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조작 동아리: txt [단편]

아름다운 - 태현

7월의 시골 바닷가 마을은 밤마다 눅눅한 안개에 잠겼다.



우리집이 운영하는 외진 하숙집에 그 애가 흘러들어온 건
일주일 전이었다.

한여름인데도 캡모자를 눈썹 밑까지 깊게 눌러쓰고,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맨 애.


낮에는 하숙방 안에서 죽은 듯 불을 끄고 지내다가,
다른 하숙생들이 모두 잠든 깊은 밤이 되어서야 마당 구석에
유령처럼 앉아 밤바다를 바라보는 게 그 애의 전부였다.



그 애가 마당에서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캔커피를 마시던 찰나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그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스크린 위에서 누구보다 찬란하게 빛나던
열여덟 천재 배우, 강태현.


촬영 중 뜻하지 않은 대형 사고로 오른쪽 얼굴에
깊은 자국이 남았을 때, 세상은 그 애를
괴물이라 부르며 잔인하게 등을 돌렸다.



대중의 매서운 시선은 아직 어린 그애에게
거대한 감옥이자 저주였다.




"내일 아침으로 먹고싶은 거 있어?"




나는 그애가 누구인지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저 매일 밤, 마당 구석에 말 없이 따뜻한 캔커피를 두고
돌아설 뿐이었다.


나 역시 과거의 화재 사고 이후
늘 목을 덮는 셔츠만 고집하는 외톨이였으니까.



우리는 한 하숙집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사연을 묻지 않는,
철저하고도 아름다운 이방인이었다.




▪︎▪︎▪︎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지던
목요일 밤이었다.

세찬 비바람에 하숙집 뒤편 낡은 조립식 창고의
양철 지붕이 요란하게 들썩였다.


들이치는 빗물을 막으려 급하게 들어간 창고 안에서,
기리릭 소리를 내며 백열등이 위태롭게 깜빡였다.




"야, 강태현!"




선반 높은 곳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던 무거운 상자가
빗물에 미끄려져 그 애의 머리 위로 쏟아지려 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그 애를 밀쳐냈고,
우리는 먼지 가득한 창고 바닥 위로 거칠게 엉켜 쓰러졌다.



그 애를 받쳐 들려던 내 손이 뺨을 스쳤고,
태현의 머리를 깊게 감싸고 있던 캡모자와 마스크가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렸다. 정말 찰나의 일이었다.




"......"




창고 안의 공기가 그대로 얼어붇었다.



내 품에 안긴 태현은 조각처럼 굳어 있었다.

오른쪽 뺨에서부터 귀밑, 그리고 목덜미까지.
잔인하게 이어지는 깊고 붉은 칼자국 형태의 흔적.


그 애가 그토록 숨기려는 치부가 흐릭한 알전구 불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태현의 큰 눈동자가 잔인하게 흔들렸다.
그 애는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제 뺨을 사정없이 감싸쥐며 고개를 돌렸다.




"보지 마."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

늘 무심하고 단단해 보이던 아이의 가면이 내 앞에서
처참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부탁이니까, 제발.. 제발 보지 마....."




비참함과 수치심에 질린 그 애가 창고 구석으로
뒷걸음질 쳤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과호흡을 몰아쉬는 태현을 보며
나는 도망치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

그저 바닥에 떨어진 그의 검은 모자를 조용히 두워 들었을 뿐이다.



나는 천천히 태현에게 다가갔다.
그 애가 거부하듯 눈을 질끈 감아버렸지만,
나는 도망히지 못하게 그의 왼손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 내 셔츠의 단추를 두어 개 풀었다.


내 옷깃 뒤로, 과거 화재 사고가 남긴
일그러진 화상 자국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 손에 이끌려 태현의 굳게 닫혔던 눈이 느리게 뜨였다.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나는 태현의 오른손을 끌어당겨,
내 목덜미의 거친 화상 흉터 위로 가져다 댔다.




"세상 사람들이 다 비웃고 괴물이라 손가락질해도...
 나한테는 똑같아. 너랑 나, 그냥 좀 다친 이방인들이잖아."




태현의 손끝에 내 상처가 닿았다.
그 애의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늘 자신을 가두고 괴롭히던 지독한 시선이라는 저주가,
내 손끝에서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며 부서지는 게 전해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 애가 그토록
괴로워하던 오른쪽 뺨의 거친 자국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차가운 그의 피부 위로 내 온기가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태현, 강태현."




기사 제목이나 차가운 모니터 화면 속 박제된 활자가 아닌,
오롯이 지금 내 눈 앞에 숨쉬고 있는 그애의 진짜 이름을
 입술 끝으로 불러주었다.


그 다정한 부름에, 그 애를 옭아매던 숨 막히던 통제와
방황이 거짓말처럼 멈부는 것 같았다.



태현은 무너지듯 내 어께에 이마를 묻었다.

그 애가 평생을 참아온 뜨거운 눈물이 내 얇은 셔츠를
적시기 시작했다.


나는 도망치지 않는 이 아름다운 이방인의 덜덜 떨리는 등을,
더없이 단단하게 안아주었다.




창밖의 빗소리는 여전했지만, 
우리를 가두던 세상의 주문은 이미 완벽하게 풀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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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ORROWXTOGETHER(투모로우바이투게더)

Beautiful Strangers[별의 장: TOGETHER(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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