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riter is watching
I'm chained up!



전정국
이여주는 예쁘고 착하지.


전정국
근데 더럽잖아. 난 더러운 건 싫어해.


한예화
더럽, 더럽다고…?

너무 당황스러워서 말까지 더듬었다. 아마 내 얼굴은 지금 토마스같을 것이다. 한예화, 안 그래도 눈 큰데 더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이라니.

그렇지만 이 표정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이 새끼들이…! 자꾸 어장에서 벗어나려고 하냐 왜…!

김태형은 쑥쑥 자라나서 차기 이여주의 애인이 될 사람이고, 전정국은 이여주만 지켜주는 보디가드가 될 사람인데… 왜 자꾸 한예화한테 막 손을 뻗어주고 그러는 거지?

나는 정신에 너무 혼란이 왔다. 그래, 이여주 정도 인성… 그러니까 겉으로 보이는 인성이면 그럴 수도 있, 을 리가 없지 시발! 여리고 약한 존나 예쁜 (쟤네 셋 시선 한정) 사람인데!


한예화
이여주잖아, 근데 더럽다고?


전정국
이여주니까 더러운 거지.


한예화
…이여준데?

전정국은 대답도 하기 귀찮은지 나를 그저 가만히 쳐다보았다.


전정국
이쁘고 착한데 더러운 이여주보다는, 깨끗한 못생긴 또라이가 낫지.


한예화
너 그 못생긴 또라이…!


전정국
왜, 하지 말까?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전정국
싫어.


한예화
뭐 이,


전정국
너도 나 별명으로 부르던가.


한예화
…안 죽이겠다고 약속하면?


전정국
…내가 널 왜 죽여?


한예화
심신에 해를 안 끼치겠다고 약속하면?


전정국
해는 또 왜 끼쳐?

내 몸이 눈꽃이 떨어져요 또 조금씩 멀어져요 하듯이 바스라지는 건 아닐까 싶어서….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인 거,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크게 외쳤다.


한예화
사아아아아아아기캐!

전정국은 나의 사자후에 눈을 숟가락만하게 떴다. 눈알 빠지겠다 야, 눈 한 번만 감아라 좀. 눈알이 도자기 인형이냐, 무서워 죽겠네.

솔직히 사기캐라는 게 틀린 말도 아니다. 여기에서 안 쓰는 말일 뿐이지.


전정국
……뭐?


한예화
내 몸을 흩날리게 안 할 거지?


전정국
흩날, 뭐?


전정국
…그니까, 사기캐가 뭔데?


한예화
여기선 안 쓰는 말이긴 한데, 엄청나게 세고 완전 마법이 그냥 흘러넘치는 데다가 멋지기까지 한 사람을 부르는 말이야.

그리고 물론 좀 나쁘게 부르는 말이지. 킬킬. 이렇게 설명하니까 존나 좋은 거 같지?

내 말에 전정국은 깊이 감명을 받은 표정이다. 끔뻑거리며 나를 가만 내려다보는데, 눈에 기쁨이 가득 차 있다.

새끼야, 입꼬리 올라가는 거 다 보인단다.


전정국
좋네.


한예화
너도 날 부를 수 있는 좋은 별명을 찾아.

전정국은 잠깐 고민하는 것처럼 끙끙거리나 싶더니, 잠깐 위를 올려다보고 나를 내 기숙사 방 안으로 텔레포트시켰다.

…정확히 말하자면, 던졌다. 나만 방 안에 떨어졌으니까.

나는 방 안을 둘러보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입고 있던 드레스를 거의 집어던진 후에 옷과 로션을 챙겨 화장실로 달려들어갔다.

뛰어들어간 데에는 물론 옷이 조금 더러워진 것도 이유가 있지만, 박지민이 들어오기 전에 어서 어딘가에라도 숨어야겠다는 생각이 주가 되었다.


한예화
…이건 뭐지?

생판 처음 보는 린스하며 샴푸도 많고, 비누들도 무지개 색으로 즐비한데다 거품 샤워기도 있었다.

이것저것 치덕치덕 바르다 보니, 한구석에 들이차 있는 입욕제 덩어리들도 눈에 들어왔다.

딱히 평소에 입욕제나 특이한 비누 등을 잔뜩 사다 모아서 쓰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렇게 써 보니까 대충 알 거 같았다.

아니 이거슨 천국이 아닌가! 헤븐! 행복하다 행복!

꼭 거품이 몸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 드는 게, 내 스트레스가 떨어져가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이게 물이라니, 미쳤어 미쳤어. 000 인생 너무 영광스럽다 진짜.

내가 행복하게 입욕제를 마구 문지르고 있을 때, 덜컥.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예화
미친, 박지민!

나는 최대한 온 몸을 물 속으로 밀어넣고, 숨도 작은 소리로 쉬면서 문 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문은 잠궜는데 뭔가 떨리는 그 느낌, 나는 잘못한 게 없지만 떨리는 그 느낌. 심장 조이는 거 같은 느낌. 응. 그 느낌.

나는 그 떨리는 심장 상태로 약 오 분 가량을 가만히 있었다.

뭔가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자러 들어간 건지 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예화
…나가도 괜찮겠지?

나는 얼른 몸을 닦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단순히 열을 맞춰 준비를 한 뒤 챙겨 들어온 파자마를 갖춰 입었다.


후하후하, 숨 쉬자 숨. 숨 셔야 한다 00, 아니 한예화. 난 괜찮다. 긴장 안 된다.

주섬주섬 파자마를 정리하고서 단단히 잠궈 놓은 문고리를 천천히 돌렸다.


그리고 눈 앞에.


한예화
흐읍…!

소리! 지르면! 안 된다! 000! 아니 한예화! 소리! 지르면! 안! 돼!

나는 문을 열자마자 눈 앞에 나타난 박지민 때문에 속으로 심장을 몇 십번 쾅쾅 두드렸다. 가능하다면 입을 테이프로라도 막고 싶은 수준이었다.


박지민
…왜 놀라?

너 씻고 나와서 존잘 얀데레 집착남 본 적 있니? 그게 지금 내 상황이란다. 왜 놀라긴! 왜 안 놀라!


한예화
…안 놀랐는데?


박지민
할 얘기가 있어.


한예화
나는 할 얘기 없어.


박지민
…너, 해리성 인격 장애야?

그니까 지금 이중인격 아니느냐고 묻고 있는 거지?

나는 잔뜩 순수한 박지민의 눈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중인격일 리가 있냐, 잠깐 몸 빌려 들어온 건데 무슨.

우선 그냥 구라라도 치자.


한예화
방학 내에 잠깐 생겼었어, 너무 힘들어서. 근데 지금은 완치된 걸로 알아. 왜?


박지민
…완치 아니야, 지금 너. 내가 아는 한예화랑 달라.

니가 아는 한예화가 아니니까 그렇지 이 답답아.


한예화
알아서 생각해. 나 오늘 피곤해, 자러 갈래.

나는 뒤에서 나를 부르는 박지민의 목소리를 개무시하고 빠르게 침대 위로 뛰어올라갔다.

사다리를 기어올라가면서 발목이 살짝 삐끗하는 바람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조각조각 땃따따 당하지 않은 것으로 다행이었다.

내일은 드디어 악녀의 인생을 올바르게 걸어갈 수 있는 날이다, 제발 박지민이랑 같이 못 다니길…!

나는 두 교시를 한예화의 지식적 능력과 000의 뛰어난 관종력으로 발표도 공부도 완벽하게 마치고서, 점심을 다 먹고 나자, 바로 삼 층의 좁은 계단으로 뛰어올라갔다.

이제 여기서 김태형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후…, 힘든 반 여주인공 생활이었다. 이제 여기서 끝을 내자!


김태형
…한예화?


한예화
아, 김태형! 이제 올라오냐!

나는 너무 기쁜 마음에 팔을 머리 위로 붕붕 흔들며 김태형을 맞았다. 얼굴은 환하게 웃으면서.

드디어 악녀 생활 시작할 수 있다! 드디어!


김태형
그게, 기분이 그렇게 좋아?


한예화
당연히 좋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니까!

어쨌든 한예화의 역할은 악녀니까, 쓰레기 같은 짓을 하는 게 해야 할 일인 거지. 암 암.


한예화
저기 위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이여주 데려올게!

나는 한가득 기뻐진 마음으로 계단 구석에 앉아있었다. 원래 이여주가 여기로 올라가다가 한예화를 마주치는 건 원작 내용이니까, 당연히 오겠지.

이 분쯤 지났을까, 자연스럽게 이여주가 천천히 계단을 올라왔고 난 의기양양하게 이여주 앞에 섰다.


한예화
야, 거기 너.


이여주
…으응?

이여주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난 직접 일진이 된 적은 없지만 학교에서 또라이 같은 년들을 많이 봤으니, 따라하는 거 하나야 또 나의 자신감이지! 이여주 제대로 빡칠 준비 해라!


한예화
너어, 전에 나한테 시비 걸고 구라 쳤지? 여어우년이~ 남들 보는 시선 신경쓰면서어~


이여주
예, 예화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엄청 후련하긴 한데 왜 하면 할수록 기분이 더러워지는 거 같냐.

여주인공한테 욕을 해서 그런가, 나한테 악영향을 주는 언행이야.


한예화
왜 또 모르는 척이야? 내가 왜 너처럼 꼬리 안 치고 다니는 지 아니?


한예화
너 같은 사이코 새끼 만날까 봐 그런 거야, 병신아. 너 자꾸 지랄하면 진짜 내가….

김태형을 부르려고 사인을 주려는데, 이여주가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나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한 발짝 앞으로 내딛어 위를 한 번 살펴보더니, 한 칸 내려가 아래도 둘러본다. 저기, 니 앞에 최강 짱짱한 악녀 한에화가 있거든? 좀 신경 써 줄래?

그러더니 나에게 울먹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작게 말한다. 그 목소리는 귀엽게 찌푸려진 표정과는 전혀 다를 만큼 차갑다.


이여주
이제 똑바로 행동하기로 했나 보지?


이여주
난 니가 전정국한테 꼬리 치는 걸로 진로를 틀었나 했잖아, 깜짝 놀랐네.

나는 황당해서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얘는 진짜 뭐지? 싶어, 한참 이여주를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손을 흔들어 사인을 주며 아까 멈춘 욕을 계속했다.

지금 김태형한테 이여주 쓰레기인 거 밝혀서 좋을 거 없으니까.


한예화
쓰레기 같은 년이, 막 굴러다니면서 지랄을.


김태형
뭐하는 건데!

오, 김태형 연기력 쩌는데.

김태형은 내가 시킨 대로 위층에서 빠르게 걸어내려오면서 마치 드라마 주인공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이여주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는 나에게 잔뜩 화난 표정을 지어보인다. 너 연기자 해라.



김태형
지금 이여주한테 뭐라고 지껄인 거냐니까!

잠깐, 생각해 보니 이여주랑 눈만 안 마주치면!

나는 마치 금방이라도 뺨을 맞은 것만 같이 몸을 잔뜩 움츠리고 고개를 팔 사이에 묻었다.

이여주 이 새끼, 김태형은 자연스럽게 너를 보호하겠지만 니가 한 짓을 똑같이 되갚아 주겠다. 어디 인소의 여리디 여린 악녀의 연기력을 똑똑히 봐라.


한예화
흐윽! 미, 미안해….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박지민이 나한테 이중인격이냐고 묻던데, 그런 걸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가만히 있으면서 김태형에게 빨리 내려가라는 신호를 줬다.

다행이게도 이여주는 당황해서 자연스럽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고개를 들어 아래층을 내려다보자, 김태형이 이여주를 위로해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귀엽게 브이 자를 그려보인다.

우습기도 하고 성공한 것에 대해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가만히 대화를 엿듣고 있는데, 이여주가 시무룩해져서 갑자기 나한테 사과를 한다는 명목으로 올라온단다.

이런 미친, 왜 올라와?

나는 다급하게 한 발짝 뒤로 간 뒤 벽에 머리를 올려두고 가만히 있었다.

눈을 꼭 감은 상태로 있자, 이여주가 나의 가까이 왔는지 발소리가 들린다.


김태형
야, 한예화.

그리고 그 때, 내 옆에 있던 벽이 일그러지는 게 느껴졌다. 공간의 일그러짐? 텔레포트?

눈을 살짝 뜨자, 놀란 김태형과 이여주, 그리고 익숙한 분홍 머리가 보였다.

맞다 시발, 신의 축복.


전정국
우리 귀여운 병신이 더러운 애한테 쳐맞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왔는데,


김태형
…뭐?


전정국
때마침 여기 한예화를 노리는 애도 한 마리 더 있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전정국을 바라봤다. 뭐, 병신?


전정국
그래, 병신.



전정국
병신같이 가만히 쳐맞고 있지 말고 나랑 같이 갈까, 이쁜아?

전정국이 나에게 손을 내민다.

살짝 고개를 돌려 김태형과 이여주를 바라봤는데, 이여주가 눈동자를 한가득 밝은 초록빛으로 빛낸다. 다음 순간, 전정국의 비웃음이 들렸다. 바로 곁에서.


전정국
더러운 애가 거는 마법 같은 거에 내가 당하겠어?


김태형
전정국.

김태형이 낮게 협박하는 목소리를 낸다. 나는 전정국에게 손을 뻗다 말고 김태형에게 고개를 돌렸다.



김태형
싫다는 애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말지? 걔, 내가 알아서 데려갈 테니까. 넌 보호 명목으로 왔다고만 해라.

김태형은 그렇게 말하고선 내 손을 잡았다.

덕에, 셋이서 함께 미러에 떨어지게 되었고, 떨어지는 순간에 김태형이 나를 안아들고 미러 바깥의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한예화
…김태형?


김태형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저 새끼한테 너 뺏길 수도 있을 거 같아서.


한예화
나를 왜 뺏겨?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무슨, 그니까 이게, 어, 둘이서 지금 한예화를 가지고, 둘이서…?

왜 한예화를?

의문 가득한 한예화의, 아니 내 붉은 눈을 바라보는 김태형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마치, 하늘을 한가득 담은 것처럼.

요즘 저를 홍보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계탔구나 생각하고 있어요…ㅠㅠ

게시판에 추천 글들을 올려 주시는 분들이나, 팬픽 추천 글들에 댓글로 제 작품을 적어주시는 분들, 또 가장 최근에 「작가는 관전중」을 다른 독자 분들께 추천해주신 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려요!

늘 제 작품을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구요, 제 다른 작품인 「나의 전생이, 일진의 아내?」도 읽어주러 오셔요!


현재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오픈채팅을 열었으니 와서 함께 얘기하고 가요!

「인예와 애기님들」 이라고 검색해주시면 들어올 수 있답니다.

좋은 하루, 좋은 방학, 좋은 오늘을 보내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