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가리고 밝게 웃던 태희는
곧장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창문을 열지도, 시동을 걸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 화목한 둘을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여기서 시동을 걸었다간
태희가 금방 자리를 뜰 게 뻔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보는 태희의 웃음에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멍하니 그 눈웃음을 바라보다
덜컥 하고 열리는 차 문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
“ 너 왜 시동도 안 걸고 있냐? ”
“ 기름 아깝잖아 “
태희가 가고 나서야 시동을 켰다
창문 너머로 비추는 햇살이
모든 것을 노랗게 물들였다
또 그 아이와 있었던 날들이 생각났다

입술을 꾹 깨물고 아무도 못 들을 정도로
아주 작은 한숨을 뱉었다
도로 위로 닿을 듯 말 듯하게 저무는 일몰이
눈을 따갑게 찔렀다
“ 나 간다~ ”
“ 어, 빠이 ”
재형이가 가고 난 후
하루종일 속으로 흥얼거리던 노래를 틀었다
잠깐 편의점에 들러서 저녁으로 때울 푸딩을 하나 살까,
아니면 그냥 간단하게 도시락을 하나 살까 고민하다
편의점 앞에 차를 세웠다

“ 어서오세요~ ”
딸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조용한 편의점에서는 어떤 말소리도 없이
요즘 유행하는 노래만이 흘러나왔다
푸딩과 도시락을 앞에 두고 잠시 고민하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푸딩을 택했다
카운터로 향하던 길에 조그마한 여자와 몸이 퍽 부딪혔다
“ 엇, 어어.. 죄송합니다 ”
익숙한 목소리
후드를 뒤집어쓴 여자는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다
태희였다
품에 과자를 잔뜩 안고 있었다
아는 척을 해야 하나, 아니면 모른 척 지나가야 하나
굳어버린 입을 뻐끔거리기만 했다
“ 오랜만이네, 맨날 나 피해 다니더니 ”

“ 내가 언제 ”
순간 당황했는지 나도 모르게 투박한 말이 먼저 나왔다
태희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싱긋 웃어 보이며
품에 안은 과자들을 카운터 위에 와르르 쏟아냈다
바코드 소리가 끝날 때까지
그 작은 뒷통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 14,700원입니다, 포인트 있으세요? ”
“ 아뇨, 없어요 ”
내 팬티만큼이나 짧은 바지 밑으로
뽀얀 다리가 드러났다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
문이 닫히며 작게 방울 소리가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