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oy en la casa de Jeon Jungkook.

Episodio 3

[3]

팬싸에서 돌아왔을 때도 나는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믿기가 어려웠다. 꾸꾸가 전정국이라고? 진짜로? 나는 꾸꾸한테 답장을 하지 못했다. 진짜 꾸꾸가 정국이라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도 몰랐고 꾸꾸가 정국이가 아니라고 하면 또 그대로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았다.

"내가 이때까지 친구처럼 대화한 게 정국이라면 내 애정공세도 다 듣고 있었다는 건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꾸꾸한테 정국이가 잘생겼다느니 정국이를 남편 삼고 싶다느니 있는 말 없는 말 다했다. 수많은 팬들 사이에서 팬심으로 정국이는 내 남편이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으, 부끄러워. 어쩌면 좋아. 그래도 뼛속부터 홈마인 건지 꾸꾸에게 답장은 안 해도 개인 홈페이지에 사진을 업로드하는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나 멀리 있는 사람 같은데."

사진 속 정국이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중에 새로운 댓글을 알리는 알람에 '꾸꾸'라는 닉네임이 떴다. 나는 몇 초간 굳어 있다가 마우스를 가지고 댓글을 확인했다.

'꾸꾸 : 내 사진은 올라오는데 답장은 안 오네.'

윽. 정곡을 찔렀다. 개인 홈페이지를 정국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로써 꾸꾸가 정국이라는 건 받아들여야할 사실임이 분명했다.

'ㄴ햄 : 네. 안녕하세요. 저는 홈마 햄입니다. ㅠㅠ.'

'ㄴ꾸꾸: 뭐야. 왜 갑자기 존댓말 써?'

'ㄴ햄: 예? 제가 그랬나?'

'ㄴ꾸꾸: 그건 또 뭐야. 편하게 해. 우리 친구하기로 했잖아.'

'ㄴ햄: 예, 그렇죠.'

'ㄴ꾸꾸 : 내가 이럴까봐. 밝히는 걸 꺼려했는데. 내가 전정국이라는 걸 알면 대하기 어려워할 것 같아서.'

'ㄴ햄: 딱히 어렵다거나 그렇진 않아. 놀란 건 사실이지만. 내가 항상 좋아하면서 사진을 찍어 모으던 아이돌이 하루아침에 내 친구라니까 안 믿겼을 뿐이야.'

'ㄴ꾸꾸 : 그럼 진짜 친구 해주는 거야?'

'ㄴ햄: 나라도 괜찮다면.'

'ㄴ꾸꾸 : 나는 완전 좋아! 햄 좋아!'

그거 먹는 햄 같은 건 기분이지? 어쨌든 생각하고 보니 정국이는 어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서 친구라고 말할 사람이 별로 없겠다 싶었다.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을 거고. 편하게 속을 털어놓을 친구도 없었겠지. 좋아. 내가 정국이의 친구가 되어주자! 사실은 나에게 더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냥 친구처럼 대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ㄴ꾸꾸 : 햄은 원래 이름이 뭐야?'

'ㄴ햄 : 나혜미인데. 그래서 햄이라고 닉네임을 지었어.'

'ㄴ꾸꾸 : 혜미! 햄! 그냥 햄이라고 부를래. 그게 더 귀여운 것 같아. 친한 친구끼리는 애칭도 있잖아?'

애칭이라니. 애칭이라니! 정국이랑 내 사이에 애칭이 있다니. 신이 나서 발을 구르며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정말 홈마 하기 잘했어. 정국이 팬 하길 잘했어. 세상 행복한 얼굴로 누워있는데 꾸꾸의 댓글이 달렸다.

'ㄴ꾸꾸 : 010-****-**** 저장해.'

'ㄴ햄: 이런 거 알려줘도 돼?'

'ㄴ꾸꾸 : 햄한테는 알려줘도 돼!'

'ㄴ햄 : 매니저님한테 혼나는 거 아냐?'

'ㄴ꾸꾸 : 몰래 몰래 할 거야.'

와, 감히 제 폰에 정국이의 번호를 저장해도 되는 겁니까. 그냥 이 자리에서 외워버리겠습니다.

'ㄴ꾸꾸 : 그래서 너는?"

'ㄴ햄 : 응?'

'ㄴ꾸꾸 : 햄 번호, 나 알고 싶은데.'

정국이가 내 번호를 원한다면 천 개도 만들 자신이 있다.

'ㄴ햄 : 010-****-****'

와, 나 이렇게 떨려도 되는 건가. 정국이의 번호를 뭐라고 저장할까 하다가 꾸꾸로 저장했다. 역시 꾸꾸라고 부르는 게 편하니까. 정국이가 햄이 애칭이라고도 해줬고. 나도 애칭으로 부르는 게 맞겠지.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꾸꾸에게서 카톡이 왔다.

'꾸꾸 : 똑똑. 햄이 있어요?'

나의 문은 처음부터 잠금장치는 없었던 것처럼 정국이를 향해 활짝 열렸다.

어제 밤 정국이랑 톡을 한다고 밤을 꼴딱 새우다 시피 했다. 정국이는 어제도 스케줄 때문에 잠을 못 잔 걸로 알았는데 시간이 나는 틈틈히 나에게 톡을 해줬다. 이러니까 꼭 진짜 친구가 된 것 같다. 정국이한테는 더 반짝거리는 연예인 친구들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국이가 가장 빛났다.

'꾸꾸 : 햄아, 자?'

마지막 톡은 역시 정국이었다. 나는 깨자마자 정국이의 톡에 답을 보냈다.

'햄: 이제 일어났어. 미안해!'

정국이는 바쁜 스케줄에도 나한테 틈을 내서 연락해주는데 먼저 잠든 것이 미안했다. 정국이가 행여나 토라지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는 찰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에는 '꾸꾸'라는 이름이 떴다.

어떡하지? 지금 정국이한테 전화가 온 거지? 내가 아는 그 전정국. 이걸 어떡해? 받아야 해? 말아야 해? 떨리는 마음으로 초록색 전화 버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목을 몇 번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햄아, 일어났어?]

"아.."

[진짜 이제 깼나보네. 목소리 잠겨 있다!]

으아. 역시 목 잠긴 건 별로지? 남자 목소리 같을 텐데. 전화 받지 말 걸. 후회하는 중에 정국이의 달콤한 목소리가 귀를 간질었다.

[귀여워. 미인은 잠꾸러기라던데. 진짜 인가 봐요? 햄님?]

"나 미인 아닌데."

[왜? 어째서?]

왜냐고 물으면 역시 못생겼다는 말밖에 할 게 없는데. 정국아. 차마 네가 나보다 더 예쁘다는 진실을 고백할 수는 없구나. 내 마음이 아파서.

"그거 나 놀리려고 하는 말이지?"

[그럴 리가. 내 눈에는 진짜 예쁜데?]

"거짓말."

[내가 거짓말 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여?]

"그건 아니지만. 나도 내 얼굴 매일 거울로 본다고."

[넌 네가 못생겼다고 생각해?]

"그래. 더군다나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들어."

[음, 어떻게 하면 네가 예쁘다는 걸 알려줄 수 있을까?]

"그것보다 오늘은 스케줄 없어?"

[지금 잠깐 쉬는 중, 조금 있으면 콘서트가 있거든.]

"아, 그러고 보니까 티켓팅이 얼마 안 남았네."

이번에도 카메라를 열심히 갈고 닦아서 가야겠다. 정국이의 레전드 샷은 내 것이야. 홈마정신이 불타오르는구나.

[티켓은 걱정하지 마. 내가 앞자리로 표 비워놨어.]

"응? 그럼 돈은 어디로 보내면 돼?"

[돈은 됐어!]

"안 돼! 그럼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미안할 게 뭐 있어. 내가 햄이 초대하는 거야. 넌 내 친구잖아.]

"그래도."

[대신 내 사진 예쁘게 찍어줘.]

"그건 잘 할 수 있지만. 티켓 값 비쌀 텐데."

[음, 그럼 조건 하나 더.]

"뭔데?"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찍지 마.]

"너만?"

[그래. 나만 찍기.]

나는 정국이 홈마니까. 그건 당연한 거잖아.

[홈마 햄을 다른 멤버한테 입덕 시킬 수 없으니까!]

"뭐야. 그게."

[햄이 안 뺏길 거야.]

정국이 지금 질투하는 건가. 왠지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응! 완전 만족! 설마 그 날 안 오지는 않겠지?]

"당연히 가야지!"

[그거면 됐어.]

"정국아. 진짜 고마워."

[좋다.]

"응?"

[햄이가 정국이라고 불러주는 거.]

정국이는 알고 있을까? 정국이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마음을 이리 저리 흔들고 있다는 걸.

[아, 나 이제 연습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

"응, 연습 열심히 해! 콘서트 기대할게."

[그럼 열심히 해서 멋진 모습 보여줘야지!]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응! 햄이 꼭 밥 챙겨먹고!]

"알았어. 화이팅 해!"

[네! 끊을게요!]

전화가 끊기고 나서도 정국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나를 콘서트에 초대해주다니.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 수 있는 걸까. 나 정말 계 탔구나. 너무 행복해서 웃음이 났다. 나 살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날이 있었던가. 나는 다시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웠다.

"아, 행복해."

텅 비게 느껴지던 집이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