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또 다시,

하나. 네가 전부였던 나의 세상

내 세상은, 너와 나. 우리 둘만이 전부였어.

너만으로 가득찬 세상이었는데.

너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난데.

그래서 호석아. 난 너를 놓을수가 없어.

다시- 내 세상의 전부가 되어줄 수 없을까?

다시. 또 다시. 나에게로. 내 곁에. 머물러 줄 수 없을까....?

《너에게로, 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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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어때?

수줍게 드레스를 입고 나온 여주를 보며 호석이 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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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이쁘다. 진짜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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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진짜 이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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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응. 너무 이쁜데, 어떻게 더 이상 표현할 수가 없어.

안고 싶은데 어떻게 하질 못하고 호석의 손이 허공에서 여주 주변만 아른 거리다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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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안으면 머리 망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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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지금 안고 싶어?

여주가 약올리듯 눈을 깜빡이며 묻자 호석이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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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엄청 안고 싶은데, 지금!

그런 호석의 목을 감싸 안으며 여주가 훅, 호석의 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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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그럼 안으면 되지!

가까운 거리에서 두 사람이 마주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오늘은, 우리 결혼식.

나랑 호석이는 고아원 출신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쭉. 기억이라는게 생겼을때는 이미 호석이가 옆에 있는게 당연해진 이후였다.

호석이는 내 친구였고. 오빠였고. 동생이었고. 아빠였고. 내 모든것이었다.

결혼식에는 부모님도 없고. 친척도 없고. 그냥 우리의 친구 몇명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설레는 건 어쩔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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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평생을 같이 보냈다면서, 그렇게 붙어있고 싶냐?

호석의 친구 남준이 둘둘 말린 종이를 들고와서 호석의 어깨를 통통 치며 뭐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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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그럼 결혼식인데 떨어져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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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준비 다 됐으면 빨랑빨랑 진행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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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우리 여주, 나랑 결혼할 준비돼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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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준비 돼~쓰!

오케이 표시를 해보이며 웃을때, 호석의 입술이 빠르게 여주의 입술 위로 닿았다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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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예행연습 그만 좀 하시구요-

헛기침을 하며 남준이 핀잔을 준다.

그 순간의 따듯했던 그의 시선. 나만을 담았던 눈동자.

햇살을 닮았던 눈부시게 예뻤던 너의 미소.

행복만으로 가득차있던, 우리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

하지만 불행은, 가장 깨트리고 싶지 않은 그 순간에.

우리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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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신랑 정호석은, 신부 신여주를 아내로 맞이하여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때까지, 신여주만을 사랑하고ㅡ 아끼고. 평생을 함께 할것을 맹세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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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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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신부 신여주는 신랑 정호석을 남편으로 맞아, 그의 옆에서 든든한 지지자. 동반자가 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평생 그와 함께 걸어갈것을 맹세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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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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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그럼 서로에게 영원한 약속의 증표로, 반지를 끼워주겠습니다.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

내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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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이로써 두 사람은 진정한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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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키스. 해도 됩니다.

장난스런 남준의 멘트에 하객들의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호석이 한걸음 여주의 앞으로 다가와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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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막상 하려니까 떨리네.

그렇게 말하며 그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오오오~~~~"

하객석에서 한마음이 되어 터져나온 감탄사에 다가오던 호석이 멈칫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살포시 내려앉은 그녀의 수줍은 속눈썹아래, 탐스런 입술이 그와 같이 미소짓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그녀의 입술로 내려앉았던 시선은 곧 달콤하게 서로의 입술을 머금으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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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아, 나 발이 너무 아프다. 신발 좀 갈아신고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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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아, 그래. 옷도 그냥 편하게 갈아입어. 우리끼린데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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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그럴까? 나 얼른 갈아입고 오면 너도 갈아입으러 갔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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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알겠엉~

조촐했던 결혼식이 끝나고 간단한 피로연이 이어졌다.

호석의 손에는 샴페인이 담긴 잔이 들려있었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기 위해 그에게서 돌아섰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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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호석아!!!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비명소리에 여주가 놀라며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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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상황을 인지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깨진 유리잔. 쓰러진 정호석.

술렁이는 주변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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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아!!!!!!!

왜 그런일이 벌어졌는지.

어째서.

하필.

그날이었어야 했는지.

왜. 우리였는지.

그날의 비극은 가슴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고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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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아!!!!!!!!!

장례식이 있었다.

고아원을 후원해주던 교회 뜰에, 묘비가 안치되었다.

여주는 하염없이 그 앞에 앉아있었다.

훈훈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에 날렸던 머리카락을 걷어낸 그녀의 볼에는 조용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할머니

많이 아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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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난데없이 어디선가 나타난 할머니가 털썩, 여주의 옆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대답없이 눈물을 훔치는 여주를 보며 혀를 차던 할머니는 허름한 보따리를 뒤적거리더니 작은 약병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할머니

마실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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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됐어요.

할머니

이거 마시면 다시 만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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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여주가 그제야 할머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미친 할머닌가?

할머니

안 미쳤고. 특별히 불쌍해서 내가 주는거여. 마실라면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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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마시면요. 다시 살아나나요, 죽은 사람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리자 할머니가 진지하게 대꾸했다.

할머니

다시 살아나지. 아니지.......그 사람이 살아있는 세상으로 네가 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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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네-.

여주는 대충 흘려들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마셔야 할머니가 갈것 같아 뚜껑을 열었다.

할머니

대신 너는 모든 걸 잃을끼다. 그래도 그 놈아 살아있는게 더 좋으면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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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뭔가 됐든 좋아요ㅡ 지금보다 낫겠죠.

입으로 병을 가져가는 여주의 손을 할머니가 붙잡았다.

마주친 얼굴이 너무 진지해서 여주는 풋. 웃어버렸다.

이 할머니. 치매신가. 어떡하지.

할머니

진짜다. 그 놈아는 살아있겠지만, 여기랑 전혀 다른 세상인기라. 니 거기서 살아갈수 있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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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할머니.

여주가 자신을 붙잡은 할머니의 손을 천천히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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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제 세상은, 그 사람이 전부였어요. 호석이가 없어진 지금은- 살아도 죽은 세상같아요.

할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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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저한텐. 그 사람뿐이었거든요.

정말로. 그 사람뿐이었어요.

벌컥. 벌컥.

말릴새도 없이 여주는 할머니가 준 수상한 약병을 다 마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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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독약이라고 해도, 할머니 원망 안할께요. 오히려. 감사해요.

할머니

....@@#!!&!~!!

할머니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마심과 동시에 엄청난 졸음이 쏟아져서 여주는 그냥 눈을 감았다.

안녕하세요, 작가 고이고이(goigoi)입니다- 시작하면 안되는데 또 일을 벌이고 말았네요.......허허. 이 글의 운명은 얼마나 호응을 많이 받느냐에 달려있습니다....ㅎ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