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61.
폭염이 끊이지 않는 날씨에 가만 있어선 살아갈 수 없다.
나는 이번 여름을 이겨낼 도구로 각설탕을 선택했다.
1.네모네모




정말인가. 정말 사각턱인가.
내 손에 만져지는 이 각진 것이 사각턱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2.침묵이 금이다.



그래. 사각턱..(울먹)

온종일 거실의 소파 위에 앉아 거울만 보고 있으니 어쩐지 더 우울해진다. 정말 턱 근육이 발달해서 사각턱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몰랑아- 오렌지 주스 먹을래?"
역시 먹을 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때마침 오렌지주스를 두잔 들고 나오는 지민오빠를 향해 환하게 웃어보이다가 얼마안가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지민 오빠."
"으..응?"
"혹시 각얼음 넣었어?"
"아.. 이건."
오렌지주스 안에 버젓이 자리잡은 각얼음을 보니 사각턱의 공포가 다시 떠올라 울상이 되자 지민오빠가 안절부절 못하더니 테이블 위에 오렌지 주스를 내려놓고 내 곁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몰랑아. 정국이가 사각턱이라고 놀린 건.
각얼음을 먹으면 이가 상할 수 있으니까 걱정 되어서 그런 거야."
"이도 상하고 사각턱도 되고.."
내가 우울한 오로라를 풍겨대자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남준오빠가 냉동실에 있는 각얼음을 컵에 가득 담아오더니 입 안에 털어 넣는다.
"우리 돈돈이를 괴롭히는 각얼음은 이 오빠가 다 파괴해주겠어."
파괴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우드득우드득 소리를 내며 얼음을 산산조각내는 남준오빠를 보니 나도 얼음을 먹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나의 몸을 감싸온다. 안 돼. 절대 안 돼. 내 속을 모르는 남준오빠는 다시 입 안에 얼음을 털어넣었고 나는 차마 부서지는 얼음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 방안으로 달아나 버렸다.
ㅇㅇ이가 방 안으로 달아나 버린 뒤 입 안 가득 얼음을 머금고 있던 남준의 앞으로 오렌지 주스를 든 석진이 걸어 나온다.
"꼬맹이 어디 갔어? 오렌지 주스 줘야는데."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이 위태롭던 남준의 입이 기어코 수 많은 얼음 잔해를 뱉어낸다. 덕분에 원치 않는 냉수마찰을 받으신 석진은 가만히 감았던 눈을 뜬다.
"엎드려 뻗쳐."
오늘 기름칠 좀 하자.
뻣뻣히 굳은 몸을 재조립해 재탄생의 기회를 얻은 남준이었다.
방에 들어와서도 계속해서 거울을 들여다 봤다. 아직까진 사각턱까진 아니니까 괜찮겠지? 요즘들어 각얼음 많이 먹었는데 막 자고 일어나면 사각턱이 되어버린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한참 사각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똑똑- 두 번의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윤기오빠가 들어왔다.
"오빠."
"아가, 뭐하고 있었어?"
"거울보고 있었어."
내 침대 위에 걸터앉은 윤기오빠가 내 손에 들린 거울을 본다. 내가 우울한 걸 눈치챈 건지 윤기오빠가 차분한 눈으로 나를 마주본다.
"고민 있어?"
다정한 윤기오빠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무슨 일이냐는 듯 윤기오빠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린다.
"사각턱. 얼음 너무 많이 씹어먹었는데 사각턱 되면 어떡해. 윤기오빠."
나 사각턱 되면 더 못생겨질텐데.
내가 울먹이는 눈동자로 윤기오빠를 바라보자 윤기오빠가 그런 내 고민이 귀엽다는 듯 한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린다.
"아가는 충분히 예뻐."
사각턱은 하루 아침에 되는 거 아니야.
앞으로는 얼음 녹여 먹으면 괜찮아.
"진짜 그럴까?"
내 물음에 윤기오빠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쁜 미소를 짓는다. 어쩐지 윤기오빠 말에 안심이 되는 걸 느끼자 어리광 피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빠아- 나 진짜 사각턱 되는 줄 알고 무서웠어."
칭얼대며 윤기 오빠에게 쪼르르 달려가 안기자 윤기오빠가 커다란 손으로 내 등을 토닥여준다.
"우리 아가 많이 무서웠겠네."
귓가에 나지막히 내려앉는 윤기오빠의 목소리에 난 늘 안심하게 된다. 윤기 오빠 앞에서 나는 항상 어린아이가 되어버리는 기분이다.
윤기오빠와 함께 방을 빠져나오니 모든 사건의 발단인 정국오빠의 모습이 보인다.
"오호- 사각 돼지."
"사각턱 아니야!"
"얼음 사각 돼지."
"아니라고오- 사각턱 안 된다고."
내가 정국오빠에게 달려가서 퍽퍽 소리가 나게 등을 내려치니 정국오빠가 소파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더니 심장을 부여잡는다.
"부디 돼지 뒤짚개로 다가오는 추석 부침개가 창대하리."
부디 추석날까지 내 손이 저 인간을 살려둘 수 있게 관대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