘 박혔다.

"점심 맛있으셨어요?"

"네, 되게 맛있더라고요. 이연 씨 맛집 잘 아시네."

차마 시선 처리를 어찌할지 정하지 못해 카운터 뒤로 숨어앉아버렸다.

숨죽여 눈물을 떨구게 하는 그의 말이 뒤이었다.

"이연 씨, 제가 첫눈에 반..."

듣기 무서운 말이 이어질까 봐 귀를 틀어막자 심장소리만이 또렷하게 들렸다.

너의 뒷말을 듣지는 못했기에 빌어본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말만은 아니기를.

지나친 악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