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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벅 꿈벅. 눈을 깜박여 본다.

무지 밝은 빛이 떨어져내린다. 전등인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간 건가?


한예화
으웍!

앗, 아직 여기네.

엑스트라
약을 먹어야 할 거 같은데.


이여주
아아, 그렇구나. 제가 옆에 있어줄게요!


민윤기
나도.

헐, 여주 언니!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목 부근이 뻐근하게 아렸다.


한예화
아악.

난 내 목을 붙잡았다. 여주 언니가 손을 떼어낸다.


이여주
안 돼요! 멍이 들었어요, 만지면 안 돼요.

잠깐만, 이렇게 흘러가면 악녀가 악녀가 아니게 되는데?

이 주 동안 공부하며 알아낸 게 있다. 이 스토리가 원본대로 세 마리의 물고기들이 여주 언니에게만 달라붙지 않으면.

「현실의 사람」에게 극한의 고통이 찾아온다.

그래서 순간 내 목이 부러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순간, 여주 언니의 눈이 이상하리만치 초록빛으로 빛이 나고.

정신을 차리자 나는 여주 언니의 뺨을 때린 상태였다.


한예화
시발, 아니, 잠깐만. 아니. 저기요!

아니 언니 저 진짜 그런 거, 아니 저 때리려고 때린 게 아닌데요?!

그냥 눈을 감았다 뜨니 나는 여주 언니의 뺨을 힘차게 후려친 상태였다.

아니 오늘 봤는데 내가 니 뺨을 때릴 리가 없잖아요!

악녀의 무의식 뭐 그런 건가?! 아니 시발!

나는 여주 언니의 손을 잡았다. 여주 언니는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한예화
언니! 아니, 진짜 미안해요.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민윤기
도와줬더니 뺨을 때려?


민윤기
착한 앤 줄 알았더니… 야 이여주, 가자.


이여주
흐윽, 흐읍. 도와주고, 싶었던 건데….


한예화
아니, 잠깐만. 민윤기, 여주 언니! 저 진짜 아니!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그들은 문을 쾅, 닫아버렸다. 내가 뻗고 있던 손도 떨어졌다.

이런 미… 아니, 내가 여주 언니를 왜 때렸어! 내 손 아주 그냥! 혼을 그냥!

진짜 이상하네, 대체 왜 때린 거지?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주 언니와 눈을 마주본 후, 눈을 깜빡이자마자 손이 제멋대로 나갔.


한예화
역시 악녀의 본능인 건가!

내가 소리를 쳐도 옆의 엑스트라는 눈만 깜박이며 잠자코 있었다. 흐음,


한예화
야, 엑스트라.

엑스트라
응?

엑스트라라고 부르려니까 좀 미안한데? 그냥 이름을 붙여 주자.

키가 큰 편인 그 엑스트라가 내게로 고개를 돌려줬다.

한자, 괜찮은 한자 이름을 생각하자. 괜찮은 한자 이름. 어어어.


한예화
너는 쟤네가 나 들고 들어오는 거 봤지?

엑스트라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엑스트라
아니. 사실 민윤기가 먼저 들어왔는데, 그 다음에 이여주가 갑자기 달려왔어.

읭? 왜? 내가 뭐라고? 악녀라서?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좋은 한자 이름을 생각해냈다.


한예화
넌 내 눈에 띈 우수한 애니까 넘칠 남 자에 우수할 준 자로 김남준이라고 하자. 알았지?


김남준
…갑자기?

엑스트라의 법칙. 이름을 준 사람을 절대 거절하지 못 한다! 이게 내가 알아낸 진리지. 킬킬.

하긴, 내가 여길 만들었는데 사람 하나 못 만들겠어.


한예화
그래. 니 이름은 이제부터 김남준이야.


김남준
좋아, 뜻 모르는 다른 애들이랑 겹치는 이름보다야 훨 낫지 뭐.


한예화
그래. 혹시 아까 쟤네가 나눈 대화를 들었어?

유후, 여주 언니한테는 미안하지만 심문하는 기분인데?


김남준
들었지. 민윤기가 이여주라는 애한테 단단히 빠진 거 같더라. 심성이 고와 보여서인가.


김남준
아무튼 뭐 개학은 어땠네, 너에 대해서 또 어떠네 같은 간단한 얘기를 했어. 네 이름이 한예화라는 것도 들었고.


한예화
어엉, 그렇구나.

흐음, 뭔가 더 질문해야만 할 게 있나? 난 가만히 생각을 했다.

아, 내가 뺨을 때린 과정이 기억이 안 나니까 그걸 물어봐야겠다.


한예화
진짜 안 믿기겠지만 뺨을 때린 게 내가 아니거든.


김남준
그럴 수 있지.

얘가 엑스트라였던 애라서 그런가 너무 착한데?

소설 속에서는, 엑스트라에게 이름이 생기는 그 순간부터 그 아이는 엑스트라들과는 다른 캐릭터성을 가지게 된다.

자아가 생기고, 생각을 하고, 악역과 선역 중 한 곳에 붙을 수 있게 된다.


한예화
혹시 때리는 상황이 어땠는지 말해줄 수 있어?


김남준
네가 고맙다고 하면서 이여주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에, 어디 민윤기랑 같이 있냐고 외치면서 뺨을 때렸어. 물론 네가. 난 니가 이중인격이라도 되는 줄 알았지.


한예화
헐.

내 입이 떡 벌어졌다. 세상에 미친, 내가? 갑자기 내가?


김남준
괜찮아?


한예화
어어어어엉.

나는 입을 벌린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상태를 봐야 했기에, 거울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주변에는 거울이 없었다.


한예화
혹시 거울 있어?



김남준
그럴 리가. 하지만 거울로 된 방을 함께 찾아가 줄 수는 있어.

헐 보조개 카와이. 그나저나 설정에 거울로 된 방이 있었나?


김남준
물론 그 방이 네 「모습」만 비춰 주진 않을 거야.

아, 기억났다. 왜 내 설정인데 기억이 잘 안 나냐.

유토피아 안에는 아파트 화장실 크기만 한, 사방이 거울로 되어있는 방이 있다.

그 방은 「콩퓜」이라고 불리고, 그냥 보이는 모든 것만 비추어 주는 미러와는 달리 사람의 본모습을 보여 준다고 한다.

자신의 영혼이 상처입은 정도나 자신의 영혼의 상태를 볼 수 있다. 자신이 입이 찢어지게, 마치 무서운 영화의 귀신처럼 웃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럼 걔는 개쓰레기인 거지 뭐~


한예화
뭐, 함 보러 가 보자. 어딘지 알아?

잠깐만, 김남준이 이걸 알고 있다고? 방금 전까지 엑스트라였던 애가?

설정 상 콩퓜은 간절하게 찾고자 하는 사람 앞에만 아무것도 없는 문의 형태로 드러난다.

그것은 즉 미래에 큰 일을 하는 엑스트라이거나, 엑스트라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예화
흐으으으음….


김남준
왜 그래?


한예화
아니야. 데려가 줘서 고마워.

의심스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