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43화. 발단


우리는 영화를 다 보고 나와,

집 근처 공원으로 와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공원 산책을 하기는 처음이에요.

 훈지씨도 새벽 촬영은 많이 해 봤어도

 이렇게 산책하는 건 처음이죠?"





"맞아요.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지 않아요?

 사람도 없고, 가로등 불빛도 운치 있고..."





"네~~졸린 거 빼곤 분위기도 좋고, 낭만적이에요.

 그리고 사람이 없으니까

 이렇게 손잡고 걸을 수 있는 거 완전 좋아!!ㅎ"





새벽 2시에 산책이라니...

하지만 사람이 없어 편하고, 홀가분하기는 했다.





갑자기 울린 휴대폰 알림 소리가

그 평화로움을 깼다.





휴대폰 화면에 '김대표님' 라는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괜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아, 너 혹시 지금 훈지랑 있니?]






[어..맞아..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불안한 마음에 바로 답변을 보냈다.






[직원한테서 훈지가 영어쌤이랑 같이

 극장에 있는 걸 본 거 같다고 연락이 와서...

 둘이 무슨 사이냐고 묻길래...

 진짜 너희 둘인가 확인 먼저 하는 거야.]






[그랬구나...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직원이 훈지 얼굴을 모를 리도 없고,

 너도 아니까 바로 알아 봤겠지..

 그래도....

 자꾸 이렇게 사람들 눈에 띄면 곤란해...

 왜 그런지는 말 안해도 알테고..조심해줘.]







[알았어.. 미안..]







"이 시간에 누구랑 메시지를 주고 받아요?"




 훈지씨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김대표가..."






"대표님이 이 시간에 왜 연락을 해요?"






"아니..그게 아니라...

 회사 직원 분이 우리 둘을 극장에서 봤나봐요.

 알아보고 김대표한테

 둘이 무슨 사이냐고 물어봤대요."






"아....
 
 이 심야 영화를 또 우리 직원이 봤을 줄이야..."






"그러니까요..

 하필 또 이 극장이야...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

 친구가...인스타 보고 남친 생겼냐고 물어봐서

 조심해야겠다 싶었는데

사방에 CCTV가 깔린 느낌이에요."







"괜찮을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훈지씨의 미소가 나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이러다가 사진 찍히거나 소문 나면 어떻게 해요..

 그럴 수도 있다 막연하게 생각은 했지만..

 사실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거든요.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요.."







나는 그의 손을 빼고,

한 걸음 뒤로 빠졌다.






"아니 그렇다고 뭐 이렇게 바로 실행에 옮겨요.."






 "오늘은 그냥 들어가요..."






"앞으로 조심하면 되죠. 별 일 없을 거에요."


 



"그건 우리 바람이죠.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나는 훈지씨 커리어에 방해 되고 싶지 않아요.

 절대로 그런 상황 안 만들 거에요."





나는 갑자기 그 대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섭고 불안해졌다.





훈지씨가 다시 와서 손을 잡았지만,

내 마음이 다시 진정되지는 않았다.






'훈지씨도 불안하겠지..

나를 위해서 아닌 척 하고 있는 걸꺼야...'






"대표님은 내일이나 알려 주지...

 괜히 우리 자기 걱정하게 만드시네."





나는 갑작스런 그의 호칭에 놀라

얼굴을 쳐다봤다.





눈썹을 치켜 세우고, 크게 눈을 뜨는 그의 얼굴 표정이

장난스럽게 느껴져 나도 함께 웃어 버렸다.






'우리가 언제까지나

이렇게 서로를 보고 웃을 수 있을까...'





그 날 밤, 김대표의 메시지 하나로

나는 동화 속 사랑 이야기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잠깐만."


훈지씨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내 앞에 서더니 허리를 감싸 안았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지만 여기 공원이에요."


나는 다가오는 그를 손으로 막았다.







"잠깐만요.. 잠깐만 이러고 있어요 우리..

 그 불안한 마음 내가 없애 줄께요."





끝까지 밀어내면

훈지씨의 마음까지 밀어내는 거라고

오해할까봐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나랑 시작한 거 후회하면 안 돼요. 알았죠?"






"후회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훈지씨 아니에요?"

 나는 이 사랑으로 잃을 게 없지만....

 당신은 다르잖아요."





"왜 내가 뭔가를 잃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렇게 든든한 사랑을 얻었는데?

 베토벤도 못 얻은 사랑을?ㅎ"






"지금 그런 농담이 나와요?"



내가 핀잔을 줬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했다.






"그런데...

 왜 누나 만났다는 말 안 했어요?"






"어? 그건...

 누님이 훈지씨한테 말씀 안 하시고,

 만나자고 하시는 거 같아서요.

 왠지 고자질 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말 안 했어요."






"다음부터는 다 나한테 얘기해요.

 모르고 있다가 다른 사람 통해서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당신이 나한테 고자질 해 주는 게 더 좋아요."





"그렇게 할께요. 그리고 이제 그만 좀 떨어져요."






"오늘 가서 걱정하지 말고 푹 자야돼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주면 놔 줄께요"






"그렇게 할께요.

 훈지씨도 얼른 가요 이제.

 너무 늦었어요."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잘 자라는 그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나는 밤을 꼬박 새우고 말았다.





아침이 되자마자,

나는 김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의 고민을 가장 현실적으로 도와줄 사람은

바로 그였다.






[태형씨, 오늘 시간 되면 잠깐 볼 수 있을까?

 사무실 쪽으로 내가 나갈께.]

 



"나한테 계획이 있어.

 그러니까 꼭 그렇게 해줘.."  <44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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