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fiction de SEVENTEEN/S.Coups] Bonita

Episodio 4 - Mi corazón dio un vuelco

본선이 확정되고 나서부터, 연습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잘 몰랐다.

그냥 다들 열심히 하는구나, 싶었다.

 

근데 날이 갈수록 확실히 느껴졌다.

웃음이 줄었다

장난이 줄었다.

 

연습 중간에 나오던 쓸데없는 농담도, 석민이 치던 허튼소리도 어느 순간부터 뚝 끊겼다.

 

최승철이 달라져 있었다.

 

"석민아, 거기 박자 다시."

 

"정한이 형, 그 부분 한 번 더."

 

"민규야, 베이스 좀 더 세게."

 

말이 짧아지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멤버들은 익숙한 것 같았다.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했다. 저런 최승철을 전에도 본 적이 있다는 듯이.

 

여주는 구석에서 악보를 정리하면서 그 모습을 가만히 봤다.

 

저런 얼굴도 있구나.

 

 

장난치고 웃고 잘 삐지던 최승철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날 연습이 끝나고, 최승철이 여주한테 말했다.

 

"여주야, 오늘 녹음본 파일 정리해서 단톡에 올려줄 수 있어?"

"아, 네."

"빨리 부탁할게."

 

여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그 한 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딱히 나쁜 말도 아닌데, 괜히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

 

그다음 날도 비슷했다.

 

"여주야 악보 아직도 못 찾은 거야?"

"죄송해요, 지금 찾고—"

"빠르게 좀."

 

여주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네." 하고 돌아섰다. 괜찮다, 바쁜 거니까, 예민한 거니까. 속으로 계속 그렇게 말했다.

 

 

그날 오후였다.

연습 중간에 최승철이 드럼 스틱을 탁 내려놨다.

 

"잠깐만."

 

다들 멈췄다. 연습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여주야."

"네."

"아까 부탁한 파일. 지금 하고 있는 거야?"

"지금 하고 있어요."

 

최승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연습 시작하기 전에 미리 해둬야 하는 거 아니야?"

 

 

순간 연습실 안이 살짝 얼어붙었다.

여주는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더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해요."

 

그 말만 했다.

최승철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스틱을 들었다.

 

"계속하자."

 

연습이 이어졌다.

 

여주는 노트북 화면을 봤다. 글자가 이상하게 잘 안 보였다.

눈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어서,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 그냥 타이핑을 시작했다.

 

괜찮아.

바쁜 거잖아.

나 때문에 힘든 게 아니잖아.

 

그렇게 또 속으로 말했다.

괜찮은 척은 원래부터 잘했으니까.

 

 

-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어느 날 연습이 끝나고, 멤버들이 하나둘씩 먼저 나갔다. 여주도 가방을 챙기려는데.

 

"여주야."

 

최승철이었다.

 

여주는 또 뭔가 부탁하려나 싶어서, 가방 끈을 잡은 채로 돌아봤다.

최승철이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요즘 내가 좀 예민했지."

 

예상한 말이 아니었다.

 

"아니에요."

"아니긴."

 

최승철이 피식 웃었다.

어색한 웃음이었다.

 

평소에 환하게 웃던 것과는 달리, 어딘가 민망함이 섞여 있는 얼굴이었다.

 

"미안해, 여주야. 진짜로."

 

여주는 괜찮다고 하려고 했다. 입이 그렇게 움직이려고 했다.

근데 목이 살짝 막혔다.

 

생각보다 그 말 한마디가, 그 사과 한마디가 크게 들렸다.

 

"…괜찮아요."

"안 괜찮았잖아."

"괜찮았어요."

"아니잖아. 표정이 그걸 말해줬어."

 

여주는 시선을 내렸다. 들켰구나, 싶었다. 괜찮은 척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조금."

"알아."

 

 

최승철이 연습실 문 옆 계단에 걸터앉았다. 그러더니 옆자리를 툭툭 쳤다.

 

"앉아봐."

 

여주는 가방을 내려놓고 옆에 앉았다.

계단이 좁아서 어깨가 닿을 것 같은 거리였다.

나란히 앉아서 연습실 바닥을 보고 있으니까 이상하게 좀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최승철이었다.

 

"있잖아, 나."

"....."

"본선 되게 떨려."

 

여주가 고개를 들었다.

최승철이 앞을 보고 있었다. 평소의 그 자신감 넘치던 얼굴이 아니었다.

기대와 두려움이 한 데 섞여있는 얼굴이었다.

 

"우리 부 역사상 처음이잖아, 본선이. 근데 나는 부장이고."

 

잠깐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게 머릿속에서 안 떠나. 잠들기 전에도, 일어나서도."

 

여주는 그 옆모습을 가만히 봤다.

 

그제야 이해가 됐다.

날카로웠던 것도, 말이 짧았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너무 열심히 하고 싶어서.

 

"…잘 할 수 있어요, 선배."

 

최승철이 여주를 봤다. "어떻게 알아."

 

"그냥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열심히 하는 사람이잖아요. 밤에 혼자 남아서 연습하고, 집에 가서도 작업하고. 그런 사람이 못할 리가 없잖아요."

 

 

최승철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러더니 웃었다.

아까 그 어색한 웃음이 아니라, 그냥 평소 그 웃음이었다. 피식 하고 작게 새어 나오는 웃음.

 

"…여주야,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뭐요."

"왜 밴드부 들어왔어? 악기도 못 하면서."

 

여주는 순간 굳었다.

왜 들어왔냐고. 사실 처음부터 대답하기 좀 애매한 질문이었다.

드럼 치는 뒷모습 때문에요, 라고 하면. 분명히 이상하게 볼 것 같았다. 아니, 이상한 게 맞긴 했다.

 

근데.

 

"…드럼 치는 거 보고 싶어서요."

 

 

말이 먼저 나왔다.

 

"드럼?"

"네. 처음에, 문틈으로 봤을 때요.

 

여주는 계단 끝을 봤다. 최승철 얼굴을 보기가 좀 어려웠다. 제 시야에 꼼질거리는 발이 보였다.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그냥."

 

최승철이 아무 말이 없었다.

여주가 슬쩍 옆을 봤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얼굴이었다. 여주는 괜히 말했나 싶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잠시가 지났나,

최승철이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소리도 없이.

그냥 입꼬리가 아주 조금씩 올라갔다.

 

 

어딘가 쑥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한 얼굴이었다.

 

"그래?"

 

딱 그 한마디였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서 손을 내밀었다.

 

"그럼 본선 무대, 제대로 보여줄게."

 

여주는 그 손을 봤다. 잠깐 망설이다가 잡았다.

일어서는 순간, 둘 다 그대로 굳었다.

 

1초.

 

손이 닿아 있었다. 최승철의 손이 생각보다 따뜻했다.

최승철이 먼저 손을 놨다.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계단 쪽으로 올라가려다 딱 멈췄다.

 

"아, 그리고."

 

여주가 올려다봤다.

 

"본선에서 자작곡 하나 할 건데."

"자작곡이요?"

"응."

"어떤 노래예요?"

 

최승철이 피식 웃었다. 뭔가 알고 있는 사람의 웃음이었다.

 

"들으면 알아."

 

그 말만 하고,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여주는 그 뒷모습을 한동안 봤다.

들으면 안다고.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알 수가 없었다.

 

근데 이상하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여주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손을 꼭 쥐었다가 폈다.

손끝에서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