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fiction de SEVENTEEN/S.Coups] Bonita

Episodio 5 - Bonita

드디어 전국 대학생 밴드 본선 날이 왔다.

공연장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여주는 솔직히 좀 놀랐다.

 

전국에서 밴드 좀 한다는 대학들이 다 모이는 자리였다. 관객석이 몇 천 명은 될 것 같은 규모였다.

밴드부 역사상 가장 큰 무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공연 시작까지는 두 시간 남짓 남아 있었다.

멤버들은 각자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한은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고 있었고,

석민은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면서 운지를 연습했다.

민규는 긴장한 티를 안 내려고 괜히 말을 많이 했고,

지훈은 구석에 혼자 앉아서 악보를 들여다봤다.

 

여주는 짐을 정리하면서 바쁜 멤버들 대신 기기나 음향의 상태를 현장 스태프와 함께 체크했다.

20분정도를 끌려다니다 대기실로 들어왔을 때, 최승철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간거지?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대기실 안에 없어 복도로 나와 계단쪽을 향해 걸었다.

복도 끝의 큰 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창 밖으로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최승철은 거기 있었다.

혼자 벽에 기대어. 손에 스틱을 쥐고,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하며.

잠시간 그림같던 풍경을 바라보던 여주가 다가갔다.

 

"선배."

 

최승철이 고개를 들었다.

평소 표정이 아니었다. 딱히 어둡거나 한 건 아닌데, 어딘가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얼굴이었다.

 

"아, 여주야."

"긴장했어요?"

 

잠깐 침묵이 있었다. 최승철이 스틱을 손바닥으로 굴리면서 작게 웃었다.

 

"티 나?"

"조금요."

"에이."

 

그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 원래 이런 거 안 떠는데."

 

여주는 그 모습을 봤다. 그날 계단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잘해야 한다는 게 머릿속에서 안 떠난다고 했던 말.

잠들기 전에도, 일어나서도.

 

"잘 할 수 있어요, 선배."

 

여주는 웃으며 말했다. 최승철은 여주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또 그 말이야."

"또요?"

"저번에도 그랬잖아. 잘 할 수 있다고."

 

여주가 피식 웃었다.

 

"그때도 맞았잖아요."

 

최승철이 잠깐 여주를 보더니, 천천히 웃었다. 긴장이 조금 풀린 얼굴이었다.

 

"…그렇네."

 

삑! 세븐틴팀 대기할게요.

 

무전을 통해 무대 호출이 왔다.

최승철이 몸을 일으켰다. 스틱을 고쳐 쥐면서 복도 안쪽으로 걸어가다가, 딱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잘 봐. 아니, 잘 들어."

 

그 말만 하고 들어갔다.

잘 들으라고? 노래 얘긴가. 한 차례 고개를 갸웃거린 여주가 최승철의 뒤를 따라갔다.

매니저는 무대 옆에서 혹시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무대 옆에 서있어야했다.

 

 

-

 

 

공연이 시작됐다.

첫 곡은 예선에서 준비했던 커버곡이었다. 관계자가 꼭 그 노래는 한 번 해달라고, 대신 두 곡 더 하게 해주겠다고 했던.

우리의 색으로 재해석한 그 노래는 원곡도 좋았지만, 커버 버전도 정말 좋았다. 그리고 분명,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다.

 

어두웠던 무대 위로 조명이 쏟아지자, 멤버들은 무언의 신호를 주고받는다.

최승철이 스틱을 들어 카운트를 쳤다.

 

하나, 둘, 셋, 넷.

 

여주는 그 모습을 무대 옆에서 봤다.

 

저 위의 최승철은, 복도에서 봤던 최승철이 아니었다.

긴장이고 뭐고 없었다.

 

드럼 앞에 앉은 순간부터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스틱이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달라졌고, 땀이 흘렀고, 고개가 박자에 맞게 까딱였다.

 

 

처음 문틈으로 봤던 그 뒷모습이랑 똑같았다.

 

근데 지금은, 그때와 달리 발이 멈춘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빠르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이번엔 외면할 수 없었다.

 

커버곡 두 곡이 끝났다.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려왔다.

괜스레 제 자신이 다 뿌듯했다.

 

마지막 곡에 들어가기 전, 최승철이 마이크를 잡았다.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이 저희의 마지막 곡이에요.

 

"저희가 직접 쓴 곡 하나 할게요."

 

관객석이 술렁였다.

그날 밤 계단에서 들었던 말이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됐다.

 

본선에서 자작곡 하나 할 건데. 들으면 알아.

 

멤버들이 자리를 잡았다. 잔잔한 기타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최승철이 노래를 시작했다.

드럼을 안 치는 곡은 처음보는데. 생각하는 순간, 가사들이 콕콕 귓가에 박혔다.

 

어느 멋진 날에

나에게 짠 하고 나타나선

내 맘을 취하고 시선을 빼앗고 넌 욕심쟁이

 

 

처음 듣는 곡. 처음 듣는 가사.

여주의 눈동자가 떨렸다.

 

'잘 봐. 아니, 잘 들어'

 

복도에서 나누었던 대화.

최승철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발랄하면서도 진심을 눌러담은 편지같은 가사가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혼자 다짐해 나는 너에게

턱 끝까지 차올랐던 그 말을

내일 꼭 하겠어

 

"너 예쁘다"

 

 

여주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노래가 귓속으로 들어왔다. 가사가, 멜로디가, 최승철의 목소리가. 다 한꺼번에 들어왔다.

 

그리고 최승철이 땀을 닦는 척, 무대 위에서 시선을 돌렸다.

 

관객석이 아니었다.

무대 옆이었다.

 

내가 있는 쪽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최승철이 노래를 하면서 여주를 봤다.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딱 그 자리에 고정돼 있었다.

 

저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혔다.

마치 제가 무대를 하는 양, 고르게 들이마시지도 내뱉지도 못했다.

 

귀에 심장이 달린 것처럼 심장소리가 쿵쿵, 바로 옆에서 들린다.

무대 위 소리가 엄청난데, 그것보다 심장 소리가 더 크다.

 

무대 앞의 장치에서 폭죽이 올라오면서, 황홀했던 마지막 곡이 끝이 났다.

관객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멤버들이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오기 전까지,

여주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야아아아 고생했다!!"

"우리 진짜 잘했다!!"

"형 노래 진짜 미쳤어 오늘!!"

 

다들 서로를 끌어안고 난리였다. 정한은 눈이 빨개졌고, 석민은 소리를 질렀다.

민규는 지훈이 어깨를 잡고 방방 뛰었다.

 

그 사이에서 최승철이 나왔다.

 

땀이 흠뻑이었다. 얼굴도, 목도, 셔츠도.

숨을 고르면서 멤버들이랑 잠깐 끌어안다가, 고개를 들어 두리번거렸다.

 

눈이 마주쳤다.

 

최승철이 여주 쪽으로 걸어왔다.

여주는 주머니에서 접어둔 손수건을 꺼냈다. 마지막으로 짐 정리하다가 챙겨뒀던 거였다.

 

최승철이 제 앞에 딱 섰다.

뭔가 말하려는 것 같이 우물거리다 입을 여는 순간,

 

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손수건을 들어서, 최승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그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예쁘다."

 

최승철의 눈이 커졌다.

 

"노래요." 여주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노래 예뻤어요. 진짜로."

 

최승철이 여주를 봤다.

어쩐지 고양된 얼굴이었다. 혹은 발갛게 홍조가 올라왔던가.

비장한 얼굴로 앞으로 다가와 양 팔을 들다가, 멈칫하더니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팔이 반쯤 올라온 채로 멈춰있었다. 땀 범벅인 얼굴로 잠깐 자기 셔츠를 내려다봤다. 어쩐지 머뭇거리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땀이나 냄새를 신경쓰는 것 같지.

 

양여주는 한발자국 다가갔다.

그리고 포옥, 그 품에 안겼다.

 

최승철이 굳었다.

 

1초.

 

잠시가 지나고 승철은 천천히, 두 팔로 여주를 감쌌다.

귓가에 숨소리가 들렸다. 최승철이 조용히 말했다.

 

"…너도."

 

여주가 가만히 있었다.

 

"노래 말고, 너."

 

 

예뻐.

 

폭죽의 소리가 컸음에도, 귓가로 한숨처럼 흩어지는 그 말이 더 선명히 들렸다.

공연장 하늘 위로 불꽃놀이가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불꽃이 계속 터졌다.

 

빨간 것, 파란 것, 하얀 것. 하늘 위에서 퍼졌다가 사그라지고, 또 터졌다.

 

여주는 그 불빛 아래서 최승철 얼굴을 봤다. 환하게 물드는 얼굴. 귀까지 빨개진 얼굴.

 

예쁘다.

 

여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엔 소리 내서 말하지 않았다.

말 안 해도 됐다. 이미 다 알 것 같으니까.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