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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of the Mirror


이런 미친, 뭐야! 미러에 물귀신이 있었어?!

아니 내 글은 십 대 여성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타지 로맨스지 판타지 호러물이 아니란 말이야!

나는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미러의 속은 공기처럼 아무 것도 안 느껴지지만, 물처럼 나를 느리게 만들고 들어올리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당연히 목소리가 나올 리 없었다.

이게 무슨 개미지옥이여?!

사람을 그냥 빨고 들어가버리잖어 시방!

나는 온 힘을 다해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내 왼발만은 꿋꿋이 미러의 밑바닥으로 끌고 내려가지고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놔! 한예화는 아직 나쁜 짓 한 번도 안 했어! 안 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마구 발버둥을 칠 때였다.


전정국
- 징그럽다.

소리가 들린다. 응…? 텔레파시? 텔레파시를 가졌던 애가 있던가? 잠깐, 전정국?!


전정국
- 너 삼인칭 쓰나 봐? 한예화는?

얘가 나를 묶어뒀었나 보다. 나는 그냥 조용히 끌려내려갔다.

바닥에 도착하자, 전정국이 나를 풀어주었다.

나는 부력 때문에 팔이 붕 뜬 채로 도착했다.


전정국
- 끈질겨. 너.

아니, 시발. 얘는 또 왜.


전정국
- 시발?

…속마음 좀 그만 봐 줄래?

따지고 보면 작중 최고의 욕쟁이는 전정국이다. 물론, 이여주 앞에서는 말을 좀 가려서 하는 편이지만.

역시 여주인공, 크.

반면에 다른 악녀들, 그러니까 메인 쓰레기 한예화를 포함한 자잘한 엑스트라 쓰레기들은 욕을 정말 잘 안 쓴다.

써봤자 이 썩을 년! 정도가 한계지.

왜냐면 우리 여주는 마음이 존나게 여리거든요.

전정국이 욕을 하는 건 받아들여도 악녀들이 욕을 하면 눈물을 흘려버려요.

그래서, 뭐가 끈질기다는 거야 이 새끼는.


전정국
- 이걸 아직도 물처럼 받아들이고 있잖아.

……?


전정국
- 공기라고 생각해.

나는 전정국의 말을 따라 미러가 공기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내 몸과 팔이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한예화
아악 시발!

말도 잘 나오네. 허허. 이게 불이라고 생각하면 불로 느껴지나? 허허.


전정국
시켜줘?


한예화
아니, 야. 이제 마음 좀 그만 읽어.

이 거슬리는 서브남주 2 따위가, 김태형한테 개기다가 여주에게 그만…! 그만하세욧! 하는 소리 들을 서브남주 2 따위가.


전정국
서브남주?


한예화
아 제발.


전정국
내 마음이야.


한예화
나 너 오늘 처음 봤거든? 그리고, 왜 끌어내린 거야?

전정국의 표정이 팍삭 찌그러진다. 오, 저 표정. 저 못 볼 걸 봤다는 표정.


전정국
어쩌라고?


전정국
미러 안에는 항상 내가 쉬고 있는데, 그걸 모르는 유티 학생이 어디 있어.

아, 일진이 놀고 있는 데는 끼어들지 마라~ 그 말이냐? 유티는 또 뭐야.


한예화
난 오늘 왔어.


전정국
그럼 지금부터 알면 되겠네. 유티는 유토피아 줄임말이야, 병신아.


한예화
뭐 병신?!

이익, 너랑 상종도 하기 싫다! 난 미러의 법칙을 방금 배웠지!

쓸 때는 싸가지가 매력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구나 전정국아!

나는 매우 행복하게 방긋방긋 웃으며 외쳤다. 빵끗빵끗. 곧 죽어도 웃을 것처럼 활짝.

생일을 맞은 어린애가 짓는 웃음마냥 화알짝.


한예화
하나를 알면, 열을 배우는 한예화가 나다!


한예화
개 싸가지! 잘 들어라! 여기는 존나 헬륨이다아아!

그렇게 입 밖으로 외치는 순간, 내 몸이 붕 떠서 길에 착지한다.

어휴, 하마터면 공중으로 떨어질 뻔했네.

나는 조용히 유토피아로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