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urso] Noche lluviosa

"여주씨. 어제 준 건 마무리 됐어요?"

"아, 거의 다 됐습니다. 점심시간 전에 드릴게요."

"뭐, 그래요."

그때 여주의 폰이 잘게 울렸다.

'일이 힘들진 않아요?'

'괜찮아요.'

"어머! 여주씨 뭐야뭐야??"

"네?"

옆자리에 앉은 대리님이 너무 큰 소리로 말해버리는 덕에 깜짝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여주이다.

"뭐야 여주씨~? 여주씨가 회사에서 폰 보는 거 처음 보는데? 누구야 누구야? 누구랑 연락해??

남자친구 생겼어?"

이 공간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뭐야? 여주씨 남자친구 생긴거야? 그런거야??"

왜 이렇게 다들 남에게 관심이 많은건지.

그중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시선은 팀장님의 시선이었다.

저 사람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상상이 안되서 마음을 단단히 먹을 필요가 있었다.

'뭘 그렇게 긴장해요?'

그 때 팀장님으로부터 또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아니..!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이 상황에 왜 또 문자를 보내는 건데...!!

"여주씨 문자 또 왔어!

진짜 남자친구 맞네~"

"아.. 아닌데요!"

여주의 대답에 팀장님의 미간이 좁혀진다.

"아니에요? 맞는 것 같은데?"

미간을 좁히고는 있지만 예전처럼 차가운 표정은 아니었다.

그의 눈치를 보며 여주가 한 번 더 대답했다.

"아니에요!'

"나에요. 여주씨한테 문자 한사람."

"팀장님이요?

뭐야~ 난 또 남자친구 생긴줄 알았네~”

“그렇다고 그게 틀린말은...

아닐 수도 있는거... 아닌가...?”

“에? 남자친구가 아닌게 아닌게 아니라고요?”

“제가 여주씨 남자친구라구요.”

저.. 팀장님...?

그렇게 갑자기 커밍아웃하는 게 어디있어요!

얘기 좀 하고 하시면 어디 덧나나...

“네에에에~???!”

“그치? 여주야?”

여... 여주..야....요...?

“그...그쵸....”

“됐죠? 다 해결됐으니까 다들 일해요.”

“네에...”

소란스러웠던 사람들이 팀장님의 한 마디에 조용해진다. 이래서 사귀는 척을 하자고 한건가.

아무도 여주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일을 몰아준다거나, 그런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왠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여주씨 퇴근 언제해요?”

“한.. 한 시간쯤 뒤에요.”

“나랑 같이해요. 저녁 같이 먹게.”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여주의 자리까지 찾아와 저녁을 같이 먹자는 약속을 하고 가는 다니엘이다.

이건 연기치고 너무 리얼해.

하루 밖에 안지난 건 맞지만..

저녁약속은 엄연히 회사생활 이후의 시간이다.

사실 팀장님한테 한 말처럼,

남은 일은 한 시간이면 끝낼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 마무리도 못하고 컴퓨터를 끄고 있는 이유는,

분명 연기로 시작한 연애가,

진짜 연애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 소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밑에서 기다릴게.”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걸까.

그냥 적당히, 사귀는 사이라고.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 한 마디 하면 그 정도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리얼하고.

이렇게 다정하게.

그건 바라지 않는 거였다.

“안전벨트 매시고~”

팀장님은

보면 볼 수록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매일 볼 수록 다른 보습을 보여주는.

그의 차 조수석에 앉아 그가 운전을 하는 동안,

일방적인 질문은 다니엘이,

그에 단답식의 대답만하던 여주였다.

따지고 보면, 의건이가 돌아오는 것도

그에겐 성가신 일이었을거다.

그런데 그가 먼저 제안한 이 가짜 연애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를 위한 것이었다.

그가 왜 나에게 이런것까지 해주는 건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팀장님한테 이익이 하나도 없잖아요.

성가시기만 하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그는 한참 고민하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말했다.

“그럼, 여주씨.

나랑 사귀어 줄거에요?”

“네?”

“내가 사귀자고 하면 거절할 거잖아.

난 아무래도, 그 강의건이라는 분이 우릴 만나게 해준것 같은데.

정말 어이없고,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었고,

그래서 잠깐 화났던 건 다 사실인데.

이런 시작이라도 난 싫지 않아서요.”

“이해가 안되요.”

“이 바보야. 내가 너 좋아한다고.

내가, 여주씨 좋아한다구요.”

“.....저..팀장님..”

“난 기다릴거에요.”

“...”

“여주씨 힘든거. 봐와서 아니까.

괜찮아지고, 나를 봐줄 때까지.

그래서 나에게 와줄때까지.

기다릴거라구요.”

“...”

“그정도는, 허락해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