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1)
85화. 3일간의 동거(1)

sophie97
2026.07.29Vistas 36
"훈지씨, 가방 이리 줘요."
나는 그를 뒤따라 가며 말했다.
그는 뒤돌아 보지도 않은 채 대꾸했다.
"당신이 안 따라오면
내 휴대폰에 남아 있는 그 번호로 전화할 거에요.
당신이 나 때문에 한국에 왔고,
지금 나랑 같이 있다고 그대로 말할 거에요.
그걸 원하는 게 아니면 그냥 따라와요."
나는 그의 황당한 협박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선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못 할 것 같아요?"
"훈지씨...정말 왜 이래요?
그런 협박이 어디 있어요."
"협박이요?
당신한테는 지금 이게 협박으로 들려요?
나는 지금 당신한테 간절하게 빌고 있는 거에요."
그의 마지막 말에
나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엘레베이터가 올라 가는 동안
그가 말 없이 내 손을 잡았다.
내가 손을 빼면
그가 또다시 무너질 것 같아
그대로 있었다.
그는 문을 열고
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쪽으로 비켜 섰다.
내가 망설이며 그를 쳐다봤을 때,
그는 일부러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내가 현관 안으로 들어서자
그제서야 그도 따라 들어와
캐리어를 현관 한 쪽에 세웠다.
그리고 천천히 내 어깨를 돌려 세운 뒤 나를 안았다.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나 파리에서 당신이랑 헤어지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냥 위로해 준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이렇게 있어줘요."
그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파리에 있을 때는 아직 줄리앙을 만나기 전이라,
훈지씨를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지금은 줄리앙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손길이 그립고,
그의 품이 따뜻한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훈지씨...나는 호텔로 가는 게 좋겠어요.
여기서 어떻게 지내요?"
"당신이 호텔로 가버리고 연락 안 하면
파리에서처럼 난 또 당신을 놓쳐 버리는 거잖아요.
싫다구요. 그렇게 헤어지기 죽기보다 싫다구요."
"내가 호텔가서 체크인하면 바로 연락할께요.
그러면 되는 거잖아요. 네?"
"그럼 나랑 같이 가서 체크인해요."
"훈지씨랑 같이 호텔에 들어가자는 말이에요?
기사에 나고 싶어서 이러는 거에요?"
"그렇게 할 거 아니면 이 집에서 못 보내요.
나 부상 때문에 3일 동안 휴가에요.
촬영도 못 하니까
우리 온전히 같이 있을 수 있단 말이에요."
그는 말을 마치고 나를 더 꽉 끌어안았다.
"아..."
그는 다친 팔이 아픈지 신음소리를 냈다.
"왜요? 아파요?
이것 좀 놔봐요. 팔에 힘을 주니까 아프죠."
"빨리 대답해요.
나랑 여기서 3일 동안 같이 있겠다고..."
"훈지씨...그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내가 당신을...꼭 되찾을 거에요.
당신은 원래 내꺼였잖아..."
"알았으니까 이제 놔줘요.
꼬맨지 얼마 안 됐는데
그렇게 힘주면 안 된단 말이에요."
그제서야 그는 팔에 힘을 풀고
나를 보고 웃었다.
'나는 이렇게 철없고 어린애 같은 남자가 왜 좋을까...'
웃는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웃고 있는 그를 보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긴장이 좀 풀리자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 지금 엄청 꼬질꼬질하죠?
비행기 안에서 20시간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빨리 씻고 싶어요."
"맞아요. 내가 말은 못 했지만...
지금 엄청 꼬질이에요."
"뭐라구요? 참...나...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렇게 꼬질이가 됐는데..."
"나도 지금 팔 때문에 잘 못 닦아서 꼬질이에요.
괜찮아요.ㅎ"
나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손이 닿는 순간,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아...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뭐가 미안해요?
원래 이런 사이가 우리였어요.
당신이 만나는 그 남자한테 이렇게 해 본 적 있어요?
당신 마음은 아직 나한테 있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훈지씨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줄리앙에게 먼저 이런 스킨쉽을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코난... 나 좀 씻어야겠어요.
훈지씨 침실이랑 욕실 내가 사용 할께요.
그래도 되죠?"
"그 사람이랑 키스도 했어요?" <86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