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you again,
Fifty-six. Now. Finally. Completely.


우리의 삶은 다시 보통으로 돌아왔다.

정민석과 그 모친 김인희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정근수회장은 그들을 호적에서 지우진 않았다. 그는 민석이까지도 자신이 업고 가야할 업보라며 쓰게 웃었다.

이미 전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앤리치 제이홉이지만, 거기에 더해 재벌 3세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 그는 정호석이라는 이름을 본명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이제까지 제이홉이었고, 앞으로도 제이홉으로 살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 그는 손희숙과 데이빗의 아들로 살게 되었고, J그룹 후계자로서의 상속권을 포기했다.

정민석이 이사로 있던 제이미디어에는 남준이 이사직에 올랐다. 그 역시 극구 사양했지만 이미 최대주주자인 제이홉과 윤기가 뒤에 있기에 벗어날수가 없었다.

이 세상은 원래 내 세상이었던것 마냥 당연하고 익숙해졌다.

나는 여전히 신여주로 존재하고.

내가 찾으러. 만나러 온 "호석이"는- 제이홉의 모습으로.

여전히. 내 곁에 있다.






신여주
흠.....



김석진(김비서)
........


신여주
하아.......



김석진(김비서)
..........


신여주
후으..........



김석진(김비서)
아 뭔데?! 뭔데???!!!

한숨만 벌써 몇번째 쉬어대는 여주에 못들은척 하고 있던 석진이 결국 못참고 고개를 돌렸다.

석진은 자신의 정식 비서를 고용하고 여주의 사무실에서 같이 업무를 보게 되었다.

제이홉은 하루8시간 넘게 한 공간에 있다는 거에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비서일에 실장대리역까지 하던 석진의 일에서 비서의 역할은 분리시키고, 아직도 혼자서 업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부담스럽다는 여주의 투정에 결국 허락하고 말았다.


신여주
아빠한테 말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들어서ㅡ


김석진(김비서)
뭐, 결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그 단어에 여주가 과하게 놀라는 얼굴을 하며 두 팔을 휘휘 젓는다.


신여주
그거 말고.


김석진(김비서)
그럼 뭔데.


신여주
아니......내가. 진짜 신여주가 아니잖아.


김석진(김비서)
또. 또 그소리. 너가 신여주가 아니면. 회장님한테 뭐 가짜라고 말하게?


신여주
언제까지 기억잃은 척 할 수는 없잖아. 다른데 다 멀쩡한데.


김석진(김비서)
원래 다른데 다 멀쩡한데 기억만 안나는게 기억상실증이야.


신여주
아무튼. 언젠가 밝혀질거면 내 입으로 밝히는게 낫지 않을까?

여주와 이야기를 나누던 석진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뇌에 빠진 얼굴로 턱을 괴고 자신을 마주바라보는 여주를 보고 있던 석진이 바람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김석진(김비서)
답을 이미 내놓고 왜 고민하는거야?


신여주
응....?


김석진(김비서)
이미 그렇게 하고 싶다가 99.9프론거 같은데 왜 고민하냐고-


신여주
......0.1%의 확신이 없어서.....?


김석진(김비서)
어떤?


신여주
미움받으면 어쩌나. 이제까지 속였다고 화내시면 어쩌나. 우리 아미 어떡하냐고 우시면 어떻게 위로해드려야 할까....뭐 이런거.


김석진(김비서)
그건 말하고 나서 회장님 반응 보고 생각하면 되지.


신여주
........



김석진(김비서)
고민해결! 이제 일에 집중합시다 실장님!

짝! 하고 박수를 치며 석진이 빙글 의자를 돌렸다.



똑똑-

구현의 서재 방문을 두드린 여주는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빼꼼히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신여주
아빠.


신구현회장
으응-


신여주
바쁘세요?


신구현회장
아니, 괜찮다. 무슨 일인데?

구현의 책상앞으로 쭈뼛쭈뼛 걸어온 여주는 손에 벤 땀을 옷 위로 문지르며 긴장된 웃음을 흘렸다.


신여주
음....아빠.


신구현회장
왜 그러지, 우리딸?


신여주
이제 제가 많이 커서 좀 징그러울수 있겠지만요,


신구현회장
.......?


신여주
손 잡고 얘기했으면 좋겠는데요.

두 손을 수줍게 내민 여주의 모습에 구현은 놀란 얼굴로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웃으며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소파에 마주앉아 잡은 손을 조물딱거리는 여주다


신여주
.....아빠 손 되게 크네요.


신구현회장
허허

시덥잖은 그녀의 말에 구현이 웃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ㅡ

심호흡을 한 여주가 구현을 바라보았다.


신여주
실은요. 저, 기억상실증이 아니예요.


신구현회장
.......


신여주
기억을 잃은 게 아니라-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을 하는 동안 구현은 한번도 여주의 말을 끊지 않았고. 손도 놓지 않았다.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끝냈을때,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ㅡ 그때까지 굳게 닫혀있던 구현이 입을 열었다.

심장이 너무 크게 울렸다.

그에게서 어떤 말이 나올지 상상조차 되지 않아서.


신구현회장
알고 있었다.


신여주
...........네.........?


신구현회장
원래 내가 알던 아미가 아니라는거, 진작에 알고 있었다.


신여주
어....어떻게요? 언제부터요? 왜 아무말도 안하셨어요? 왜 안물어보셨어요?

질문이 쏟아져나왔다.

구현은 여주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그녀를 사랑스럽게 담았다.


신구현회장
그냥. 어렴풋이. 아미는 가시가 많았지. 너는 그냥 들꽃같더구나. 사랑스러워서- 네가 끝까지 숨긴다면 나도 그냥 끝까지. 속아줄 생각이었다.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주의 등을 구현이 가만히 끌어와 쓸어주었다.


신구현회장
고맙다. 아빠 믿고 말해줘서.


신여주
.......


신구현회장
너는, 아미가 내게 보내준 선물이구나.

선물.

그 한 단어에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

자신의 존재를 그렇게 말해주어서.

거짓으로 빈자리를 메꾼 자신을 선물이라 칭해주어서.

고맙다 말해주어서.

그게 아빠라는 존재이기에.

너무 고마웠다.


신구현회장
주말에 아미한테 같이 가서 인사하고 오자꾸나ㅡ

할머니로 발견된 아미는 화장해서 납골당에 안치했다.

구현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그가 말했다. 인사하러 다녀오자고ㅡ

구현을 끝으로, 여주의 마음의 짐들은 깨끗이 사라졌다.

이제 정말, 신여주로ㅡ 이 세상의 여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석진은 외근후 바로 퇴근하기로 해서 혼자 사무실에 남았다가 퇴근하려고 막 기지개를 키던 참이었다.

똑똑-

갑작스런 노크소리에 여주는 반사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신여주
들어오세요-

달칵, 문이 열리더니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얼굴을 내민다.



민윤기
여주씨-


신여주
어머! 윤기쌤!! 연락도 없이 왠일이예요!?

너무 놀란 여주가 반색하며 책상에서 일어나 윤기에게 다가갔다.


민윤기
그렇게 반가워해주니 고맙네요.


신여주
반갑죠 당연히! 한동안 연락 없었잖아요.


민윤기
언제 퇴근해요?


신여주
당연히 지금이죠!

엄지와 검지를 펴서 허공에 총알을 날리듯 손가락을 까딱이며 '딱' 하고 혀를 차보인 여주가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민윤기
나랑 데이트해요, 여주씨.

윤기의 말에 여주의 손이 멈췄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 바라보는 그녀와 눈을 맞추며 윤기가 부드럽게 웃었다.



민윤기
홉이한텐 비밀로 하고ㅡ




[작가의 말] 글을 쓰면서 늘 구현아저씨땜에 맘이 무거웠는데요. 그래도 오랜시간 딸이었던 아미를 잃은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하다가- 아미의 자리를 메꿔준 여주의 존재도 딸로 품어주는 모습으로 슬픔은 잠시 밀어냈습다. 많이 울었잖아요,우리^^

이제 꽃길만 걸을 여주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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