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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don't know how much I want to beat you up!



김석진
예화야, 너 드라마를 알아?


한예화
…그러는 너는 어떻게 알아?

나는 김석진이 어떻게 드라마를 알고 있는지 궁금해했고, 민윤기와 전정국은 당황한 듯 코만 훌쩍거린다.

드라마라는 건, 이 세계에 없다. 그렇다는 건 김석진은.

대한민국을 안다. 지구를 알고 있다, 김석진은.

나는 암호를 던지듯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한예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김석진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민윤기
뭔 날이 좋다고?


김석진
쓰앵님….


한예화
예서는 전적으로 저한테 맡기셔야 합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이어질 때마다, 우리는 한 발자국씩 가까워지며 얼굴이 환해졌다.

슬쩍 본 민윤기와 전정국의 표정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허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김석진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만 해!


한예화
내 모든 걸 다 주는데 왜 날 모르니!


김석진
네가 내게 상처 준 만큼! 다시 돌려줄 거야!

난 기뻐서 김석진의 손을 맞잡았고, 김석진도 내 손을 맞잡는다.


전정국
씨발, 왜 저래.


한예화
나쁜 여자! 라고 하지! 마!


김석진
용서! 못 해!


한예화
와아아아아아악!



김석진
꺄아아아아아악!

한국! 한국 사람이다! 두유노 킴치! 두유노 강남스타일!

왜인지는 잘 몰라도 여자인 나보다 김석진의 비명이 더 곱고 아름답긴 했지만, 그건 둘째치자.

나는 극적으로 올라간 기분에 김석진의 손을 잡은 상태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다가, 김석진을 꼭 껴안았다.

너무 기쁜 마음에 그랬더니 김석진이 날 더 세게 끌어안는다.


김석진
와, 진짜. 와. 예화야 너 진짜! 여기서 한국 사람 만날 줄은 몰랐어!


한예화
미친, 미친, 미친. 김석진 너어. 너 왜 여기 들어온 거야?!


김석진
모르겠어! 공부 잘 하다가 물 마시니까 들어왔는데. 헐, 아 그래도 만나서 진짜 반갑다 와. 헐 진짜. 세상에.


전정국
…니네 가족상봉하냐?

전정국을 바라보자 팔짱을 끼고선 썩은 표정을 하고 있다.

이것들은 뭐 내가 뭐만 하면, 아니, 고향 사람을 한 달만에 만났다는데 그것도 안 시켜줘? 진짜 인성이 어후….


한예화
너, 너 거기서 몇 살이었어?!

사람이 놀라면 말이 잘 안 나온다는데, 지금 내 상태가 딱 그랬다. 말이 버벅거리면서 나오기 시작한다.


김석진
나 열여덟 살이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와, 진짜 와! 너는?

다행히 그건 김석진도 비슷한 상태인 거 같다.


한예화
나 열여섯살이었어. 미친, 선배! 아니 오빠! 왜 여기 있어!


민윤기
…오빠?

민윤기도 표정이 썩는 게 보인다. 아니, 아까랑 비슷한 표정일지도. 아까도 어느 정도는 썩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

뭐 어때, 내가 존나 기쁘다는데! 니들이 날 말릴쏘냐!

내가 좋아서 마구 날뛰니 지나가던 엑스트라들이 술렁거린다. 근데 쟤네, 맨날 술렁거리면서 소문은 안 내더라.


한예화
와, 진짜. 미친. 헐. 석진아 와, 너 정말 잘생겼다.

저런 낯짝이 한국에 있던 낯짝이라니. 난 경악을 금치 못 했다.


김석진
고마워, 너도 진짜 이뻐. 와.


한예화
아, 그….

내 몸이 아닌데, 이걸 여기서 말하면 한예화도 000도 좆 되는 거겠지?


한예화
고오마워, 그건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


김석진
응응!

아, 귀여워. 햄스터 얼굴. 해로운 얼굴.


전정국
야.

전정국이 나를 훅 들어올렸다. 그래, 오늘 기분도 좋아졌는데! 내가 특별히 기분 좋게 그냥 넘어가준다! 흐흐.

나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전정국에게 외쳤다.


한예화
출발하시지요, 전 기사님!


전정국
우리 이번 교시 레임 리플럽 따로 수업이라고, 병신아. 왜 쟤랑 노닥거려.


한예화
뭘 노닥거려, 무슨 말을 했다고.

전정국이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왜 지랄이냐 사기캐! 오랜만에 기분 좀 좋으려는데!

다행히, 전정국은 날 들고 잘 역사 교실까지 가 주었다.

이거 아주 기분이 짜릿한데? 다른 모든 애들을 내려다보는 그 기분이란, 크으으.

시간이 참 파리 같이 날아가지? 그래. 지금은 점심 시간이다.

난 솔직히 오늘 역사 점수를 굉장히 잘 땄다. A라니, 엄청난 점수 아니야?

그러니까 나 자신을 위해 배부르게 먹고, 기숙사에서 한 시간 평화로이 쉴 수도 물론 있는 거였다.

하지만 아니죠, 네! 아니죠!

오늘은 무지무지 중대한, 악녀로 낙인 찍히기 마지막 미션일이었다. 민윤기에게라도 악녀로 낙인을 찍히면, 자연스럽게 김태형도 전정국도 돌아서게 되는 거였다.

왜냐하면 난 악녀니까.

난 돌아갈 방법을 찾지 못 했다. 돌아가면? 과연 나의 삶에는 뭐가 바뀌어있을까?

한국으로 돌아가지도 못 하고, 나쁜 여자로 살아가야만 하는 곳. 누가 어떻게 해도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돌아가면 한예화의 언니, 그러니까 친언니는 아니지만, 벨라가 뭐라고 할까. 그렇게까지 유토피아에 보내고 싶어했는데.

아, 착한 언니. 그렇게까지 착한 언니를 실망시켜주고 싶진 않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등에 눈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 이제 한예화랑 동화되고 있나 보다. 박지민이 말하는 대상도 나라고 느끼고 말이야, 참.


한예화
맞아, 나가야지.

쉴새없이 준비를 하고, 김태형이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한예화
김태형!

내 모습에, 김태형은 조금 놀란 거 같이 눈을 뜬다.

뭐지, 나 머리 흐트러졌나? 아님 뭐, 블러셔를 속눈썹에 발랐다든가, 물론 블러셔가 없지만. 아니면 주머니에 든 초코파이가 아프다던가.

아님 옷깃이 유리마냥 깨졌을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생각하던 중에, 김태형이 사뿐히 나에게 날아왔다. 깃털 하나에나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은 몸놀림이다.

곧, 그의 손이 내 뺨으로 향한다. …뭐지? 벌써 뺨 때리나?!

내가 움츠러들어서 눈을 감으니, 손가락이 눈 밑을 한 번 훑고 지나가는 게 느껴진다.

뭘 닦는 건가? 설마 진짜 속눈썹에 블러셔 붙었어?


김태형
왜 울었어, 바보야.

아하.


한예화
…히익 미친, 운 거 같이 보여?!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놀라서 눈을 왕방울만하게 떴다. 김태형의 얼굴이 비 맞은 강아지 같다.

약간 박지민의 비 맞은 고양이와 대비되는 느낌의 비 느낌. 아니, 뭐래니. 아무튼 완전 정반대되는 느낌이다.


한예화
어어? 어어, 잠깐 저에게 설명할 시간을 님아.


김태형
…그래, 왜?


한예화
으음, 이 일이 끝나면 유토피아에서 나가야 하니까. 좀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어깨도 무겁고 이제 사회 생활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수험생의 말들을 베껴하며 자연스럽게 어깨를 으쓱하자, 김태형이 내 어깨에 손을 뻗어와서 그가 할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태형
…….

그런데 김태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바로 다음 순간, 누군가가 올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인간의 육감을 처음으로 몸소 체험했다.

저건 시발 민윤기랑 이여주다! 틀림없다! 그렇게 내 손과 발이 외치고 있어!

나는 재빨리 김태형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할 수 있는 한 들러붙었다.

진짜 이게 뭐하는 짓거리인지, 여우짓도 심장이 오지게 뛰는 행동이구나. 드라마 여우들은 대체 뭐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가.

이여주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김태형에게로 고개를 돌려, 크게 말했다.


한예화
자기야, 자꾸 나 밀어내지 말어. 응? 내가 많이 사랑한다니까.

와악 토 나와. 우욱, 악. 살려 줘.

내가 오글거림을 버티고 흙빛이 되어가는 낯으로 열심히 여우짓을 하고 있자, 타이밍 맞게 민윤기가 날 본다.

곧이어 이여주 역시 나를 봤는지, 나에게로 걸어오는 소리가 난다.

눈을 감아야만 한다! 눈을 감자! 눈을 감자, 그래 그거 맛있지! 한 번 다시 먹고 싶네! 눈을 감자아아!

내가 눈을 꼭 감은 상태로 계속 들러붙어있는데, 아무런 대화도 안 들렸다.

그 대신, 내 허리에 손이 하나 감긴다. 잠깐, 이거 김태형 손이잖아.

흐이이이이익 허미 시발 뭐 하는 거야!

김태형이 평소의 그 밀크셰이크같던 부드럽고 차가운 (이걸 표현하는 단어가 부드럽고 차가운밖에 없다) 태도를 바꾸고, 갑자기 엄청 섹시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김태형
여주야.


이여주
태형, 아?



김태형
아무래도 우리 자기가, 자꾸 나를 꼬시려고 하는데. 네 욕도 하고 말이야.


김태형
난 네 건데. 그치?

와 이 새끼 이게 연기면….

나는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허리를 끌어안은 팔이 너무 자연스러울 뿐더러, 목소리가 아주….

고막이, 고막과 각막이 동시에 힐링한다!


민윤기
…김태형, 뭐하는 짓이야?

의외로 입을 뗀 건 민윤기였다. 손을 조금 내리고 살짝 눈을 떠서 이여주를 보니,

정말 온 진심으로 화가 난 표정이다. 약간, 붉어지다 못해 보라색이 되어가는 얼굴이랄까. 만약 한예화가 했다면 사람 하나를 죽였을 듯한 눈빛과 함께.

나 저런 얼굴 어디서 봤는데, 그, 누구지, 뭐지, 뽀로로에서 패티 음식 먹으면 되던 그 면상인데.


김태형
왜, 이 여우년 너 가질래?

와 씨발 그 와중에 얘는 왜 이렇게 연기가 완벽하지? 목소리가 그냥, 아주 그냥. 와 세상에. 진짜. 힐링 갓. 와우. 그대의 목소리는 십 점 만 점에 십 점!

내가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손을 내리자, 김태형이 오른손으로 다시 내 팔을 목에 걸어버린다.

야, 나도 말 좀 하자!



민윤기
지금 무슨, 아니. 허….

민윤기도 어이가 없는지 하려는 말이 턱턱 막히는 거 같다. 어이가 없지? 그지? 나도 그래. 이 비 맞은 강아지가….

잠시 후, 민윤기가 능력을 쓰는 거 같은 소리가 났다. 아마 물풍선 같은 걸 던졌을 것이다.


이여주
꺄악!

그리고 그걸 김태형이 튕겨내서 이여주가 맞은 거 같다. 이 녀석, 비명까지도 여주인공스럽다니.

나는 바닥으로 밀쳐내졌다. 떨어져서 쿵! 하고 머리가 맞아 뇌졸중에 걸리지 않을까 싶어 머리를 감싸는데, 다행히 김태형이 공기로 나를 잘 들어올려준다.


김태형
얘랑 친하게 지내지 마. 자꾸 거슬리게 하니까.

김태형은 마지막까지 나를 차갑게 노려보면서, 민윤기와 이여주가 지나가게 냅뒀다. 이야, 김태형 그대는 천생 배우. 유티스비에스 남우주연상 각.


이여주
흐윽, 후으. 태형이가아, 끅.

저건 이여주가 우는 소린가? 여주야 괜찮아 울어도 돼. 어차피 넌 여주인공이거든.

흐느끼는 소리가 희미해져 갈 때쯤,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이런 미친, 원래대로 비 맞은 멍뭉이잖아?


김태형
나 잘 했어?


한예화
존나 잘 했어. 내가 인생 살면서 그렇게 연기 잘하는 고등학생 처음 본다 진짜.


김태형
고닥생?


한예화
아니, 학생. 열여덟살 학생. 처음 본다고.

내가 열심히 고개를 젓자 김태형이 내 손을 바라본다. 자세히 보니 귀 끝도 붉게 물들어 있다.


한예화
왜?



김태형
…그, 허리. 내가 처음 해 보는 거라서. …그러니까.

처음? 처어음? 난 니가 어디 클럽 행진하고 다닌 줄 알았다 얘, 어떻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허리를 잡니?

나는 참으로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얼굴에 확 드러내고서 김태형을 바라보았다.


김태형
…자연스러웠어?


한예화
자연스러운 정도야? 난 니가 어디 밤거리 돌아다니면서 여자들 사냥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


김태형
아, 진짜? 다행이네…. 근데 나 그러고 안 다녀.

당연히 그러고 안 다니겠지. 사냥하기도 전에 여자들한테 니가 사냥당할 텐데.

뭐, 다행이긴 하다. 확실히, 연기 완벽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근데 심장이 존나 뛴다는 게 문제지. 후하후하, 한예화. 숨 쉬자 숨. 들숨 날숨. 심호흡.

나는 아직도 「나 여기 있어!」라며 뛰고 있는 심장을 욱여눌렀다. 자꾸 나오려고 하지 마, 요 녀석아.


한예화
와, 너 진짜…. 연극 배우 해.


김태형
연극? 별로야, 안 좋아해.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니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자시고 니가 오디션 보러 가면 심사위원들이 다 같이 자빠질 거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어깨를 으쓱였다.


김태형
그럼, 이제 내 일은 다 끝난 거네.


한예화
엉. 이제 내가 막 살기만 하면 되는 거지. 일부러 이여주 눈에 띄고, 뺨 때리고. 그런 거 있잖아.


김태형
그래. 뭐, 상관없어. 네가 바란다면.


한예화
아참, 소원. 소원 뭐야?

나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김태형의 한 손을 잡고, 얼른 소원 들어주고 가야지 싶었다.

그런데 김태형은, 입을 떼다 말다 하더니 다시 입을 붙여버린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얼른 소원을 말하렴, 비 맞은 공기 강아지. 줄여서 비공강.


한예화
소원 없어? 뭐 해줄 지 얼른 말해 봐.


김태형
…내 소원은.

원래는 만 자 분량의 화였는데, 포토카드가 감당을 못 했는지 자꾸 화를 터트려버려서... (인내심) 잘라서 올리기로 했어요.

세 번이나 날아갔네요, 아휴 진짜.

아무튼 이번 편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구요, (곧 올라올) 다음 편에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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