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éndula [BL/Chanbaek]

12

눈이 일찍 떠졌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이 가슴한쪽이 시리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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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달, 황후폐하를 뵙습니다."
"시빈입니다. 겨울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어디 듣도보도 못한 곳에서 데려오셨습니까. 제가 그 휘국에서 왔는데요."
"황후,"
"그리고 난, 달이 아니네. 폐하와 마찬가지로 제국의 태양이지."
"송구합니다 황후폐하."
"신첩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몸이 좋지 않아서요."
"..그러세요."

앉아있던 의자에서 쾅 소리가 날정도로 세게 일어난 백현이 차가운 눈으로 시빈을 훑었다. 
위아래로 훑던 시선을 거두고, 대전을 벗어나 황후궁으로 향했다. 

* * *

"별 거지같은!"

새빨갛게 충혈된 눈이 백현이 얼마나 격노했음을 보여줬다.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나라의 사람을 데려와, 시빈?"
"황후폐하, 고정하세요!"
"휘국으로 갈 것이다. 폐하께 윤허문 올려."

* * *

"뭐?"
"폐하께서 윤허하지 않으시겠다고, 황후폐하!"

분노에 찬 발걸음이 황제에게 당도를 알리기도 전에 문짝을 활짝 열어재꼈다. 

"폐하!"
"황후! 이게 무슨 짓입니까!"
"신첩의 모국방문을 윤허하지 않으시겠다 하신게 사실이십니까."
"맞습니다. 윤허할수 없습니다."
"어째서요! 어째서 저는 갈수 없습니까."
"시빈이 오늘 입궁하였습니다. 법도 상 시빈을 먼저 만나셔야 하지 않습니까."
"폐하께 저는 대체 무엇입니까. 10년동안 독수공방 했습니다. 폐하께 가려 생전 입에조차 담지 않았던 살생을 했단 말입니다. 10년간 저는 폐하를 잊은 날이 없는데, 폐하께서는 저를 잊으셨던 겁니다. 맞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대체 제게 어이하여 이러시는 건지요!"

벌게진 눈시울로 바락바락 소리치는 백현을 찬열은 내려다봤다.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하지만 절대 떨구지 않았다. 

"법도가 그렇습니다. 약조되어 있는 것을 지켜야 하는것 아닙니까."
"저랑도 약조 하셨잖아요.. 저! 현이랑도! 결혼하겠다 약조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하겠다 해놓고 10년을 기다렸습니다. 10년을! 그 긴 세월 기다리고 기다려서 얻은 결혼이, 이런것일줄 제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찬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황후! 그걸, 그것을.. 마음에 담고계셨던 것입니까."
"됬습니다! 이제와 위하는척 하지 마십시요. 신첩 더이상 폐하를 믿지 않을것입니다. 오늘이 무슨날인줄은 아십니까!" 

"오늘은.. 오늘은.. 신첩의 아버님 기일입니다.."

더욱 커다래진 찬열의 눈이 굴러떨어질듯 했다. 

백현의 눈에서 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찬열은 단번에 왕좌에서 내려와 백현에게 달려갔다. 

"내가, 내가 미안합니다. 미처, 미처 기억을.."

눈물을 닦아내는 손길을 뿌리친 백현이 찬열을 노려봤다. 

"더이상 폐하를 믿지 않을것입니다. 제국의 태양도 빛도 꽃도 그 무엇도 아닌것으로 살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