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21











“ 지금부터 2026년 글로벌 인재를 시작하겠습니다 “


교육이 시작된 지 1시간 째,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은 모두 단정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피곤해하는 얼굴을 짓고 있었다

아이들보다 인원이 훨씬 많은 어른들은
자리에 앉지 않고 뒷쪽에 서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눈에 띄게 고개를 꾸벅이며 조는 아이에게
달콤한 사탕을 건네주거나
시원한 얼음물을 손에 쥐어주곤 했다


Gravatar

황현진도 마찬가지로 교육을 듣고 있긴 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지루한 얼굴로 PPT를 주시했다

결코 정장을 입었다 해서
곧장 어른같은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계속 만지작거리느라 흐트러진 넥타이,
입이 쩍 벌어질 만큼 하품을 한 탓에 빨개진 코,
그리고 무엇보다 지루함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교육을 이수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등학생이었다









인재 교육이 끝난 후 황현진은
여러 명의 어른들께 허리 숙여 인사하고 나서야
도망치듯 대강당을 빠져나왔다

피곤함이 가득 묻은 초췌한 얼굴로 주차장에 들어섰다

황현진은 카니발에 탑승하기 무섭게 곯아떨어졌고
집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죽은 듯 자다가
집사님의 부름에 화들짝 놀라 눈을 비볐다


“ 도련님, 도착했습니다 ”


짜증 섞인 탄식을 내뱉고는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하차 후 허리 숙여 황현진을 배웅하는 집사님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진득하게 하품을 해대며
귀찮은 듯 내젓는 손짓에도
예의 있는 목례를 보이며 돌아갔다

고등학생 꼬마애가 성인인 본인에게
멋대로 구는 것이 짜증 날 법도 한데
과묵하게 일처리를 해내는 것이 나름 멋있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현관문 앞에서 지문 인식 기기 안으로 손가락을 찔러 넣던
황현진 뒷통수에 한마디 툭 던졌다


“ 넌 집사님이 불쌍하지도 않냐? “


Gravatar

“ 이러려고 돈 주고 붙인 건데 뭐가 불쌍해 “


그는 내 말에 고민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내뱉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단호한 태도에
하려던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이내 말문이 턱 막혀 입술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집에 돌아온 황현진은
다시 샤워를 하는 것이 귀찮은 듯
투덜거리며 혼잣말을 늘어놓다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운 차림으로
계단을 내려오던 황현진은
소파에서 홀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나를 보더니
얼른 씻고 오라며 젖은 머리를 탈탈 털었다

말없이 계단을 올랐다

불이 꺼진 깜깜한 방 안에서 조심스레 손을 더듬거렸으나
잡히는 건 조명 버튼이 아닌 물기에 젖은 문 손잡이었다

손잡이를 당기자 자동으로 욕실 불이 틱 켜졌고
물기 가득한 욕실 바닥은 조명을 받아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Historias populares entre fans de Hyun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