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은 설화의 손을 뿌리쳤다.
“너 그게 지금…나한테 한 말이야?”
설화는 고개를 떨구었다.
유정은 분노에 주먹을 꽉 쥐고 또박또박 전했다.
“야. 강태현은 네 소유물이 아니야. 네 것도 내 것도 아니라고. 그리고 지금 강태현이 좋아하는 건 난데, 왜 네가 나보고 헤어지라 마라 그래?”
방금 전의 차가운 눈빛은 사라지고, 설화는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며 얼굴을 들지 못했다.
유정은 설화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에잇쒸, 저 기집애…내가 나쁜거냐? 저러고 있으니까 왜 가여워 보이냐구!!’
설화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땅바닥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나도 사정이 있었단 말야…걔를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게 아니라고…”
유정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만약 자신이 이 세계로 오지 않았다면 둘은 다시 사귀었겠지?
역시, 내가 걸림돌인 거겠지, 하고…
최범규는 창백해지는 유정의 팔을 붙잡고 뛰기 시작했다.
“어-어? 뭐야-”
“저런애들은 그냥 무시해. 더 들을 가치도 없어.”
“...고마워, 진짜로.”
“언제든 강태현 같은 거 싫어지면, 나한테 와. 100년이든 200년이든 기다릴게.”
유정은 약간 씁쓸해 보이지만 결의에 가득 찬 표정을 지은 범규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생각해보고.”
***
그날 밤, 유정은 도무지 잠에 들 수 없었다.
“...3년 뒤에는, 소원이 끝나. 그럼 그냥 이 한순간의 기억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게 되는 거겠지. 다른 소원을 빌어도 마찬가지야. 난 지금 내가 존재하면 안되는 곳에 있는 건가...진짜...짜증나."
“따르릉.”
복잡한 생각을 하던 도중, 유정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유정은 발신자의 이름을 보고는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한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강태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