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37화. 누나

sophie97
2026.07.02Vistas 83
카페 안으로 들어와
한 바퀴 둘러 보니,
누가 훈지씨의 누나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비슷한 이목구비에, 분위기까지 닮아 있었다.
난 그녀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바로 걸어 갔다.
발걸음마저 긴장이 되어,
내가 지금 제대로 걷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마치 인터뷰를 보러 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도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인터뷰를...
그녀도 나를 한 번에 알아 본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유정아 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있는 쪽으로 오시라 해서
번거롭게 해 드렸네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예의 바른 건 가족 내력인가 보네...'
오전에 전화 통화 때도 그렇고,
훈지씨의 누나를 직접 보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나는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마른 침이 계속 넘어가는 게,
내 인생 어느 때보다도 더 떨렸다.
"훈지씨한테 누님이 계신 줄 몰랐습니다."
"아...걔가 원래 말수가 없어서요.
가족 이야기며 사소한 이야기를 잘 안 해요.
그게 우리한테 더 편하기도 하죠 뭐...
저랑은 나이 차이가 좀 나서
다들 제가 훈지 누나라고 하면 놀라요."
"네...
형 이야기는 한 번 들은 적이 있어요."
"네...훈지 형이 한 명 있어요. 우리 둘째...
훈지랑은 완전 딴판이에요.
훈지가 어려서부터 워낙 끼가 있기도 했지만,
연예계로 가게 된 것도
남편이 기획사 쪽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인연이 닿은 거에요.
남편도 훈지 기획사 대표님하고도
형, 동생 할 정도로 친한 사이에요"
'아...그래서 김대표에게 들었다고 하신 거구나...'
이제야 의아한 부분들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남편이 김대표님이랑 만나서 술 한 잔 하다가
선생님 이야기가 나온 모양이에요.
김대표님이 마음에 두고 계신 것 같던데...
그건 알고 계세요?
본인이 힘든 이야기 하다가
훈지 얘기까지 나온 것 같구요."
"네..."
"처음에는 회사에서 훈지 영어 가르치려고
섭외해서 만나신 걸로 들었어요."
"네..."
"처음에 김대표님한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는 말
듣고 정말 기뻤어요.
고생 많이 하셨는데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했는데...
하필...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건 알고 계시죠?"
잠시 머뭇거리던 누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제 말은.. 여러 가지로...
선생님하고 훈지가 쉽지가 않잖아요."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나이 차이가 많은 것 때문에 염려하시는 건지..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그렇고...
지금 한창 활동 잘 하고 있는 애
스캔들 나면 그것도 그렇고...
그리고, 전 무엇보다 김대표님과 연결 되어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어요.
그렇게 오래 함께한 사람들이 선생님 일로
틀어질까봐 그게 제일 걱정돼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말씀이 끝나셨으면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나는 죄인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아니 좀 더 당당하게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네..말씀하세요."
"우선, 나이 차이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
그 부분이 훈지씨와 만나면서 큰 걸림돌이 된다면
그건 주변 사람들이 떼어 놓으려고 하지 않으셔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새는 연상 연하 커플도 흔하긴 하지만
한 두살 차이도 아니고 하니까요..."
"네..그렇게 느끼실 수 있죠.
그런데, 저희는 아직은 그 부분에서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 했어요.
오히려 상대를 더 존중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음 말을 잇기 전에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많이 긴장되시죠?"
내 마음이 이해가 되신다는 듯 물었다.
물 컵을 내 앞으로 좀 더 밀어 주시면서
시간을 주시는 것 같았다.
"저라도 많이 긴장될 거 같아요.
그래서 좀 더 기다렸다가 연락 드릴까도 했는데,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했어요."
"네..."
나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훈지씨 활동에 지장 주지 않으려고 노력 하고 있는데
언제, 어떻게 소문이 날지 모르는 문제라서
저도 조심스럽긴 합니다.
그런데 그건 훈지씨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앞으로 누굴 만나더라도
피할 수 없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건 그렇긴 하죠..."
'나를 이해하고 계시는 건가?'
처음보다는 긴장이 훨씬 덜한 느낌이었다.
"김대표는...
훈지씨 수업을 시작하면서 알게 되긴 했는데,
지금은 저와도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거 잘 알고 있고,
저도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저한테는 훈지씨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서요.
김대표를 배려하느라
훈지씨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네....저한테도 동생이 우선이긴 한데요.."
누님은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시고는
가만히 나를 보시는 것 같았다.
눈을 맞추지는 않았지만
시선이 내게 머무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실은... 남편한테 이야기 듣고
둘 사이를 갈라 놔야지 하는 생각보다는
훈지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궁금한 마음이 더 컸어요.
나오기 전에는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듣고
나이 차이도 많고,
김대표님과 얽혀 있는 것도
좀 내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기는 해요."
"네..."
"우선 솔직하게 얘기해 주셔서 감사해요.
어떤 분인지,
훈지가 선생님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요."
"......"
나는 그제서야 조금 안도가 됐다.
"저는 두 사람이 서로 진심이라면
반대하지는 않을 거에요.
그런데... 다른 가족들은 또 어떻게 생각할지
그것까진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남편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게 된 거지만...
미리 이야기하지는 않을께요."
"네...감사합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다른 가족들이 반대해도
서운해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건 또,
훈지가 본인 역할을 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니까
훈지를 믿어 보세요.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포기할 아이는 아니에요"
'훈지씨는 그런 사람이구나....'
"여사친이랑 썸 타는 거 아니었어?" <38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