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fiction de SEVENTEEN/S.Coups] Bonita

Episodio 3 - Oppad

"양여주, 다 봤어?"

 

여주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또 들켰다.

또.

 

"아, 저는 그냥—"

"왜 당황해."

 

최승철이 드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주 쪽으로 걸어왔다.

 

그러더니 아무렇지 않게.

여주 머리를 한 번 쓱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냥 나갔다.

여주는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뭐야.'

 

최승철이 문 앞에서 멈췄다.

 

 

 

"같이 가자. 늦었는데."

 

그렇게 나란히 연습실을 나왔다.

캠퍼스가 조용했다.

 

가로등 불빛이 길게 늘어졌다.

여주가 물었다.

 

"왜 이 시간까지 연습해요? 선배."

 

최승철이 앞을 보면서 대답했다.

 

"곧 예선 있어."

"예선이요?"

"응. 전국 대학 밴드 페스티벌."

 

여주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난 부장이니까."

 

최승철이 덧붙였다.

 

"부장이면 제일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다들 집에서도 더 하고 있을 거야."

 

 

여주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최승철 옆모습을 봤다.

진심인 얼굴이었다.

 

"…도울 거 있으면 말해요, 선배. 뭐든 할게요."

 

최승철이 여주를 봤다.

 

그러더니 또.

머리를 한 번 쓱 쓰다듬었다.

 

"알겠어, 여주야."

 

 

그렇게 나란히 걸었다. 어쩐지 손이 닿은 머리가 화끈거리는 느낌이었고, 가로등 때문인지 얼굴은 붉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도울 거 있으면 말해요, 선배. 뭐든 할게요.'

 

그 말을 하고 머지 않아서

정말로 최승철은 뭐든 시켰다.

 

정말로 다 말했다.

악보 출력.

장비 이동.

연습 영상 촬영.

간식 심부름.

그 외 잡다한 것들.

 

 

근데 이상하게,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

같이 밤을 새우기도 했다.

 

 

최승철이 음악 작업하는 걸 옆에서 보기도 했다.

헤드폰 끼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파형을 들여다보는 그 모습.

드럼 칠 때랑은 또 다른 얼굴이었다.

 

그러면서 멤버들과도 친해졌다.

정한은 뭐든 잘 챙겨줬고.

민규는 말이 많았고.

지훈은 과자를 늘 들고 다녔고.

석민은 여주만 보면 장난을 쳤다.

한 달이 그렇게 지나갔다.

 

예선날 여주는 현장에 가지 못했다. 어차피 들어가도 매니저는 밖에서 기다리고있어야했기 때문에, 승철이 그냥 오지 말라고 했다. 시간낭비라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는 대신 발표 당일, 여주는 남들보다 빠르게 연습실에 도착했다.

멤버들도 차례차례 들어오기 시작했다.

 

긴장감으로 깨나 삭막해진 분위기에 중간중간 민규와 석민이 장난을 쳤지만, 이내 분위기는 축 쳐졌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최승철이 들어왔다.

표정이... 이상했다.

시무룩했다.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여주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아. 안 됐나보다.

 

"그… 저…"

 

여주가 뭔가 말하려는데.

최승철이 갑자기 여주를 껴안았다.

 

 

"본선 진출이다아아아!!!"

 

여주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껴안겨 있었다.

 

'어. 어?'

 

최승철이 여주를 놔주더니 바로 뒤따라 들어온 멤버들한테 달려갔다.

 

"됐어!! 우리 됐어!!"

"야아아!!!!"

 

연습실이 폭발했다.

여주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직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방금 껴안겼다.

 

근데 저렇게 신나하는 걸 보니까.

나를 껴안았다는 사실도 잊었겠지.

 

여주는 손을 꼭 쥐었다가 폈다.

그러고는 같이 웃고 기뻐했다.

 

"와아아!! 해냈다!!!"

 

그걸로 됐다.

 

 


 

그날 밤.

동방에서 치킨이랑 맥주를 깠다.

 

최승철이 캔을 따면서 말했다.

 

"진짜 고생했어. 다들."

"형이 제일 고생했지."

"아니야 다 같이 한 거야."

"여주도 고생했어!"

 

석민이 여주한테 캔을 들이밀었다.

 

"매니저님 없었으면 우리 굶었어."

 

여주가 웃으면서 캔을 받았다.

 

짠 !

 

맥주가 맛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민규랑 석민은 소파에 드러누웠다.

지훈은 테이블에 엎드려 잠들었다.

정한만 꾸벅꾸벅 졸며 버티고 있었다.

 

최승철이 밴드부 공식 인스타그램에 뭔가를 올리고 있었다.

 

"올렸다."

 

여주 폰에도 알림이 떴다.

팔로우해둔 밴드부 계정이었다.

열어보니 오늘 찍은 사진이었다.

 

멤버들이랑 여주가 같이 찍은 단체사진.

여주는 잠깐 멈췄다.

 

원래 밴드부 인스타에 여주 사진이 올라온 적이 없었다.

공식적으로는 처음이었다.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던 최승철이 중얼거렸다.

 

 

"…예쁘다."

 

거의 들릴 듯 말 듯.

여주가 고개를 들었다.

 

"네?"

 

최승철이 화들짝 놀랐다.

폰을 내려놓으면서 시선을 창문 쪽으로 돌렸다.

 

 

"아— 아니. 사진이. 잘 나왔다고."

"…아."

"응. 그래. 잘 나왔어."

 

최승철이 캔을 들이켰다.

귀가 빨개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여주는 그냥 넘어갔다.

잘못 들은 거겠지? 정확히 뭐였는지도 모르겠다.

 

머지않아 정한도 픽 쓰러졌다.

최승철이 일어나, 멤버들을 조금씩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일어날 낌새를 보이지 않자, 읏차- 소리를 내며 최승철이 허리를 펴고 여주를 바라봤다.

 

"가자, 여주야. 얘네는 알아서 자고 일어나겠지. 넌 집 가야지."

 

여주는 승철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정확히는 지하철까지만 같이 있었다.

 

아무튼 ㅡ 여주는 빠르게 씻은 후 침대에 누웠다.

폰을 켰다.

 

밴드부 인스타 들어가서 사진을 눌렀다.

단체사진이었다.

 

다들 웃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사진을 살짝 확대했다.

 

최승철.

활짝 웃고 있는 얼굴.

내 곁에서 웃고 있는 최승철.

 

여주 얼굴이 조금씩 붉어졌다.

폰을 탁 껐다.

 

"…아 취했나보다."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눈 앞에서 나와 최승철의 투샷이 아른거렸다.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간다.

 

단지 취기 때문만은 아닐거란걸, 여주는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3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