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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 Views Special) Kim Tae-hyung


비아의 주택가, 한 백작의 작은 별장, 그 중에서도 가장 예쁘게 꾸며진 방에서 김태형이 눈을 떴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방긋거리며 웃었고, 필가소리아 가문의 사람들은 전부 그 아이가 크면 행복한 아이가 될 것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태어날 때부터 새까만 머리에, 아름답게 빛이 나는 연청색 눈동자.

그게 그 아이의 기원이었다.



네 살, 그는 공기 중에 둥둥 떠 놀고 있다가 한 하인에게 발견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쓰기 좋은 환경에서 자라나라는 필가소리아 이 세의 명을 그대로 받잡았다.

그는 조용한 비아의 변두리에서 살면서, 강아지와 고양이들과 소통하고 즐거워했다.

그 중 태형이 가장 좋아했던 고양이는, 검은 털에 이상하리만치 레몬 빛이 감도는 눈 색을 가진 롱헤어 고양이었다.


태형은 그 고양이를 검정에서 따 온 「처니」라고 불렀다.

처니는 그 동그랗고 커다란 눈으로 태형을 바라보며 늘 가만히 앉아 있었다. 태형도 신비로운 삼백안으로 늘 처니를 바라보았다.

그가 처니를 꼭 안아줄 때면, 처니는 태형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잠이 들면 품 안에서 빠져나와 그의 머리맡에서 잠들곤 했다.

처니가 태형과 영원히 함께할 순 없었다. 태형이 처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처니는 나이가 많은 고양이였으니.

태형은 처니를 최대한 도우려 애썼다. 그래서 더욱 능력이 향상되었다.

영특한 머리에 늘 귀족가들에게서 칭찬을 받고, 보듬어진 태형이지만 그는 처니만큼 자신을 잘 알아주는 생명이 없다고 느꼈다.

다섯 살, 처니가 태형의 소울메이트가 되었을 때. 태형의 어머니는 유리 섬으로 장장 일 년간의 탐방을 떠났다.

역사학자인 그녀가 여러 흔적들을 수색할 때, 태형은 옷을 입는 재미에 빠졌다.

귀엽고 예쁜 옷들이 널려 있는 곳에서 그는 괜히 더 기뻐했다. 물론 그가 입을 용도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어울릴 만한 용도로.

매일 처니를 꼭 안으며, 늘 좋은 음식만 주려 애쓰면서, 예쁜 옷들도 사다니. 그는 행복한 아이가 틀림없었다.

태형은 처니의 숨소리를 가만히 양 뺨에 맞으며 앉아 있는 것을 좋아했다.

쌕쌕거리는 숨이 꺼져갈 때까지는.

일곱 살, 처니가 열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와 동시에 태형에게는 한 소녀가 찾아왔다. 그 소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그 집이 불타버린 순간 얼굴의 반에 화상을 입어버린 아이였다.

기둥과 같았던 처니의 사라짐, 그로 인한 극심한 우울감이 태형을 뒤덮을 때.

그 소녀, 오시리어가 소년에게 찾아왔다.

오실의 오른팔과 얼굴 오른쪽 반 부분의 살은, 치료되었지만 조금씩 뒤틀려있었다. 태형보다 네 살이 많은 나이, 그럼에도 그 아이는 너무나 성숙했다.

오실은 텅 비어버린 태형의 반쪽 마음에 조각을 끼워넣지는 않았지만, 채워진 것처럼 보이도록 예쁘게 색을 입혀주었다.

오시리어 바티안, 그 아이는 태형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선생님과 책에서는 알 수 없는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하루는 오실이 태형에게 그렇게 말했다.


오시리어 바티안
태형, 우울이라는 것은 막연해요. 아주 막연하죠. 나의 매우 가까운 사람이 죽었어도 슬프지 않다면, 두 개의 예시를 가져봐야 해요.


오시리어 바티안
서로의 인연이 생각보단 깊지 않아 정말로 슬프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라면 그 죽음 때문에 마음이 텅 비어버린 거에요.

태형이 침대에 가만히 앉아서 고개를 끄덕이면, 오실은 작은 밀크티 잔에 예쁜 설탕을 두 숟갈 퍼넣었다.

오시리아는 단 음식을 싫어했다. 초콜릿이나 설탕은 더욱 그랬다. 밀크티 잔에 설탕을 넣는다는 건, 그 잔은 태형을 위한 잔이라는 뜻이었다.


오시리어 바티안
사람은 인연에 물들고, 사랑에 물들어요. 태형.


오시리어 바티안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의 오십 퍼센트가 나이고, 오십 퍼센트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확실하게 그렇다고 생각해도, 마음은 물과도 같아요.


오시리어 바티안
사랑이 없어져도, 자신의 마음의 반은 아직 남아 있을 것만 같죠? 그렇지 않아요.


오시리어 바티안
서서히 번지면서, 서서히 범람하면서 육십 퍼센트, 칠십 퍼센트를 그 사랑이 차지한다면. 사랑은 우리의 모든 것이 되어요.


오시리어 바티안
태형의 처니도, 비슷하잖아요?


어린 김태형
…응.


오시리어 바티안
태형은 텅 비었어요. 난 그걸 채워 줄 수 없어요, 알고 있다시피 말이에요.


오시리어 바티안
사랑한다는 건, 서로에게 서로밖에 남지 않아도 챙겨줄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나는 태형의 마음에 색을 입혀 줄 수 있어요.

오실은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이 부끄럽지 않다고 했다. 오실은 또, 이미 한 번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옅은 백금발 머리의 그 소녀는, 여러 인용구를 태형에게 알려주는 것을 좋아했다.

태형의 부모는 오실과 태형을 함께 자라게 하는 것이 태형의 정신에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태형은 오실이 자신의 방에 들어와 수업을 해 줄 때마다 늘 그저 고요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많은 질문이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홉, 태형은 갑자기 오시리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태형은 오실에게 할 질문을 새하얗게 꾸며진 수첩에 몇 가지 적어두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똑똑, 문이 두들겨지는 소리가 들리고. 태형은 자신을 기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오실은 그 날, 왜인지 일그러진 쪽 눈에 붕대를 두르고 있었다.


어린 김태형
다쳤어?


오시리어 바티안
아니에요, 태형. 내 신체는 바뀌지 않았어요. 이렇게 가려둔 건 옷을 입은 것과 비슷한걸요.


어린 김태형
…왜 가렸어?


오시리어 바티안
태형, 오늘 나에게 할 질문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의 대화에 시간을 쓸 틈이 없지 않을까 해요.

열세 살이 된 오시리어는 전보다 더 쓴 음식을 좋아했다. 캐모마일 차를 따르는 손이 고상하다. 태형이 수첩을 한 번 들여다보더니 말한다.


어린 김태형
응. 바탼의 이야기를 해 줘.


오시리어 바티안
바티안이에요. 음… 어디서부터 알려주면 좋을까요?


어린 김태형
옛날?


오시리어 바티안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사 말이죠. 음, 네. 좋아요. 태형이 원한다면 어쩔 수 없네요.

오실은 천천히 붕대를 풀어, 태형과 눈을 마주치며 눈을 깜박였다.


소름끼칠 만큼 회색으로 가득 찬 동공. 태형은 조금 몸을 떨었다.


오시리어 바티안
태형, 내 눈이 무섭나요?

그는 좀처럼 입술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도리저었다.


오시리어 바티안
나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언니 한 명이 있었어요. 믿겨지나요, 태형?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전에는 모든 게 갖춰져있었어요.


오시리어 바티안
언니는 나보다 일곱 살이 더 많았어요. 잘 살아있다면 아마 지금쯤 스물이 되었겠네요. 하지만 아닌 거 같더군요. 황녀는 이여주라는 아이랬어요.

황녀와 그녀의 언니와 무슨 관계일까, 태형이 내심 고개를 갸웃했다. 오실은 아랑곳 않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오시리어 바티안
내가 네 살이 되었을 때, 집에 불이 났었어요. 언니의 덜렁거리는 성격 탓이었지만, 언니가 잘못했다고 볼 순 없어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오시리어 바티안
물건을 잘 떨구는 체질의 사람이었으니까요, 언니는.

태형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실이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오시리어 바티안
그런데 네 살의 나는, 그 끔찍하게 일렁이는 불길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 했어요.


오시리어 바티안
차라리 살인마에게 하듯 무릎을 꿇고 조아리며 한 번만 살려달라고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허나 불은 인간이 아니니까요. 원하는 대로 다 집어삼켜버리지요.


오시리어 바티안
물론 그런 인간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에요, 태형. 인간은 늘 조심해야 하면서도, 늘 지켜줘야 하는 존재이지요.

오실이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오시리어 바티안
그 때 내 몸은 불길에 사로잡혔어요. 아무리 정성을 들여 치료를 해도, 내 몸의 반은 다 그을려버린 상태였지요.


오시리어 바티안
나의 작고 여린 아버지는 연기를 마셔서 중독으로 돌아가신 걸로 알고 있어요. 가스 중독이라고 하죠.


오시리어 바티안
우리가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순 없으니까요, 태형. 난 그만 그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어요.


오시리어 바티안
언니와 엄마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 때의 황제가 어머니를 황후로 들였거든요. 너무 사랑에 푹 빠졌는지, 딸도 신경쓰지 않았더래요.


오시리어 바티안
우리 언니… 너무 착한 사람이에요. 그런 곳에서 혹독하게 살아남기 힘든 사람인데. 뭐, 제 신세에 그런 거 걱정할 호사는 아니지만요.

오시리어가 잠깐 말을 멈추고 태형을 바라보았다.


오시리어 바티안
이 눈, 실명했대요. 내 예쁜 회갈색 눈은 이제 사라진 거에요, 태형.


어린 김태형
…실명?


오시리어 바티안
주인님이 이사를 가신다고 하더라고요. 태형은 루이아로 간다면서요? 이제는 루이아에서 즐겁게 살아야 할 때에요.


오시리어 바티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잊어야 할 때가 왔네요.

함께한 이 년, 그동안 오시리어 바티안은 태형에게 어떤 존재가 되었는가.

오시리어는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듯이. 태형은 오실의 손을 맞잡았다.

오실은 가만히 있다가, 다른 한 손으로 꼭 태형의 손을 놓치기 싫다는 듯 양 손을 써서 쥐었다.


오시리어 바티안
당신이 좋다는 뜻이에요. 이걸 기억해요, 태형.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도록 해요.


오시리어 바티안
사람은 사랑을 잃고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태형은 그 후로 오 년간 학교에서 잘 지냈다. 그러다가, 차마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능력에 대해 고통을 받았다.

태형의 아버지는 태형에게, 잠깐 동안 유리 섬에서 휴식할 것을 권했다.

열넷이 된 태형은, 잠시 동안 유리 섬에서 지내다가 루이아로 다시 돌아갔다가, 이사 준비를 끝낸 후 글로스로 가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장장 일 년에 걸친 계획이었다.

그리고 유리 섬에서, 너무나도 강한 한 아이와 마주했다. 분홍색 머리의 그 아이.


어린 김태형
…마법에 미친 거야?


어린 전정국
아니. 난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


어린 김태형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어린 전정국
글쎄.

정국은 그저 머리를 까닥거릴 뿐이었다. 태형이고 정국이고, 자신과 비슷한 나잇대 소년의 마음은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어린 전정국
친구는 챙겨 주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열여섯. 언제 떠났냐는 듯이 다시 루이아로 돌아갔다가, 다시 글로스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글로스에서 너무나도 불쌍하게 위태로운 한 아이를 만나, 그를 도와주려고 했다.


민윤기
꺼져. 필요 없으니까.


김태형
…뭐 어때.

그저 고개를 으쓱하고 다시 꺼져주었더니, 그 아이는 어느새 학교에서 사라져있었다. 뭐 어때.

그렇게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며 열여덟.

그가 오실에게 쓴, 하지만 보내지 못 한 편지가 딱 백 통을 채웠을 때. 그 편지가 왔다.


김태형
유토피아.

사람은 사랑을 잃고 살아갈 수 없고, 태형 역시 사람이었다.

한 번도 바티안을 연인으로써 사랑한 적은 없었다. 평생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바티안보다 나은 사람은 못 찾았으니.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미 자신의 곁에서 사랑받고 있었다.


김태형
…평생 사랑만 받던 내가 사랑을 한다니.


김태형
너무 어이없다.

어떻게든 부정해보려 해도, 사실이었다. 마음을 족쇄에 비유했을 때, 족쇄를 끊는 데에는 그만큼 잘 드는 가위가 필요했지만, 태형에게는 녹 슨 가위 하나도 없었으니까.


김태형
사랑해.

태형은 이불 속에서 고백을 연습했다.

…그 날, 나는 그녀에게 고백할 것이다.

한예화에게.

아까 특별편 올려놓고 또 바로 내어왔죠? 네, 사실 내일은 연재를 못 한답니다… 사정이 생겨서요…ㅠㅠ 그래도 일요일에 꼭! 엄청난 분량으로 돌아올게요.

그 때까지를 보충하기 위해 오늘 뼈를 갈아가며 두 화를 썼어요. 이거 보시면서 기다려주셨음 좋겠네요. ㅠㅠ

제가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인 태형이의 과거까지 완료되었어요! 과거사는 지민이를 가장 좋아하지만, 캐릭터성으로는 태형이가 제일 좋아요.

개인적으로 오시리어 바티안이라는 아이가 취향 저격이기도 하고요. 오시리어의 언니는 누구이고, 오시리어는 지금 뭐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요?

태형이에게 오시리어는 「짝사랑」이라기보다는 「신」이죠. 그녀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해요.

아무튼 내일은 못 보게 되었으니ㅠㅠ 이 편 보면서 기다려주세요! 늘 사랑해요, 애기 여러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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