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 하고 눈이 떠졌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분명 죽었다.
차가 그대로 들이받았고, 동민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었다.
그런데 눈을 뜨니 또 이 자리였다. 형광등, 스테인리스 벽, 숫자 4가 깜빡이는 표시창. 엘리베이터 안.
'…말도 안 돼. 또야?'
두 번째 때는 그래도 각오라는 게 있었다.
이번엔 정말 생각도 못 했다.
두 번이나 돌아왔다가 두 번이나 죽었는데, 세 번째가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옆을 돌아봤다.
동민이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손으로 벽을 짚은 채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다.
꼭 방금 전까지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가 억지로 끌려온 사람 같은 얼굴이었다.
1회차에서도, 2회차에서도 이 순간 이렇게 흔들리던 적은 없었다.
"…동민 씨, 괜찮으세요?"
동민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초점을 못 잡고 흔들리다가, 겨우 나한테 맞춰졌다.
"…네. 네, 괜찮아요."
대답이 빨랐다.
지나치게 빨랐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닫힘 버튼이 아니라 열림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문이 반쯤 열리자마자, 다 열리기도 전에 그 틈으로 몸을 비집고 나갔다.
뒤도 안 돌아보고 복도로 사라졌다.
평소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혼자 남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목에서 딸깍하는 소리가 났다.
내려다본 순간 숨이 멎었다.
시계 유리가, 금만 가 있던 그 자리가 그대로 완전히 깨져 있었다.
'…세 번째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다.'
이번엔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없는 확신 같은 게 아니었다.
눈앞에 똑똑히 보이는 증거였다.
금만 가던 유리가 완전히 깨졌다면, 더는 돌아올 곳이 없다는 뜻일 터였다.
시계에서 눈을 떼고, 동민이 사라진 문 쪽을 봤다.
검은 점퍼, 헝클어진 머리, 잠이 덜 깬 얼굴.
그 뒷모습이 아직 눈에 남아 있었다.
이 사람은 두 번 다 나 때문에 죽었다.
한 번은 핸들을 붙잡은 채로, 한 번은 나를 끌어안듯 감싸면서.
그 사실이 이제 와서 뼈저리게 고마웠고, 동시에 숨 쉴 때마다 아릴 만큼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엔 숨기지 않고 다 보여 주겠다고, 이미 그렇게 정해 버렸다.
'…근데 왜 저렇게 도망치듯……'
*
당황한 채로 복도로 나갔다.
4층 복도, 왼쪽은 회계사무소, 오른쪽은 BND 리서치.
전부 똑같았다. 똑같지 않은 건 저 사람 하나였다.
사무소 문을 열자 소장님이 서류를 흔들었다.
"다들 왔죠? 마감이 이틀 앞당겨졌어요."
한 글자도 다르지 않았다.
지원 언니도 똑같이 김밥 얘기를 꺼냈다.
세 번째로 듣는 대사들이라 이제는 무섭지도 않았다.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켰다.
거래처 장부, 선일 캐피탈, 2억 4천만 원.
전부 알고 있는 숫자들이었다.
이번엔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다.
혼자서도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알았다.
혼자서, 라는 말이 머릿속에 콱 박혔다.
이번엔 동민한테 내 마음을 숨기지 않을 작정이었다.
좋아하는 마음도, 그를 향한 걸음도.
하지만 이 사건만큼은, 특히 저쪽이 결국 사람까지 건드린다는 걸 아는 이상, 끌어들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두 번이나 같이 있어서 같이 죽었다.
이번엔 혼자 감당하고, 그 사람은 살게 할 작정이었다.
예전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따위의 다짐은 적지 않았다.
이번엔 다른 말이 떠올랐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너를 마음껏 사랑해야지.
숨기지도, 망설이지도 않고. 대신 위험한 건 나 혼자 짊어질게.'
*
점심시간, 복도에서 동민과 마주쳤다. 먼저 웃어 보였다.
"…식사하셨어요?"
동민이 걸음을 멈추지 않고 짧게 답했다.
"…네. 바빠서요."
그러고는 그대로 지나쳤다.
두 번의 생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태도였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걸 깨달았다.
방금 그 말투, 그 거리감. 어디서 본 것 같았다.
바로 나였다. 2회차에서 그를 밀어낼 때 썼던 바로 그 말투.
'…설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우연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이미 분명해진 게 있었다.
이 사람, 뭔가 달라졌다. 적어도 지금까지 두 번의 생에서 알던 동민은 아니었다.
*
오후 내내 신경이 그쪽으로만 쏠렸다.
유리문 너머로 몇 번이나 BND 쪽을 힐끔거렸다.
동민은 책상에 앉아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가끔 손을 멈추고 먼 곳을 보는 표정이, 꼭 뭔가를 버티는 사람 같았다.
퇴근 무렵,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마주쳤다. 둘뿐이었다.
"…동민 씨."
"…네."
"저, 혹시."
물으려던 말을 삼켰다.
'혹시 저 말고 다른 것도 기억하세요'라는 말을, 세 번째 삶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할 수는 없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동민이 짧게 고개를 숙이고 먼저 내렸다.
문이 닫히기 직전, 손목의 시계를 내려다봤다.
깨진 유리 사이로 복도 불빛이 번졌다.
이번엔 정말 마지막일 거라는 확신과, 저 사람도 뭔가를 안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동시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