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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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끝낸 후 밑으로 내려와 보니
황현진은 소파에 기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목에 두른 수건이 반쯤 내려와 있었고
헐렁한 가운 사이로 물기가 맺힌 쇄골이 보였다

얼마나 피곤했던 건지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하고
고개를 꾸벅이기만 했다

떨어진 고개를 다시 올려보아도
자꾸만 무거운 고개가 툭 떨어지기만을 반복했다

이 광경이 꽤나 재밌었다

밖에선 도련님 행세를 하던 애가
피곤함에 절어 고개를 이리저리 떨구는 모습이
나름 웃기기도 했다

조심스레 소파 옆자리에 앉아
이 광경을 지켜보며 웃음을 꾹꾹 참고 있으니
시선을 느꼈는지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치켜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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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 ”


혹여나 웃음이 새어 나올까 꾹 깨물고 있던 입술을
혀로 가볍게 훑었다


“ 아니, 그냥~ 많이 피곤했나 해서 ”


황현진은 이를 믿는 듯
가벼운 호응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던 황현진은
눈물 맺힌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아, 그리고 오늘은 같이 자야 할 것 같은데 ”

“ … 갑자기? ”

“ 갑자기는 아니고..
소파에서 자자니 도통 익숙해지지가 않네 “









‘ 내가 소파에서 자겠다 ’ 며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여자는 침대에서 재우는 거라고 배웠다며 무지하게 혼났다

결국 황현진과 침대에 나란히 눕게 되었다

이 정적이 숨 막힐 듯 불편한데 얘는 불편하지도 않은지
혼자 있는 것처럼 편하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같은 침대 위에 같은 이불을 덮고 있자니
괜히 긴장돼서 손에 땀이 맺혔다

SNS를 틀어도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나만 긴장감에 발발 떠는 것 같아
괘씸하기도 했다

옆에서 살짝씩 움직이며 이불을 뒤척일 때마다
은은한 샴푸 향기가 코를 덮쳤다

심지어 베개도 같은 것을 나눠 썼다

일반 베개와는 다르게 길쭉한 바디필로우 모양이었지만
호텔 베개처럼 하얗고 폭신했다

차라리 짧은 베개 하나를
나눠 쓰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 하나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보니
황현진은 내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떡 벌어진 어깨 너머로
휴대폰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서서히 몰려오는 졸음에 눈을 천천히 꿈뻑이고 있던 중
약간의 뒤척임과 시선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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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냐? ”


낮게 갈라지는 목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눈을 꾹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애써 풀어낼 자신이 없었다

황현진도 나름 분위기를 풀기 위해 건넨 말이었겠지만
이미 눈을 감고 있는 나를 보고는 더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머쓱함에 목을 몇 번 가다듬고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잠시 뒤척이며 자리를 잡는 황현진을
몰래 뜬 실눈으로 바라보았다

희미하게 보이는 실루엣이었지만
어떤 얼굴로 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자는 얼굴을 마주하니 할 말이 쏙 들어간 얼굴이었다

곤란하지만 자는 사람을 함부로 깨우기 애매한
사소한 내용인 것처럼 보였다

침대 옆 선반에 놓인 리모컨으로 메인 조명을 껐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어색한 정적을 보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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