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ección de cuen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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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篇


다음을 기약하듯 너의 꽃이 지고.


말랑공 씀.




*본 글의 소재는 영광스럽게도 앙미 님께서 주신 소재입니다.




  꿈을 꿨다. 암흑한 우주가 그녀와 나를 품고 있는 꿈을, 그녀가 점점 내게서 멀어지다가 으스러져 가는 꿈을, 그녀를 잡고 싶어 필사적으로 손을 뻗지만 그녀에게 결국 닿지 못 하는 꿈을, 꿨다. 내일은 꼭 오라며 간절히 바랐던 그녀가 꿈속에선 나를 떠났다. 그녀는 내 앞에서 으스러져 갔다. 그녀는 내게 뒷모습만을 보이며 나를 떠나갔다.


  “허억……”


  왠지 숨통을 조여오는 듯한 꿈에 숨을 거칠게 몰아내쉬며 꿈에서 깬다. 내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이게 대체 무슨 꿈이란 말인가. 내 정신은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헤매이고 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오묘하고도 기분이 나쁜 꿈에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시계를 확인한다. 아직 조금 더 자도 괜찮을 시간이지만 기분이 이상해 더 이상 잠에 들지 못 하고 꿈처럼 그녀가 사라져 있을 것만 같아 서둘러 그녀의 병실로 향한다.


  점점 다급해져 가는 나의 발소리. 그 소린 병원 안에서 제법 크게 울려퍼진다. 그래서일까, 간호사 한 분이 내게 다가와 무슨 일 있냐며 묻는다. 하지만 나는 그 물음에 대답을 할 정신도 없고 더욱 불안해져만 가서 간호사분의 물음을 제치고 그녀의 병실로 들어간다. 오열음. 그녀가 있어야 할 병실 안은 텅 비어 있다. 오직 그녀의 온기만이 남은 침대 위에 어느 쪽지와 아네모네, 로즈마리, 민트가 놓여져 있다. 이게 지금 무슨 일인가, 짐작이 되질 않아 눈알만 굴리고 있다. 그러다 그녀의 특이한 글씨체를 담은 쪽지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쪽지를 집어들어 속으로 읊는다.


「김석진 치료사님께.」


「치료사님, 아니, 오빠. 사실 오빠라고 계속 부르고 싶었어. 그리고 나는 오빠가 항상 내가 자기를 편하게 대해 줬으면 하고, 생각하는 걸 알았어. 그런데 그게 참 안 되더라. 이제서야 이 말이 쉽게 나온다는 게 참 신기해.」


「오빠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서, 사소한 것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게 내게는 정말 큰 행운이었어. 그리고 짧지만 긴 시간 동안 오빠라는 사람을 내 마음에 품을 수 있어서, 내 눈에 담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오빠의 아름다운 시간을 나와 함께 해 줘서 정말 고맙고 미안해. 그리고……」


  나는 쪽지를 손에 꽉 쥔다. 그 탓에 쪽지는 구겨지고 만다. 그녀는 마치 어디 먼 곳에 가는 것처럼, 그 먼 곳이 이곳에서는 닿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처럼 글을 써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아니, 제대로 파악하고 싶지 않아 하고 있을 때 간호사가 내게 확실하게 말한다.


  “지금 오열음 환자,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는 바람에 응급실에 계시는데……”


  나의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모든 세상에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다. 하지만 아직 늦지는 않았다는 뜻일 테니, 나는 구겨진 쪽지와 아네모네, 로즈마리, 민트를 쥐고서 응급실로 달려간다. 나의 다급하고도 완강한 발소리가 병원 내에 울려퍼진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된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선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내 시선은 오직 그녀를 향하고 있기에.


  응급실에 다다른 나의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진다. 왠지 무서워져서. 그래도 조그마한 희망을 안고 다가간다. 그러나 하늘은 내 희망을 짓밟듯 내게 절망적인 소리를 들려 준다. 오열음 님, 사망하셨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는다. 급작스러운 그녀의 죽음에 눈물조차 나오질 않는다. 이게 정말 현실인가…? 그녀가 정말로 죽었나…? 더 이상 만날 수 없나……? 현실을 부정하는 물음만 머릿속에서 맴돌 뿐. 나는 갑자기 욱씬거리는 손으로 시선을 옮긴다. 아, 꽃과 쪽지를 너무 세게 움켜쥔 탓에 손에 상처가 나 있다.


  “……열음아.”


  그녀의 이름, 병실 앞에서 계속 되뇌이던 그녀의 이름. 병원에서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그녀가 남긴 쪽지와 그녀가 남긴 꽃들을 되뇌인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오빠라고 불러 주지 못 해서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석진 오빠.」


「추신. 오빠를 사랑하는 오열음이.」


  나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정말 이렇게 끝이라고……? 정말……?


<아네모네_그동안 제 곁에 있어주어 고마웠습니다>


  나는 조용히 흐느끼려 뱉어져 나오는 소리를 구태여 삼켜 보지만 계속해서 새어 나온다.


<로즈마리_아름다운 추억>


  열음아…… 오열음…… 나는 왜 너에게 단 한 번도 사랑한다 말하지 못 했을까…… 이렇게 떠나버릴 걸 미리 알았다면 용기 내어 말할 수 있었을까……? 열음아…


<민트_다시 한 번 사랑하고 싶습니다>


- - -


  오열음. 그녀의 납골당 앞에서 불러보는 그녀의 이름. 그곳은 편안할까, 그곳은 고통이 없는 곳일까, 네가 좋아하는 꽃들이 가득한 곳일까. 궁금한 게 많지만 그녀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나의 마음을 담은, 혹은 그녀의 마음일지도 모르는 물망초와 배꽃을 놓는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알려 주었던, 우리의 마지막 추억을 담은 꽃. 그녀에게 닿을 수 있기를.


꽃은 언젠가 지고 피기 마련_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