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과 사귄 지 일주일.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야."
"왜."
"그거 내 거."
"알아."
"근데 왜 먹어."
"한 입만."
도훈은 내 손에 들려 있던 아이스크림을 자연스럽게 뺏어 먹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다시 받아 들었다.
평소랑 똑같았다.
수업 끝나면 만나고.
밥 먹고.
서로 먹던 거 뺏어 먹고.
집에 갈 때까지 붙어 있고.
20년 동안 해오던 짓 그대로였다.
문제는.
"근데 너네."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친구가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물었다.
"진짜 사귀는 거 맞아?"
"...맞는데."
"전혀 모르겠어."
"..."
옆에 있던 도훈도 아이스크림을 먹다 멈췄다.
"왜?"
"그냥 소꿉친구 두 명이 밥 먹는 것 같아."
"..."
"..."
나와 도훈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맞았다.
사귀기 전이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
그날 저녁.
도훈이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이것도 원래 하던 거였다.
"간다."
"응."
나는 자연스럽게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려 했다.
그런데.
"여주야."
"...왜."
뒤를 돌아보니 도훈이 그대로 서 있었다.
"왜 안 가?"
"..."
도훈이 잠깐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물었다.
"우리 진짜 사귀는 거 맞지?"
"...미쳤어?"
"아니."
"일주일 만에 기억상실 왔냐?"
"그게 아니라."
도훈이 뒷목을 긁적였다.
"아까 걔가 한 말."
"..."
"좀 신경 쓰여서."
나도 그랬다.
굳이 말하지 않았을 뿐.
"...그럼 뭐 어떻게 해야 되는데."
"몰라."
"..."
"나도 연애 처음인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연애.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단어가 김도훈 입에서 나오니까 이상했다.
"...일단 가."
"응."
도훈이 몸을 돌렸다.
한 걸음.
두 걸음.
"...야."
다시 멈췄다.
"왜."
나도 모르게 불러놓고 할 말이 없었다.
"..."
"..."
연애하면.
보통 헤어질 때 뭐 하지.
'잘 자.'
이건 평소에도 했다.
'연락해.'
이것도 맨날 했다.
그럼.
...
나는 도훈을 바라봤다.
도훈도 나를 바라봤다.
이상하게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뽀뽀해야 되나."
"..."
"..."
말해놓고 죽고 싶었다.
도훈의 눈이 커졌다.
"뭐?"
"아니."
"방금 뭐라고 했어?"
"못 들었으면 됐어."
"들었어."
"그럼 왜 물어."
"다시 듣고 싶어서."
"...꺼져."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데 도훈이 웃으면서 내 팔을 붙잡았다.
"잠깐만."
"놔."
"아니, 네가 먼저 말했잖아."
"실수였어."
"뽀뽀가 실수로 나와?"
"김도훈."
"응."
"진짜 집에 간다."
"알겠어."
도훈이 손을 놓았다.
그런데.
안 갔다.
"...왜."
"뽀뽀한다며."
"..."
진짜 미친놈인가.
"내가 언제 한다고 했어."
"해야 되냐고 했잖아."
"그게 그거야?"
"비슷하지."
도훈이 웃었다.
평소 같으면 한 대 때리고 들어갔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얘가 갑자기 남자로 보였으니까.
20년을 본 얼굴인데.
오늘따라 이상했다.
"..."
도훈도 더 이상 장난치지 않았다.
둘 사이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한 발짝이면 닿을 거리.
아까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겠다.
"여주야."
"...왜."
"나도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
"...뭘."
"...뽀뽀."
미쳤나 봐.
이번에는 진짜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너한테 해야 되니까 물어보지."
"..."
맞는 말이라 더 짜증 났다.
"몰라."
"몰라가 뭐야."
"알아서 해."
"알아서 했다가 맞을 것 같은데."
"..."
그건 또 맞았다.
한참을 서로 쳐다봤다.
결국 도훈이 먼저 피식 웃었다.
"됐다."
"...뭐가."
"나중에 하자."
"..."
"너 지금 엄청 긴장했어."
"아니거든?"
"얼굴 빨개졌는데."
"더워서 그래."
"오늘 15도야."
"..."
"들어가."
도훈이 내 머리를 한번 헝클였다.
너무 익숙한 행동이었다.
갑자기 긴장이 풀렸다.
"...간다."
"응."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문이 닫히기 직전.
뭔가 억울했다.
쟤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서.
"야."
"응?"
다시 문을 열었다.
도훈이 돌아보는 순간.
나는 냅다 볼에 입을 맞췄다.
쪽.
"..."
"..."
나도 얼어붙었고.
도훈도 얼어붙었다.
"...간다."
문을 닫았다.
쾅.
그리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미쳤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김도훈이었다.
[야]
[김여주]
[문 열어봐]
싫어.
절대 싫어.
[왜]
답장은 바로 왔다.
[나 지금 집 못 갈 것 같아]
"..."
또 왔다.
[너 때문에]
그리고.
[🔥]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진짜.
징글징글하다.
*
다음 날.
학교 앞에서 도훈을 만났다.
평소처럼 손을 흔들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일이 생각났다.
"..."
"..."
둘 다 동시에 손을 내렸다.
도훈이 먼저 헛기침했다.
"왔냐."
"...응."
"밥 먹었어?"
"응."
"..."
"..."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어색하지 않았던 사이가.
사귄 지 8일 만에.
세상에서 제일 어색한 사이가 됐다.
도훈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이건 해도 되지?"
나는 손을 내려다봤다.
"...뭐."
"손잡는 거."
"..."
"남자친구잖아."
그 말에 또 심장이 이상해졌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손을 내밀었다.
"...잡든가."
도훈이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손깍지가 끼워졌다.
"..."
"..."
평생 잡아본 손인데.
이렇게 잡는 건 처음이었다.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도훈이 작게 말했다.
"여주야."
"왜."
"나 지금 좀 떨려."
"..."
나도.
라는 말은 하기 싫었다.
그래서 잡은 손에 힘만 조금 더 줬다.
도훈도 따라서 힘을 줬다.
평생 친구였던 사람이.
남자친구가 됐다.
아직은.
조금 어색하고.
많이 이상하지만.
그래도.
이것도 금방 익숙해질 것 같았다.
우리는 원래.
뭐든 같이 하는 데는 익숙했으니까.
- 외전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