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ia Cheongun Madou

¿Debería cambiar de escu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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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렸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선 나무 천장이었다. 창문 틈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이미 한낮의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삐걱, 하고 침대가 비명을 질렀다. 온몸의 마디마디가 쑤셨다. 어젯밤의 소동이 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삐걱이는 뼈마디가 증명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낡은 탁상시계는 열한 시 삼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망했다. 편입 후 첫 수업을 전부 날려 먹었다. 박 선생의 폭탄 맞은 머리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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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깊은 한숨과 함께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젯밤 그대로 구겨진 교복을 벗어 던지고, 짐도 풀지 않은 가방에서 새 교복을 꺼내 입었다. 눅눅하고 낯선 섬유유연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거울 속에는 퀭한 눈의 낯선 내가 서 있었다. 평범하고 조용한 학교생활을 꿈꿨던 어제의 나는, 하루 만에 결계를 박살 내고 귀신과 수다를 떠는 비범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인생,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배가 고팠지만 식당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여섯 명과 마주칠 확률이 100%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차라리 굶는 게 낫지.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시간표를 확인했다. 오후 첫 수업은 약초학 실습.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공 필수 과목이라 빠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기운을 차리고 교실로 가야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야! 주인공! 결계 파괴자! 안에 있냐? 살아는 있냐고!”


방문을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범규였다. 나는 못 들은 척, 없는 척 숨을 죽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줄 모르는 남자였다.


“있는 거 다 알아! 어제 수빈 형이 너 들어가는 거 봤대! 문 안 열면 환영 마법으로 문 따고 들어간다!”


저게 협박이야, 부탁이야.

결국 나는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학교에서 조용히 사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문을 열자, 얄미운 웃음을 띤 범규와 어쩔 줄 몰라 하는 휴닝카이가 서 있었다. 범규의 손에는 빽빽 소리를 지르는 맨드레이크 화분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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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살아있었네. 마침 잘 됐다. 우리 좀 도와줘야겠어.”



그는 다짜고짜 내 손에 맨드레이크 화분을 떠넘겼다.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에 귀가 먹먹했다.


“이게 뭔데요.”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오늘 약초학 실습 과제. ‘맨드레이크 달래서 재우기’. 근데 이놈이 하도 시끄러워서 귀마개 마법을 걸었는데, 마법이 너무 세게 들어갔는지 아예 삐져서 말을 안 들어.”


범규가 태연하게 설명했다. 휴닝카이가 옆에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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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제출 못 하면 F래요…. 선배, 어제 귀신도 달래셨잖아요. 선배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기가 찼다. 내가 무슨 비공인 민원 해결사라도 되는 줄 아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소리 지르는 맨드레이크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는 귀를 찢을 듯한 비명 소리를 내지르는 맨드레이크 화분과, 나를 구세주처럼 바라보는 두 바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어제는 귀신, 오늘은 식물. 내가 무슨 만물 상담소라도 개업한 줄 아는 모양이다.


“제가 왜요.”


내 입에서 나온 말은 지극히 건조하고 차가웠다. 하지만 범규는 내 거절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에이, 그러지 말고. 같은 반 친구끼리 돕고 살아야지. 너도 약초학 듣는다며? 이거 해결 못 하면 우리 다 같이 F야.”


그의 말에 따르면 약초학 교수는 학점 주기로 유명한 ‘소금 마녀’라고 했다. 과제 하나라도 제출 못 하면 가차 없이 낙제점을 뿌리는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 성가신 놈들을 돕는 것과, 편입 첫 학기부터 F 학점을 받는 것. 어느 쪽이 더 끔찍한 미래일까. 답은 명백했다. 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맨드레이크 화분을 받아 들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데요.”
“그냥… 좀 달래주시면 돼요. 어제 김씨 부인한테 했던 것처럼.”


휴닝카이가 순진무구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어제 뭘 했는데. 그냥 옆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을 뿐이다. 이들은 내가 무슨 대단한 언령의 마법사라도 되는 줄 아는 걸까. 나는 일단 시끄러운 맨드레이크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화분에서는 젖은 흙냄새와 함께 식물 특유의 비릿한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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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화분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맨드레이크는 여전히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래서, 귀마개 마법은 어떻게 걸었는데요?”


내 질문에 범규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냥… 조용히 하라고 생각하면서 주문을 외웠지.”


나는 그의 무책임한 대답에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저런 놈이 환영마법에 능하다니, 세상은 정말 불공평하다.

나는 맨드레이크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쭈글쭈글한 몸체는 잔뜩 말라 있었고, 흙도 푸석푸석해 보였다. 어쩌면 답은 간단한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컵을 들어 맨드레이크의 흙 위로 조금씩 부어주었다. 차가운 물이 마른 흙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나 시끄럽게 울어대던 맨드레이크의 비명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범규와 휴닝카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맨드레이크는 이제 갓난아기처럼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이내 편안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다. 조용해진 방 안에서, 나는 물컵을 든 채 멍하니 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무심하게 말했다.


“얘, 그냥 목말랐던 거 같은데요.”


나의 지적에 두 사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약초학 실습 과제를 하면서 식물에게 물 줄 생각도 못 한 천재들이 여기 있었다.

특히 내 지적에 범규의 얼굴이 유독 더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애써 태연한 척 목소리를 높였다.


“크흠! 뭐, 뭘 그 정도 가지고. 내가 일부러 테스트해 본 거야! 우리 신입이 얼마나 실력이 있는지 보려고!”


뻔뻔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휴닝카이는 순수한 감탄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 선배! 정말 대단하세요! 어제는 귀신 할머니도 달래주시더니, 맨드레이크까지…! 어떻게 바로 아셨어요?”


그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담긴 존경심이 부담스러워, 나는 대답 대신 책상 위 시계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수업 늦겠네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범규가 잠든 맨드레이크 화분을 낚아채듯 들고는, 익숙하게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가자, 가자! 우리 해결사님 덕분에 F는 면했네! 오늘 점심은 내가 쏜다!”


그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나를 복도로 끌고 나갔다. 거절할 틈도 없었다.

약초학 실습이 이루어지는 온실은 기숙사에서 가장 먼 동쪽 구역에 있었다. 거대한 유리 돔으로 이루어진 온실 안으로 들어서자, 후덥지근한 공기와 함께 흙냄새, 그리고 이름 모를 꽃들의 달콤한 향기가 확 끼쳐왔다. 내부에는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기괴한 식물들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천장에서는 빛나는 이끼들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조를 이루어 빽빽 소리를 지르는 맨드레이크와 씨름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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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업만 하면 머리가 아프단 말이지.... 어, 여기야!”



저만치서 연준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의 옆에는 태현과 수빈도 함께 있었다. 그들 앞의 맨드레이크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들 쪽으로 향했다. 나를 본 태현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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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선배, 오셨어요. 형이 찾아간다고 하더니, 결국 해결하셨나 보네요.”



그는 잠든 맨드레이크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수빈이 한심하다는 듯 범규를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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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또 인공한테 사고 친 거 떠넘겼지. 쟤한테 물만 줬어도 해결됐을 걸.”



그 말에 범규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아니거든! 이건 전략적인 협업이었다고!”


그들의 유치한 말싸움을 배경음악 삼아, 나는 텅 빈 화분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편입 생활은 아무래래도 조용히 흘러가긴 글렀다. 이 정신 사나운 놈들과 한 조가 된 순간부터, 이미 예견된 미래였다.


더 늦기 전에 전학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