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eorito, pide un deseo

다섯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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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이야기




고깃 씀.









정국은 피가 고여있는 입술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건드려 본다. 그리곤 피가 묻은 손가락을 보며 중얼거린다.




“…역시 상처도 같이 오는구나.”




현실에서 입은 상처가 꿈속에까지, 우주에까지 딸려 올 줄은 몰랐던 정국. 그리고 우주에는 무언가 다칠 만한 요소가 없기에 피를 난생처음 보는 유성. 그녀는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붉은색의 액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게 뭐야?”




“피.”




“피?”




알파벳 P를 말하는 것일까, 아님 알파벳 P와 발음이 비슷한 것일까, 유성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유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곤 그녀가 아직 이해를 하지 못 했다는 걸 단번에 알아챈 정국은 덧붙여 말한다.




“음, 그러니까 피라는 건 다치면 나오는 거야. 사람 몸속에 있는 거.”




“다치는 게 뭔데? 무슨 느낌이야?”




“다친다는 건 아픈 거야. 가끔씩은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기분이 더러워서 눈물이 나오기도 해.”




“그럼 다친다는 건 나쁜 거네.”




유성은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진 않았지만 말의 어감과 정국의 어두워 보이는 얼굴을 보고서 대충 짐작했다. 다친다는 건 나쁜 것. 정국은 유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건 아니니까 나쁜 거라고 말할 수 있지.




“어떻게 하면 다칠 수 있는 거야?”




“글쎄, 너무 여러가지라 콕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네.”




“그럼 정국이 네가 다친 방법을 알려 줘.”




“…”




정국은 잠시 머뭇거린다. 이게 뭐라고 말하기가 이렇게 힘든 걸까. 유성이 친한 사람이었다면, 나와 오랫동안 봐 왔던 사람이었다면 더 힘들었겠지. 정국은 고민 끝에 입을 연다.




“혹시 형이라는 단어… 알아?”




“형?”




“그럼 가족이라는 단어는?”




“…미안.”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유성은 고개를 푹 숙인다. 정국은 모를 수도 있지라며 떠도는 운석에 앉아있는 유성의 옆에 앉는다.




“너도 시무룩해할 수 있구나.”




“이것도 감정인가?”




“그렇…지?”




유성은 또 다시 얼굴이 밝아진다. 두 눈은 토끼처럼 커지고 금방이라도 오~ 라며 감탄할 듯이 입을 모은다. 벌써 이렇게 많은 감정을 배우게 되다니 신기하다. 유성은 감탄한다.




“그게 그렇게까지 신기해할 일이야?”




라며 정국은 소리를 내며 하하 웃는다. 유성은 그가 왜 웃는지는 몰랐지만 같이 따라 웃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어두웠던 정국의 얼굴이 유성이 덕에 금방 밝아졌다. 별말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만 웃고 가족이라는 단어, 형이라는 단어가 뭔지 알려 줘.”




“음… 그러니까 가족은… 하나뿐인 존재…? 소중하기도 하면서 참 가깝기도 하면서 쉽게 버릴 수 없으면서 또 어쩔 때는 남보다 못한 존재이기도 해.”




“그럼 형은?”




“…가족이야.”




“소중한 존재? 근데 정국 네 얼굴은 전혀 밝아 보이지 않아. 소중한 존재는 좋은 거잖아. 근데 네 얼굴은 어두워 보여.”




“…누군가에게 형은 밉기도 하고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겠지만 나한테는 그냥 증오스러운 존재야. 그러면서도 떨쳐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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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말을 하다 말더니 이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눈물이 글썽이지만 울지 않으려 구태여 아랫입술을 질근 씹는다. 그래도 눈물이 계속 나오려 하자 주먹을 꽉 쥐어 본다. 정국은 상대방이 누구든지 간에 눈물을 보이려 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예전에 눈물을 보였다가 겨우 그런 걸로 우냐며 형에게 맞은 적이 있어서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런 듯하다.




유성은 어딘가 괴로워 보이는 정국을 뚫어져라 쳐다 본다. 정국은 눈물을 참아내느라 유성의 시선을 느낄 새도 없었다. 유성은 그렇게 정국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더니 안아 주었다. 정국은 유성의 갑작스런 포옹에 놀랐지만 이내 그녀의 따뜻한 온기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갑자기 왜 안아 주는 거야?”




“예전에 길을 잃고 우주를 떠돌던 혼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혼이 발작을 일으켰었어. 근데 신이 이렇게 포옹을 해 주더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그 혼이 발작을 일으키는 걸 멈췄어. 내가 갑자기 왜 포옹을 한 거냐며 물었는데, 신이 이렇게 말했어. 따뜻한 온기는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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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아님 유성의 온기 덕에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 것인지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 앞서 말했듯 정국은 형에게 맞고 나서 그 누구에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