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안(靑霧)의 소년

7화: 붉은 환영

내 눈이 기이한 어둠에 점차 적응해가면서, 짙은 안개 속을 날카롭게 베어 넘기며 위쪽으로 솟아오른 뼈대 같은 목재 계단의 궤적을 차분히 쫓았다.

계단의 가장 아래쪽 안쪽 칸에 한 조그만 어린 소년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아이가 입은 옷가지라곤 온통 기름때로 얼룩진 누더기 같은 천 조각이 전부였고, 창백한 살결 위에는 천장 보드 틈새로 쏟아져 내린 무거운 회색 먼지 더미가 얇고 빽빽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녹슨 무거운 철사슬이 아이의 작은 발목과 손목을 두꺼운 목재 난간에 단단하게 고정해 묶어두고 있었다. 우리의 부츠가 바닥판을 디디며 낮고 날카로운 삐걱거리는 비명을 내지르는 순간, 아이의 고개가 위로 툭 들렸다. 나를 향해 커다랗게 치켜뜬 아이의 눈동자는 온통 투명하게 일렁이고 있었고, 안에는 숨 막힐 듯 날 것 그대로의 지독한 공포가 서려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한 걸음 내딛었다. 내가 신은 통굽 부츠가 가장 아래쪽 계단판을 디디며 무겁고 규칙적인 쿵 소리를 냈다.

내가 채 단 한 마디의 말도 건네기 직전, 아이를 에워싸고 있던 빽빽하고 무거운 푸른 안개가 순간 사방으로 산산조각 나며 무너져 내렸다. 눈이 멀 정도로 강렬하고 눈부신 진홍빛 섬광이 내 눈앞에서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1초의 찰나 만에, 떨고 있던 조그만 아이의 잔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 위로 완벽하게 자란 한 성인 남성의 선명하고 생생한 환영이 겹쳐 올랐다. 단단하게 단련된 커다란 체구, 커다란 키,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감정을 읽어낼 수 없을 만큼 차갑고 어두운 표정을 지은 남자의 실루엣이었다.

나는 세차게 눈을 깜빡였다. 거칠게 일렁이던 진홍빛 불빛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며 완벽하게 소멸했다. 조그만 소년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저 여린 아이의 모습으로 남은 채, 차가운 목재 난간에 몸을 기댄 채 고요히 떨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숨 가쁜 초조함에 목구멍이 꽉 조여오는 것을 느끼며, 내 뒤편에 서 있던 지석과 다른 대원들을 향해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그저 텅 빈 메인 플로어의 더 넓은 경계 구역만을 무심하게 훑어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내 망막을 사정없이 불태우고 사라진 그 끔찍한 진홍빛 섬광을, 대원들은 완벽하게 보지 못한 채 눈이 멀어 있었다.

나는 묵직하게 얹힌 무언가를 삼켜내듯 마른침을 들이켰다. 방금 본 것이 그저 뒤틀린 대기 기류가 만들어낸 기이한 장난이거나, 지독한 피로가 불러온 기괴한 착시 현상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필사적으로 다독이려 애썼다. 하지만 갈비뼈를 타고 미친 듯이 세차게 요동치는 심장 박동은 내게 그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완고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하부 구역의 배치 구조를 점검하고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는 대원들을 뒤로한 채,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하고 강렬한 물리적 이끌림이 다시금 내 시선을 저 삐걱거리는 계단 위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나는 대원들이 주는 확실한 안전함을 뒤로 남겨두었다. 그리고 푸른 안개가 마치 거대한 장막처럼 점차 더 두껍고 빽빽하게 차오르는 저 위쪽 복도를 향해, 고요히 계단을 딛고 홀로 기어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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