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될 시 삭제, 아티스트 비하 의도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현실과 무관합니다.
<아침>
띠리리링- 띠리리링-
하나 "으음… 5분만…"

알람을 끄려고 손을 뻗었는데 뭔가 따뜻하고 말랑한 게 손에 닿았다.
…말랑?
눈을 번쩍 떴다.
내 옆에는 까만 머리의 조그만 꼬마 하나가 이불을 돌돌 말고 쌔근쌔근 자고 있었다.
하나 "……"
하나 "꺄아아아아악!!!!!"

명명이 "우아아아아ㅏ아아아앙!"

하나 "누, 누구세요?! 아니, 너 누구야?! 어디서 들어왔어?!"
눈을 떠 보니 처음 보는 꼬마가 있었다.
뭐야, 나 언제 애가 있었지?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찰나에
꼬마는 눈을 비비더니 나를 보고 해맑게 웃었다.

명명이 "누나아! 나 명명이야!"
하나 "명명이는 강아지거든?! 손바닥만 한 까만 강아지!"
명명이 "나 명명이 맞눈데에…"
말도 안 된다.
어제 너무 피곤했나? 아직 꿈인가?
이 21세기 현대 사회에,, 동물이 사람이 된다고..?
볼을 꼬집어 봤는데 아프다. 꿈이 아니다.
하나 "아,, 아프네,,?"
"쓰읍, 얘야 엄마 어딨니? 엄마한테 가"
명명이 "쓰읍, 엄마아!"
…방금 내 말투 그대로 따라 했다.
하나 "아니 진짜 너 누구냐고…"
명명이 "넌 임마~ 아무나 따라가면 큰일 나아~"
하나 "……"
서투른 발음이지만 어젯밤 잠들기 전에 내가 강아지한테 했던 말이다.
그것도 말투까지 똑같이.
이 집에는 나랑 강아지밖에 없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얘 진짜 명명이다.
꼬마, 아니 명명이는 엉덩이를 실룩실룩 흔들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꼬리가 있었으면 분명 붕붕 돌아가고 있었을 거다.
이 상황을 어찌할 줄 모르고 있는데 알람이 한 번 더 울렸다.
빨리 준비하지 않으면 바로 지각인 상황이었다.
하나 '어떡하지… 출근해야 되는데…'
애를 혼자 집에 둘 수는 없다.
그렇다고 출근을 안 할 수도 없다.
신용카드 값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결국 내 반팔 티셔츠를 명명이한테 입혔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게 거의 원피스였다.
하나 "명명아, 누나 병원 같이 가자. 대신 얌전히 있어야 돼?"
명명이 "웅! 가만히 이쓸게!"

…그 말을 믿은 게 실수였다.

<코즈 동물병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병원에 도착했다.
하나 "헉헉헉"
명명이 "우와아~"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며)
윤유림 간호 선생님 "어머, 하나 쌤! 이 귀여운 꼬마는 누구예요?"
하나 "아… 조, 조카예요! 언니가 잠깐 맡겨서요…"
간호 선생님 "조카구나~ 안녕? 아저씨가 퀴즈 하나 낼게.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왕은?"

명명이 "몰라여!"
간호 선생님 "최저임금~!"
명명이 "……"
하나 "……"

분위기가 싸해지다 못해 아예 얼어 버렸다.
간호 선생님 "다들 유머를 모르시네요~" (머쓱하게 웃으며)
나는 명명이가 이것까지 배울까 무서워 얼른 탕비실로 데려왔다.
명명이는 하루 종일 졸졸졸 나만 따라다녔다.
명명이 (졸졸졸)

진료실에 들어가면 문 앞에 쪼그려 앉아 기다리고, 나오면 다시 졸졸졸
대기실 보호자님들한테는 애교를 부려서 간식까지 얻어먹었다.
보호자 "어머, 얘 누구야~ 너무 귀엽다~"
명명이 "우리 초코 오늘 고생해떠여~"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내가 진료할 때 하는 말을 대기실 강아지들한테 그대로 하고 있었다.
하나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못 마신다더니'
그런데 잠깐 바쁜 사이, 명명이가 조용해졌다.
조용한 아이는 위험하다는 걸 그때 알았어야 했다.
명명이 (신나게 무언가를 그리는 중)
진료 차트 한 묶음이 볼펜 낙서로 가득 차 있었다.

하나 "명명아!!! 이거 누나 진료 차트야!!"
명명이는 잘못한 걸 알아차린 듯 불쌍한 표정으로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명명이 "누나아… 따랑해여~"

너무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나왔지만, 참된 보호자가 되어야지!
하나 "안 돼요. 이거 잘못한 거예요!"
혼내려고 진료 차트를 집어 들었는데 맨 위 장에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누나 따랑해 명명이가 지켜주께'

하나 "……"
이러면 혼을 못 내잖아.
명명이 "누나아,, 잘몬해떠여…"
명명이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내 바지를 붙잡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널 혼내니, 이 귀여운 똥개.
....
오후 진료가 끝나 갈 무렵이었다.
하나 "명명아~ 이제 집에 가자~"
대답이 없다.
하나 "명명아?"
대기실에도, 진료실에도, 화장실에도 없었다.
간호 선생님 "선생님! 조카 어디 갔어요?!"
하나 "그러니까요!!!"
간호 선생님이랑 병원을 다 뒤졌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때 대기실 의자 밑에서 뭔가 꼼지락거렸다.
내 반팔 티셔츠였다.
티셔츠 안에서 까만 꼬리 하나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하나 '……설마'
티셔츠를 살짝 들춰 보니 손바닥만 한 까만 강아지가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고 있었다.

하나 "명명아…?!"
명명이 "왈!"
간호 선생님 "선생님! 찾았어요?!"
하나 "아, 아니요!! 아직이요!! 저 밖에 한번 보고 올게요!!"
나는 티셔츠째로 명명이를 둘둘 말아 안고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다.
하나 '하루 종일 그렇게 뛰어다니더니… 힘 다 써서 돌아온 거야?'
품 안의 명명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꼬리만 흔들었다.
하나 "너 진짜 큰일 나는 줄 알았잖아"
명명이 "왈왈"
간호 선생님한테는 언니가 데리러 왔다고 둘러댔다. 오늘 하루 동안 거짓말을 몇 번 한 건지 모르겠다.
<퇴근길>
하나 "너 때문에 누나 십 년은 늙었다"
명명이 "끼잉…"
이 사고뭉치 명명이를 안고 병원 문을 잠그는데, 발밑에서 노란 무언가가 반짝였다.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앞발 하나를 들고, 노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안녕하세요!
명명이 등장!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