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27화. 첫 저녁식사

sophie97
2026.09.06Vistas 73
영화사 스태프들은 3층에서 내렸다.
나와 김대표는 15층까지 올라갔다.
훈지 씨까지 불렀다면
분명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될텐데,
신경이 쓰였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일이야…’
“우와… 여기 전망 좋다.
이런 곳은 어떤 여자랑 와 본거야?”
나는 김대표를 놀리듯 말했다.
“아니거든. 나도 처음 와 본 거거든.”
우리는 안내된 창가쪽 테이블에 앉았다.
메뉴를 주문하고,
김대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여자친구라고 소개해서
불편하지 않았어?
이쪽 일 하는 사람들이라 금세 소문날 텐데…”
“여자친구 맞잖아?”
나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아까 보니까 훈지도 부른 것 같던데…
훈지가 그 사람들이 하는 얘기 듣게 될 텐데
괜찮을까?”
“태형 씨.
훈지 씨도 어차피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미리 알게 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신경 쓰지마.”
김대표는 내 눈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렇게 얘기해 줘서 고마워.”
“태형씨. 은근히 쫄보구나?”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태형 씨가 여자친구라고 소개해 줘서
오히려 좋았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훈지 씨와 있을 때는
누구에게도 소개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가 여자친구라고 소개해 준 게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와~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태형 씨가 사주는 거 맞지?”
“아닌데? 나는 너한테 얻어 먹으려고 했는데?”
“그래? 그럼 누나라고 부르면 내가 계산할게.”
“어? 그럼 오빠라고 부르면 내가 사는 걸로!”
“오빠! 잘 먹겠습니다.”
“그래! 꼬맹아~”
“꼬맹이는 뭐야… 닭살스럽게…”
“왜? 연인끼리 애칭 같은 거 있잖아.”
“나보고 꼬맹이라고 부를려고?
남들이 들으면 욕해.
내 나이가 몇 살인데…”
“나한테만 꼬맹이면 되지.”
“나는 그런 거 못 불러줘.
기대하지마!”
“은근히 애교가 없단 말이야…”
“애교 많은 여친을 원한다면 교환해야 돼.
난 그런 타입이 아니거든.”
“알았어. 애교는 포기할게.
대신 교환은 절대 안 해.”
연인이 되고 처음 함께한 저녁 식사였다.
이전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는 전보다 훨씬 다정했다.
‘이런 게 내가 원했던 연애였을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함께 식당에 앉아 저녁을 먹고,
우연히 마주친 지인에게 나를 소개를 해 주고…
특별할 것 없는 일들이었지만
내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일들이었다.
그런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영화사 일도 하고, 번역도 하고
카페 일까지 너무 일이 많은 거 아니야?”
“카페는 알바생이 거의 다 알아서 해 주고…
영화사 일 끝날 때까지는 번역은 안 하려고.”
“각색 일은 해 본 적 없는데 괜찮아?
어렵지 않아?”
“낯설기는 한데…
그래도 처음 해 보는 거라 재미있어.
언제 이런 기회가 또 있겠어?”
“우리 꼬맹이. 하여간 야무져.”
“아…꼬맹이 하지마.
밥 잘 먹었는데 토 할거 같아.”
“싫은데~ 계속 난 이걸로 애칭 부를거야.”
“진짜 왜 저래.”
식사를 모두 마치고
우리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김대표는 조수석 문을 열어 주다가
갑자기 나를 가볍게 안았다.
“정아야…”
“응?”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 지금 너무 꿈같다.”
“왜?”
“네가 내 옆에 있다라는 게 너무 꿈만 같고
행복해….”
“태형 씨가 행복하다니까 나도 좋아…”
나는 그의 행복한 기분을
잠시 그대로 두고 싶었다.
그 때였다.
“유정아!!!”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는 소리에
나와 김대표 모두 깜짝 놀라 서로 떨어졌다.
반대편에서 훈지 씨가 걸어 오는 게 보였다.
그는 곧장 나한테로 오더니
내 팔을 잡았다.
“지금 뭐 하는 거에요?
나랑 얘기 좀 해요.”
김 대표가 훈지 씨를
팔로 막아서며 소리쳤다.
“너야말로 지금 뭐 하는 거야?”
“대표님!
제가 좀 전에 들은 이야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가 들은 그대로야.
정아 팔 놓고 나랑 이야기해.”
“대표님!”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들었다.
“훈지 씨. 언성 낮춰요.
태형 씨. 먼저 가.
내가 훈지 씨랑 이야기할게”
훈지 씨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잖아요.
석달 동안 시간을 가져보자고 당신이 그랬잖아.
그런데 갑자기 지금 뭐 하는 거에요?
사람 바보 만들어요?”
난 훈지 씨 눈을 보면서 대답했다.
“날 바보로 만든 건 당신이야.”
“한 번 실수 같은 거였어요.” <28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