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은아.."
"은아!!"
달려나온 세훈이 은의 앞에 주저앉았다.
"은아, 은아,"
꽃잎을 끌어모으며 울부짖었다.
"안된다, 안된다 은아. 아가 안돼. 네가 아직 보지 못한게 많은데,"
세훈의 통곡에 찬열까지 달려나왔다.
바닥에 단단히 박힌 화살을 보며 찬열은 지붕위를 올려다 봤다.
"황후는 안으로 드세요."
"은, 은이가.. 은이가.."
눈밭위에 엎어진 백현을 나인들이 조심스레 일으켰다.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한 후궁에, 아주 작은 봄바람이 불다 세훈과 은의 흔적과 함께 사라졌다.
"황후 안으로 안모시고 뭐하는 거야."
생전 처음 느껴본 생명의 위협, 그리고 세상의 무너짐.
* * *
"은아 예쁜 은아."
열 여섯장의 꽃잎. 그리고 그 중 구멍이 뚫린 하나의 잎.
"너를 이리 만든 자를 내가 꼭 찾아, 지키지 못한 너의 남은 생에 바칠게."
"마지막으로 해준말이, 모질게 밀어내는 것이어서 미안해. 아프게 가게해서, 너무 미안해 은아."
"소리질러서 미안해. 화원에만 가둬둬서 미안해. 더 좋은 말을 못해줘서 미안해. 더 안아줄 수 있었는데 못해줘서 미안해. 조금만 더 늦게 보낼걸. 조금만 더 일찍 나가볼걸. 은아, 내 소중한 은아."
작은 유리병에 담긴 꽃잎을 보며 투명한 눈물이 흘렀다.
"은아.. 은아, 내 은아.."
'제 아버지시잖아요.'
"아가, 내 아가.. 은아.."

* * *
"누가 만든 화살인지. 누가 사용하는지. 대체 누가 쏜 것이지. 모두 알아내라."
찬열의 옆에 딱 붙어 인형을 끌어안고 덜덜 떠는 현을 품에 덥썩 안아 가뒀다.
"저한테 계시면 안전합니다. 걱정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