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 confesión romántica de un apuesto demonio zor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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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2500살 여우 요괴 씨는 모든 게 무료했다


말랑공 씀.









   이런 젠장. 미인계가 통하지 않다니. 태형은 처음으로 미인계를 통해 상실감이라는 걸 느꼈다. 어쩐지 시무룩해 보이는 태형을 보고서 연화는 당황스러움을 느끼기는 무슨 자기 할 말만 계속했다. 연화에겐 지금 갑자기 하늘에서 쿵, 하고 떨어진 여우 요괴보다 망가진 화단이 더 중요하기에.




   “이보세요. 그… 여우 요괴 씨. 아니, 내가 지금 말하고도 너무 웃긴데, 여우 요괴라고 하니까 그렇게 믿고 그렇게 부를게요. 아무튼! 제 화단 어떻게 할 거예요? 다 망가졌잖아요.”




   “아니, 아가씨, 지금 화단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 내 얼굴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니 얼굴을 보고서 뭐 까무러치게 놀라야 하나요? 아무튼 제 화단 어떻게 할 거냐구요. 저한테는 지금 화단이 제일 중요해요!!”




   그렇게나 애지중지 가꾸던 화단이 단숨에 무너졌는데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연화는 그에게 잔뜩 화를 냈다. 그러나 그는 내 얼굴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냐며 연화의 화를 더 돋굴 뿐이었다. 사실 여기서 그가 자신의 얼굴에 자신이 있고 미인계에 자신이 있었던 이유는 그의 외모가 그만큼 뛰어난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에겐, 여우 요괴인 그에게는 사람을 홀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이게 무슨 일인가. 그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여우 요괴로서 신에게 특별히 하사 받은, 사람을 유혹할 수 있는 능력이 연화에겐 통하지 않다니. 이 얼마나 인소같은 일인가. 마치 여기에서 그가 ‘나에게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라고 하면서 반해야 할 판이다. 이미 그는 연화에게 반한 듯 싶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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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연화의 화단으로 떨어지기 몇 시간 전. 그는 인간계가 아닌 영계(靈界)라는 곳에서 평소와 똑같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모든 게 무료하기만한 2500살 여우 요괴. 김태형. 자기네 집 마루에 앉아 한숨만 내쉬며 연못을 바라보고 있는 태형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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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또 여기서 멍때리고 있는 거야, 김태형?”




   그는 다름 아닌 정호석. 2600살 이무기이자 김태형의 오랜 벗이다. 서로 개인적인 공간인 집에 마음껏 드나드는 것을 허락할 정도로 꽤나 친한 사이이다. 그래서 역시나 오늘도 호석은 태형의 집에 자기네 집마냥 들어왔다. 태형은 그것을 허락했어서 그냥 어, 형, 왔네요, 라는 방응만 보일 뿐이었다. 호석은 들어오자마자 마루에 앉아있는 태형의 옆에 앉았다.




   “어째 나보다 네가 더 어린데 나보다 더 어른신같냐?”




   “그러게요…… 형은 이 모든 게 무료하지 않아요? 전 너무 지루해서 미칠 것 같은데.”




   “글쎄. 난 그렇게 지루하진 않은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혼들이 영계로 들어오는데 지루할리가.”




   “참, 형은 문지기였지…”




   “응. 오늘은 쉬는 날.”




   태형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며 제 옆에 앉아있는 호석의 무릎을 베고서 누웠다. 호석의 표정은 참으로 언짢아 보였다.




   “그럼 인간계로 한 번 내려가 보는 게 어때?”




   “인간계?”




   “뭐… 가다가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긴 하지만.”




   “인간계라…… 그거 좋은데요?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어요?”




   “간단해. 인간계로 통하는 문으로 가기만 하면 돼. 근데 그 문은 원래 영혼들이 영계로 오기 위해 만들어진 문이라 우리같이 살아있는 요괴가 그 문을 통과하려고 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건 100%로 잃는다는 말이 아니니깐. 저 좀 그 문으로 안내해 줘요, 형.”




   “그래, 뭐. 근데……”




   “네, 형.”




   “내 무릎에서 내려가 주겠니? 나는 남자에게 내 무릎을 내어주는 취미는 없거든.”




   태형이 알겠다고 대답하기 전에 호석은 무릎을 확 빼버렸다. 여우 요괴라서 일반인보다 신체가 튼튼했던 탓에 태형이의 머리는 깨지진 않았다. 그러나 아픔을 느낄 줄은 알았기에 마룻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며 아악 비명을 질러댔다. 사실 비명을 지를 만큼의 아픔은 아니었다. 그저 호석에게 땡깡을 부리고 싶었던 태형의 오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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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머리면서 오버하네.”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