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3. 밥 안 먹었다고 대충 넘길 때
두 번째 녹음 날.
윤여주는 전날보다 아주 조금 덜 긴장했다.
아침부터 큐시트 수정하고, 대본 뽑고, 선배한테 컨펌받고, 다시 수정하고.
정신 차려보니 점심시간이 지나 있었다.
배가 고픈지도 몰랐는데, 막내가 자리를 비우면 안 될 것 같아서 어딜 가지도 못함
물배라도 채우고 나가려던 찰나 승민이 문 앞에 서 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승민은 여주를 보고 전날 여주가 한 것 처럼 90도 인사를 함
여주는 자길 놀리고있다는 것 쯤은 알고있지만, 창피함도 없이 90도로 마주 인사를 함.
킥킥거리는 소리에 머쓱하게 허리를 펴면 승민이 질문함
“전 점심 먹고 오는 길인데. 작가님은 밥 드셨어요?”
“아, 그게...."
먹었다고 거짓말이라도 쳐야했는데 순간적으로 대답이 안 나왔다.
승민이 고개를 갸웃 하다가 물어본다.
“뭐 드셨어요?”
“간단하게…”
“간단하게 뭐요?”
“물…?”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가 될 때 쯤,
승민이 터벅터벅 테이블로 다가가 위에 놓여있던 간식을 내 쪽으로 밀었다.
“식당 가서 점심 먹고, 이걸로 당까지 챙기세요."
"아, 감사..."
"작가님 쓰러지면 저 누구랑 일해요, 심심하단 말이에요."
상황4. 칭찬받고 싶어서 계속 눈치 볼 때
오늘 녹음은 꽤 잘 풀렸다.
승민이 멘트 끊는 타이밍도 좋았고, 내가 수정한 문장도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나 오늘 서포트 좀 잘 한듯. 살짝 의기양양해졌다.
승민도 눈치를 챘을까? 눈만 굴려서 쳐다봤는데 눈이 딱 마주쳤다.
"오늘 녹음 잘 됐네요!"
"아, 네네 그러게요!"
그대로 대화 끝. 아, 딱히 알아봐주진 않는건가 보통
기분이 살짝 시무룩해졌을 때 승민이 날 계속 쳐다보고있다가 말을 잇는다.
“오늘 문장도 편했고, 호흡 표시도 어제보다 보기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알아봤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서 큐시트로 얼굴을 가렸다.
승민이 그걸 보고 작게 웃었다.
“이 말 기다리신 거 맞죠?”
“아닙니다.”
“맞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승민이 푸핫 웃으며 대본을 가볍게 흔들었다.
“일 잘하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