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 vez un sueño

pt.8 Heridas




모든 인간은 상처받고 살아간다. 그것이 감정을 가진 인간의 숙명이다.

"어디서 나온 말이야?"

"몰라, 동화책?"

"심오한 동화책이네."
별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고서는 평소와 같이 학교로 향했다.

우리의 하루는 그랬다. 늘.





















정국이는 늘 그곳에 있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창고 교실로 향했다. 심심해서 놀러갈 때 창고 교실로 가면 정국이는 늘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하루는 윤기처럼 피아노를 쳤고
또 하루는 남준이가 읽던 책을 훑어봤으며
하루는 호석이의 화분에 물을 주었다.
정국이의 일상은 그곳에 묻어있었다. 정국이의 전부이며 어쩌면 인생의 일부가 될 수도 있는 곳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갈 때에도 정국이는 이미 와 있었다. 웃으며 반기는 그 모습에 나는 자주 그곳에 가게 되었다. 가끔은 바나나 우유를 사들고 가거나 간식을 하나 사들고 갔었다

"누나, 오늘 올거에요?"
등교하는 도중에 정국이와 마주쳤다.

"그래, 오늘 갈게."
"민윤기 너는?"

"가지 뭐"
이때 난 민윤기를 오게하지 말았어야 했다. 집으로 보냈어야 했다. 내가 다친다고 해도 말이다.





















난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며 노트에 낙서를 끄적이고 있었다.
우리는 수업이 끝나자 복도 앞에서 만나 바로 정국이가 있을 창고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멀리서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희미하지만 정국이만의 피아노를.
그때 교실창고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우당탕탕거리는 소리
그리고 들려오는 정국이의 목소리
"어..?"

"일단 뛰자"
우리는 큰 소리에 복도를 뛰어 창고 교실로 뛰어갔다. 

"전정ㄱ..!"
우리는 교실문을 열어젖혔다.
정국이의 눈동자가 떨렸다

"...형?"

정국이의 앞에는 큰 어른이 있었다. 우리와는 다른 어른이라는 존재가.
나랑 눈이 마주친 정국이의 붉게 부어오른 얼굴은 우리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전정국. 미안해하지 마."
나는 그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쓸데없는 위로도, 위안도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니넨 뭐야?"
그 어른이, 그 고래가. 소리를 질렀다. 그 어른이 정국이를 때리려 다시 손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정국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민윤기가 그 앞에 서 있었다. 주저앉아있는 정국이에겐 민윤기가 오히려 더 어른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민윤기.."

"아 아파라"

"형!"

"선생님, 선생이라도 애를 때려서는 안되는거죠."

"이 자식이!!"
민윤기는 몇대를 더 맞았다. 민윤기가 한 말이 있었기에 난 거기에 끼어들기 어려웠다.

"내가 맞아도 정국이부터 챙겨. 많이 안 다쳤는지 확인해주고."

난 얼빠진 채 주저앉아있는 정국이를 일으켰다.

"괜찮아?"

"..괜찮아요. 형은요?"
소란 속에서 대충 정신이 든 정국이가 대답했다. 한쪽 볼이 붉그스럼하게 부어있었다. 멍들겠다..얼마나 세게 때린거야.

".........왜 맞았어"

"수업....조금 빠지고 형이랑 누나 보러 좀 일찍 와서요.."
그랬구나. 난 정국이의 머리를 토닥이고는 물을 손에 쥐어주었다. 

"잠시 누나네 반에 가 있어. 형 데리고 같이 갈게 기다려줘. 알겠지?"

"....네."
난 씩 웃어보이며 정국이의 등을 슬쩍 밀었다. 정국이는 반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다시 그 창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민윤기는 맞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고마울 따름이었다.

"선생님, 그만하시죠."

"허, 너도 이 새끼랑 친구냐? 어?"
학생에게 새끼라니, 못하는 말이 없다. 난 민윤기의 앞을 가로막고 섰다. 

"새끼라니요. 그리고 얘는 잘못 없습니다."
그 사람은 나를 한대 쳤다. 약간 손톱에 스쳐서 그랬는지 턱쪽에 상처가 났다.
아, 이제 내가 쳐도 정당방위인가. 가만히 분노를 참으며 생각했다.
민윤기는 가만히 있었다. 내가 정말 머리끝까지 화났을 때 다나까를 쓴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 건들였다가는 터질 수도 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민윤기, 다친덴 없고?"
나는 속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덕분에."
민윤기는 피식 웃으며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나와 같은 사람을 보고 있을것이다.
분노만 가득한 얼굴, 난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저 사람을 정말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민윤기를 더 때리지 못한게 분이 쌓였는지 나에게로 또 손이 날라왔다. 나는 그 손목을 잡고는 말했다.

"그만 하시죠."
나는 손목을 꽉 잡았다. 놓치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이 새끼가! 안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내 어깨를 밀쳤고, 내가 넘어지자 그 사람은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 사람은 잠깐 후퇴한다는 듯이 밖으로 나섰다. 물론 욕지거리를 내뱉고서 말이다.
그렇게 잠잠해졌다.

"풉...."

"풐ㅋㅋ 와 멋진데 남호연. 괜찮냐?"

"너보단 멀쩡하겠다. 정국이나 데리러 가자"

"그래그래."

정국이는 내 반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우리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정국이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이쪽으로 달려왔다.
"형! 누나!"

"잘 있었어?"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요? 그 쌤 무서운 쌤이란 말이에요.."

"이 누님이 무찔렀다."

"ㅋㅋㅋ그게 무찌른거였냐"

"조용히 해 민윤기"
우린 서로 장난치며 말했다.

"집 가자. 정국이도 우리 집 들렸다 갈래?"

"좋아요"










집에서 약통을 찾고 얼음을 준비한 다음 정국이의 얼굴에 얼음팩을 해 주었다. 얼굴이 빨리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나중에 집 가면 연고 바르고. 알았지?"

"네"

"아 그 쌤 손 완전 아프네"
양쪽 볼에 얼음을 대고 있는 민윤기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형 어떡해요"

"뭐가"

"그 쌤 교장이랑 친한데.."

"헐..?"
나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필이면 교장 친한사람이랑 걸리냐 재수없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교장실의 석진 선배. 교장이 하는 말.
그 말을 들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잘 오지 않는 창고 교실에 온 선생.
이게 정말 우연일까?

나는 이 7명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들은 함께있으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난 남준이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도 우린 믿어야 해요."

카드로 쌓아올린 탑처럼 참 위태위태하지 않나. 제 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들은 그래보였다. 언젠가는 흩어질 지도 모르는 한때의 우정.

"뭘 그리 고민하고 있어. 교장이랑 친해서 퇴학당할까봐 걱정되는거야?"
민윤기는 피식 웃더니 내 옆에 앉아 물었다

"그렇긴 하지. 선생들은 입 싹 닫으면 그만이니까."

"걱정 마."
나는 걱정말라며 괜찮다는 듯 말하는 모습에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얘도 석진 선배를 믿고 있다는 걸 난 안다. 그러기에 이들에게 내가 보고 들었던 것을 전할 수가 없었다.

"에휴 얼굴에 얼음팩이나 잘 붙잡고 있어."
난 긁힌 상처에 대충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며 말했다.

"그리고 정국이는 그렇게 일찍 안 와도 우리 만날 수 있으니까. 늘 조심하고. 알겠지?"

"네"

난 정국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1층에 내려가서까지 이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는 총총거리는 모습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민윤기."

"어?"

"아무리 남을 위해서라도 다치지 마라."

"그러지 뭐."

"그리고 사람 너무 믿지 말고"

"너도? 뭐 난 원래 그럴게 믿는 스타일도 아니긴 하다만."

"..뭐 그건 알아서 하고."

우린 뉘엇뉘엇 넘어가는 해를 보며 잠시 아무 말 없이 있었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상처받아도 우린 다시 일어나야 하니까.




















우린 변함없이 오늘도 학교를 향했고. 이 날은 민윤기를 보는 마지막 날이 되었다.
"야 남호연, 너 교장실로 오라는데."

"갑자기?"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가봐."
나는 교장실로 걸어가던 중 민윤기를 보았다.

"넌 어디가냐"

"교장실."

"너도?"
민윤기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렇게 교장실까지 같이 걸어갔다.
삐걱거리는 문을열고 들어간 그 자리에 교장이 있었다.
매서운 눈으로 민윤기만을 쳐다보는 교장이.

"앉아라."
우리는 그 두꺼운 의자에 앉았다. 우리가 앉자 약간의 오래된 냄새가 훅 끼쳤다.

"너희가 왜 불려왔는지는 알테고."
우린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처벌에 대해 민윤기 학생은 퇴학, 남호연 학생은 창고 교실의 청소다."

"...........네..?"
나는 민윤기를 쳐다보았다. 어제 괜찮을거라 나에게 얘기하던 민윤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픽 웃었다. 
 
"퇴학 처리에 대한 합당한 사유가 있나요?"
나는 대들듯이 물었다. 난 민윤기가 퇴학당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교내의 합의에 의해 정해진 거다. 더이상의 번복은 없어. 돌아가."
우리에겐 굳이 이야기해 줄 필요도 없다는 듯한 무시하는 말투.
민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내 손목을 잡아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너 알고 있었어? 퇴학당한다는거?"

"어."

"근데 왜..!"

"걱정하지 마. 이게 결말인거야."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오늘이 마지막이겠네. 이제 돌아가야지. 고마웠어."
민윤기는 정말 그 말을 끝으로 간단하게 짐을 챙기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원래 집으로. 
난 늘 그래왔듯 회색빛 집으로 들어왔다. 함께했던 시간동안 약간은 좁아보이던 공간이 이젠 너무 크게보였다. 공허였다.


민윤기는 그렇게 허무하게 퇴학당했다.


난 민윤기가 어디에서 사는지, 무엇을 더 좋아했는지 알 길이 없다. 음악을 좋아한다던 것 밖에는 아무것도.
민윤기가 쓰던 방을 정리하던 도중 컴퓨터가 눈에 들어왔다. 민윤기가 나중에 완성하면 들려주겠다고 약속했던 음악들이 이 안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난 컴퓨터를 틀었다. 

"역시, 아무것도 없네."
허탈한 마음으로 컴퓨터 종료를 누르려던 순간 눈에 파일 하나가 들어왔다.
[우리에게]
이라는 제목으로 적혀진 단 하나의 파일
난 자연스럽게 그 파일을 눌러 확인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음악이 하나 있었다.
[함께라면,]이라는 제목으로 완성되지 못한 곡이 하나 들어있었다.

그 음악을 들으먼서 정국이의 말이 떠올랐다.
"너는 왜 피아노 치는걸 좋아해?"

"윤기 형 피아노가 좋아서요."

"어째서?"

"그냥, 윤기 형 음악이 내 마음 같아요. 그래서 슬퍼요."

그래, 이래서 음악이 좋다고 했구나.
여전히 매끄럽지 못한 날이 선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며 난 그렇게 생각했다.


































Ps.안녕하세요:) 8번째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현생이 바빠서 천천히 올리고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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