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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YOURSELF

나는 김남준을 따라가는 겸 층의 구조를 외워두려고 종이들을 꼭 안은 채 주변을 열심히 돌아보았다.

이야, 내 머리 회전하는 선풍기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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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뭘 그렇게 봐?

아, 깜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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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직 구조를 다 못 외워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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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웬일이야, 한 학기나 지났는데… 내가 설명해 줄게.

세상에 너란 엑스트… 아니, 너란 김남준…. 천사같은 김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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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고마워.

김남준은 올라가면서 층 구조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줬다.

이 건물은 지하 이 층에 (공중에 떠 있는 건물 주제에 지하라니 좀 이상하지만) 지상 오 층, 총 칠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그중 콩퓜은 사 층의 계단 층게참에서 간절히 빛이 필요하다는 마음을 가지면 문이 보인다고 했다.

우리가 있었던 양호실 같은 공간은 이 층이고,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해도 안정이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강당 (여기에서는 「첨버」라고 부르는 것 같지만) 은 일 층이고, 어마무시하게 넓다. 교장 선생님의 목소리를 키워 준다고 했다.

모든 수업 교실은 삼 층에 있고, 수업들은 포션, 연금술, 능력 강화, 말재간, 고대 문자, 수학, 제국 역사로 나뉜다.

솔직히 말재간은 뭐 하는 수업인지 잘… 말빨 기르는 수업인가?

사 층은 교무실과 교장실, 자료실, 비품 보관소 등 웬만해서 학생들이 들어가려 하지 않는 곳들로만 가득했다.

사 층의 층계참에 도착하자, 김남준이 앞으로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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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이제 눈을 감고 간절히 빛이 필요하다고 빌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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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알았어.

나는 눈을 감고 양 손을 기도하듯이 맞잡았다.

신님, 아니 신이 아닌가?

콩퓜님. 제가 지금 빛이 존나게 필요해요. 제 상태를 좀 봐야겠거든요.

화장실에도 있겠지만 많아서 나쁠 거 없잖아요. 하하.

성의는 개나 줘 버린 내 기도에도 내 앞에는 유리로 된 문이 생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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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잘 했어, 예화야. 들어가 보자.

김남준은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 뒤를 쫓았다.

방은 정말로… 정말로 거울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위에는 크리스마스마냥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달려 있고, 주위에는 거울 뿐이었다.

조금 메슥거렸지만 김남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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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여기가 콩퓜이야, 어서 와. 예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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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어… 그래, 내가 좀 어지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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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있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우선 이쪽으로 와 봐.

김남준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고 뒤따랐다.

거울의 면에는, 한예화가 비치지 않았다.

000, 내 자신이 보였다.

오, 오랜만! 하이! 라고 손이라도 흔들어주고 싶었지만, 이 곳에 온 지 이 주씩이나 지난 후에야 보는 내 자신에 목이 뜨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물을 애써 참기 위해서 김남준을 바라보았다.

하얀 빛이 보인다.

아무런 형체도 없는, 하얀 빛.

000이었을 때의 내 친구처럼 은은한 따뜻함을 내뿜어주는 하얀 빛.

어쩔 수 없이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어린애처럼 앙앙 울어대니, 김남준이 자신에게 끌어당기고는 토닥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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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네가 뭘 본 진 몰라도, 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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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너의 모습이잖아.

그렇게 나는 내 울음이 그칠 때까지 콩퓜 안에서 토닥임을 받고 있다가, 울음이 그치자마자 극심히 밀려오는 쪽팔림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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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 하하. 그래 미안! 그, 다음에 또 보자! 안녕!

난 그렇게 외치고 도망을 쳤다.

여자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는데, 김남준이 굳이 콩퓜으로 나를 데려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니, 이게 거울이냐? 시방 이게 거울이냥께!

거울이 거의 때 탄 유리 급이다. 아주 군데군데 묻은 곰팡이에, 깨진 자국에, 어우.

그렇다고 미러에 가서 내 상태를 볼 순 없기에 난 거울을 문질문질 닦아가며 한예화의 얼굴을 봤다.

눈은 당연히 부…었는데 왜 이렇게 이쁘냐, 미인은 다 예쁘냐! 빌어먹을 세상!

목에는 파랗게 멍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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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얼마나 졸랐으면, 세상에.

나는 한껏 부은 눈을 부비며 밖으로 걸어내려갔다.

일 층 복도에 도착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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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니가 뭔데 얘를 그렇게 질질 끌고 다녀? 그러는 거 아니야.

헐,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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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내가 얘로 뭘 하든 무슨 상관이야, 남자친구라도 되세요? 지랄, 어이가 없어서.

미친, 민윤기?! 지금 사랑싸움 씬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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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아, 아니야.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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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이여주 넌 가만히 있어. 내가 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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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야, 진짜 너 쟤랑 사귀어? 쟤 말 다 진짜야?

이야, 역시 우유부단한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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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태형아, 그, 그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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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닥쳐. 니가 뭔데 얘한테 묻자 말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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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내가 진짜라면 진짜인 거지. 뭘 그리 말이 많아?

팝콘. 팝콘…! 여기 팝콘 나오라 그래! 너 일 층으로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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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개새끼.

어어?!

김태형이 빡쳤는지 그대로 날아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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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윤기야….

와, 늘 착한 여주. 정말 친절하다. 깔깔.

쟤네 둘은 연애질을 할 것 같으니 나는 김태형을 따라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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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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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주

윤기 넌…, 왜 태형이한테 그런 거야….

올, 개 멋진 츤데레 남주. 아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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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흐, 으으…

뭐지? 설마 이거, 김태형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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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야,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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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으윽, 흡, 으흐.

김태형은 바닥에 주저앉아 귀를 막고 덜덜 떨고 있었다.

뭔가 있는 건가? 사랑하는 사람을 뺏기면 뭐 이런 병도 발병하고 그런….

시발 그럴 리가 없지.

난 김태형에게로 손을 뻗었다. 잡고 일어나라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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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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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으으, 흑.

아니 좀 손을 내밀었으면 잡고 일어나 봐!

김태형은 미동이 없었다. 니네 이 주 동안 얼마나 관계가 발전한 거니, 나는 몰랐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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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하, 이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난 나머지 한 손으로 찰진 스냅을 먹여 김태형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후, 남자애들 뒷통수 좀 치던 000. 이럴 때 써먹는구나!

김태형은 정신이 들었는지 나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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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일어나라고, 병신 같아.

얼굴은 안 병신 같지만 상태가 좀 그래….

한예화같은 대사를 던진 내가 멋지게 손을 뻗었다.

김태형은 내 손을 꼬옥 잡고 일어났다. 하하, 짜식! 그래,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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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

김태형은 일어나서는 내 손을 그의 양 손으로 꼬옥 잡고 놓치기 싫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어,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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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고마워.

아니, 이거 무슨 전개야! 난 악녀고 넌 남주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