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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eon View Special Edition) Lee Yeo-ju I

고상하고 귀엽게 꾸며진, 색감까지도 어여쁜 방에서 어린 아이가 눈을 떴다.

황비, 그러니까 황제의 둘째 아내가 낳은 여주라는 아이는 태생부터 깨끗하고 맑게 자라야만 했다. 여주인공이라는 이름과 달리, 고작 황비라는 엄마의 정보에 가려져 손 뻗어도 잡을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녀가 여섯 살이 될 때까지, 든든한 버팀목 하나가 여주를 지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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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여주야, 언니가 끌어주지 않아도 승마 연습 잘 마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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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언니가 계속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말에서 떨어질 거 같으면 언니가 바로 달려가서 잡아줄게. 알았지?

황제의 공식적인 부인, 황후의 딸, 이연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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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응, 언니! 여주 잘 할 수 있어!

여주는 연서의 노력들 덕에, 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황궁의 사람들이 뒷소문을 퍼트리지 않게 되었다.

둘째 황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임에도 본 황녀인 연서 덕분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다 받고 자랐다.

여주의 네 살 생일 때, 그녀를 잘 챙겨 주던 하녀 레일리가 갑자기 숨을 거두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살해한 모양새라기보다는 자신의 실수가 크게 번져 사망까지 이르게 된 것처럼 보였다. 레일리와 여주는, 연서와 여주처럼 몹시 가까운 사이였고.

그로 인한 여주의 상처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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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엄마, 레일리가 정말 죽었어요? 정말, 저는… 더 이상 레일리를 못 보는 거에요?

여주의 엄마, 황비는 울먹이며 치맛단을 잡는 여주를 매몰차게 바닥에 집어던지고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들을 여주에게 쏟아부었다.

- 이 썩을 년! 너 때문에 레일리가 죽은 거라잖아, 너 때문에! 니가 쳐먹을 밥을 만들다가, 쓰러져서 죽은 거라잖아. 약, 그 독약은 원래 너한테 갔어야 하는 거라잖아. 둘째 황녀 그런 거 싹 죽여버렸어야 하는 건데! 니가 죽어버렸어야 하는 거라고!

여주는 엄마를 이해했다. 황비는, 갖은 비교와 질타, 비하들 때문에 엄청난 우울감과 자괴감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여주는 밟히고, 걷어차여서 넝마 조각처럼 된 몸을 질질 끌고 쓰러져 울고 있는 엄마에게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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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엄마, 아니에요. 레일리도… 레일리도 지금 괜찮을 거에요. 제가 레일리한테 편지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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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울지 말아요, 엄마… 엄마아….

여주의 엄마는 다음 날부터, 먼 영지로 휴식을 떠난다고 하고 사라졌다.

여주는 엄마를 기다리며 하루마다 편지를 썼다. 늘 편지 끝은 어머니, 사랑해요. 와 같은 애정이 가득 담긴 말들로 끝났다.

레일리에게도 매일 편지를 썼다. 쓸 때마다 눈물을 매달고서, 레일리. 한 번만 다시 돌아와줘, 내가 같이 먹으려고 맛있는 사탕도 남겨 놨어. 같은 내용의 글들로 가득 채워진 분홍색 편지지가 쌓여 갔다.

한 달이 지났다. 소식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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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황녀님,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어디 아픈 거 아니겠죠. 황비님 어디 아픈 거 아니라 그러죠.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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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여주야. 다 괜찮을 거야, 울지 마. 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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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언니도, 언니도 능력이 있잖아요. 그 능력은 엄마를 도와줄 수 없는 능력이에요?

연서는 늘 여주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황녀라는 직책이 있고, 열여섯이라는 나이가 있어도 여주가 아프다고 말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도와주었다.

여주의 깊은 진갈색을 띈 눈은 연서를 볼 때마다 곱게 휘어졌다.

두 달이 지난 어느, 안개가 자욱히 낀 날 황비는 다과방에서 샹들리에에 목을 매고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것의 최초 신고자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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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엄, 마?

이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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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아니야!

봄의 시작 중 어느 날, 종이를 찢는 듯이 커다란 소리가 여주의 목에서 튀어나왔다. 하인들과 하녀들은 이리저리로 수군거리며 여주를 쏘아보았다.

예쁘게 핀 꽃들과 무덤들 사이로 여주가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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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죽을 리가 없어요. 힘들다고 자기 싫다고 한 적은 있지만, 우리 엄마 겁 많아요. 이렇게 어두운 데에 혼자 두면 무서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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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우리 엄마 겁 많아서 밤에 혼자 자지도 못 한단 말이에요. 엄마, 엄마 꺼내줘요. 아님 나도 같이 들어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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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여주야, 여주야 진정해. 여주야….

여주는 눈물이 한가득 맺힌 눈으로 연서를 올려다본다.

여주가 다섯 살, 연서가 열일곱 살이 된 어느 봄날이었다.

여주의 엄마 역시도 깊은 무덤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같은 일주일에,

연서가 마인드 킹을 물려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황궁 곳곳을 떠돌았다. 여주가 황비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 앞에서 밤낮으로 우는 동안, 그 사실이 묘지까지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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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나, 건드리지 말아요.

여주의 눈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그 날부터였다.

여주는 그 날부터 정식 황녀의 수업에 매일 매일 참석해야만 한다는 명을 받았다. 황제의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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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싫어! 놔, 나 엄마 옆에 있어줘야 돼요. 엄마가 기다리고 있단 말예요. 엄마 나 없음 더 힘들어한다구요, 이거… 이거 놔요! 놓으라구요!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열한 시까지. 밥도 얼마 먹지 않은 상태로 계속되는 엄한 교육은 여주의 정신을 깨부숴놓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연서는 마인드 킹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모든 걸 내려놔야 했고, 황후는 그런 연서를 차갑게 내쳤다.

자신의 딸이, 필요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연서와 여주는 매일 밤 열두 시에 레일리와 황비의 무덤에서 만났다.

하늘에 은하수가 내리는 날에는, 여주는 연서의 따뜻한 위로에 기대어 펑펑 울었다.

여주는 눈이 초록색으로 한가득 물든 다섯 살 여름의 어느 날, 연서에게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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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언니. 나 저 별에서 레일리가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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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레일리는, 여주한테 뭐라고 말해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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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엄마가 괴롭힌다고, 우리 엄마가 괴롭힌다고.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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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여주네 엄마,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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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우리 엄마」는, 여주한테 뭐라고 해?

여주는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떨었다. 초록으로 빛나는 눈에 눈물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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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빨리 오라고 그래. 나보고, 빨리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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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레일리가 죽은 것도, 엄마가 죽은 것도 다 나 때문이라고. 나는 저주받은 애라고, 땅에 있으면 안 된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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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나는… 나는 황녀가 되어도 잘 하지 못할 거래. 언니, 언니도 그렇게 생각해?

여주가 연서를 올려다본다. 연서는 예쁘게 웃으며,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언니의 웃음에 여주 역시 흐린 미소를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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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여주야, 우리 일주일만 수업 쉬자. 내가, 여주가 너무 힘들어한다고 쉬자고 말해줄게. 우리 같이 별장에서 놀고 뒹굴고, 꽃도 보면서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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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언니가 증명해줄게, 여주는 저주받은 아이가 아니구. 레일리도, 우리 엄마…도. 어쩔 수 없이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걸 언니가 증명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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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여주가 저주받은 아이라고 해도, 여주가 그걸 싫어한다면 언니도 그거 할게. 그리고….

연서가 여주의 종이왕관을 고쳐 씌워주었다. 아직 정식 왕관을 받지 못 한 다섯 살 황녀에게, 연서가 접어 준 귀여운 선물이었다.

그 왕관 속에 연서의 여주를 향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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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세상에 우리 여주처럼 예쁘고 착한 사람 중에, 저주받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없잖아,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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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언니도 같이 별 되면 어떡해?

연서는 잠시 고민하는 듯이 가만히 있다가, 여주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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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이여주

…이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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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이 반지를 일주일 동안 여주가 가지고 있는 거야. 끝날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이 반지를 다시 언니에게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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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하지만 만약에, 아주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언니는 여주를 원망하지 않을 거야.

두 소녀 위로 별들이 반짝거렸다. 그 날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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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서

그 때는 언니를 기억하면서, 이 반지를 꼭 손에 끼고 다니면서…. 언니를 대신해서 멋진 황녀가 되어서, 모든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야. 알았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이틀 후가 되어, 별장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이천 뷰가 독자 여러분들꼐 너무 고마워서 특별편을 가져왔어요.

다들 여주 욕을 너무 하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여주 과거사가 한 번 풀어보고 싶기도 하고 해서요.

늘 재밌게 읽어 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인예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