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34화. 누님과의 만남

sophie97
2026.09.09Vistas 110
다음 날 아침,
픽업하러 온 김 대표의 차를 타고
전시회장으로 향했다.
김 대표는 아침부터 신이 난 표정이었다.
"나 그림 보러 전시회 가는 거,
이런 거 태어나서 처음인 거 같애."
"전에 여친들이 이런 거 안 좋아했나보지?"
"지금 유도심문하는 거지?"
"아니~ 그냥 물어보는 거야?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여?"
나는 그의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어떤 화가 그림 보러 가는 거야?
그건 알고 가야지."
"고갱이랑 고흐 전시회인데
그 두 사람이 동시대 사람인 줄 나도 이번에 알았어."
"아, 그래?"
"고흐가 고갱에게 같이 공동체 생활하면서
작품 활동을 해보자고 요청했었대.
그런데 둘이 뜻이 안 맞아서
고갱이 몇 주 만에 나가면서
고흐가 많이 힘들어했나봐.
그 후에 귀도 자르고 정신병원에 스스로 입원했대."
"아... 그런 스토리가 있구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있지?
그 다섯 점이 고흐가
고갱의 작업실을 꾸며주려고 그린 거래."
"아... 이런 걸 알고 그림을 보면
더 재미있겠다."
"태형 씨가 관심을 가져줘서
다행이다..."
"네가 이런 걸 설명해 주니까 나는 너무 좋은데!"
전시회장에 도착한 뒤,
우리는 한참 동안 작품을 감상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정아 씨!! 맞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자,
훈지 씨 누님이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와 함께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자 누님이 내 옆에 서 있는
김 대표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김 대표님도 같이 오셨네요?"
순간 나는 김 대표를 바라봤다.
아마 아직 훈지 씨의 매형에게
나와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는 전시회를 둘러본 뒤,
잠깐 커피를 함께 마시기로 하고
우선 헤어졌다.
나는 김 대표를 보며 낮게 말했다.
"하필이면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되었네."
그리고 확인하듯 물었다.
"태형 씨,
훈지 씨 매형한테 우리 얘기 안 한 거 맞지?"
"어... 얘기하면 누님이 알게 되실 거고...
좀 복잡해질 것 같아서 말씀 안 드렸지."
누님을 뵙고 난 이후에는
그림을 보는 둥 마는 둥 정신이 딴 데 가 있었다.
전시회장 초입에 있는 카페에서 넷이 마주 앉았다.
누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 대표님한테는 잘 된 일이네요.
많이 좋아하셨잖아요."
김 대표는 멋쩍게 웃었다.
"네. 감사합니다."
누님은 이번엔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훈지 열애설,
기사 보고 알았어요."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이 멈췄다.
"선생님과 헤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긴 했는데..."
누님이 잠시 말을 고르듯 뜸을 들였다.
"이렇게 금방...
새로운 열애설이 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러다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혹시...우리 훈지가 선생님한테 실수했거나,
뭐 그런건 아니죠?"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에요. 그런거..."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
"저희 헤어지고 나서 만난 거에요."
누님은 나를 바라보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듯 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헤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님에게서 메세지가 도착했다.
[선생님, 아니 정아 씨.
시간 되실 때 아무 때나 저한테 연락 좀 주세요.
만나서 잠깐이라도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나는 잠시 메세지를 바라보다 답장을 보냈다.
[네. 알겠습니다.
일정 확인하고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누님과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은
김 대표에게 따로 말하지 않았다.
잠시 후 차에 올라타자 김 대표가 물었다.
"우리 어디로 드라이브 갈까?"
"응. 좋아.
너무 멀리는 말고,
가까운 데 가서 바람 쐬고 오자!"
우리는 한적한 호숫가를 찾아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끼고
천천히 산책하며 걸었다.
나는 조금 전 훈지 씨의 누님을 만나고 나서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결국 김 대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형 씨. 그런데..."
그가 나를 바라봤다.
"자기는 내가 훈지 씨랑
그렇게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던 것도 알고
스페인에서 함께 지낸 것도 알면서..."
잠시 말을 멈췄다.
"내가 건넨 말에 어떻게 그렇게 바로 대답을 했어?"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대신 내 손을 잡은 채
묵묵히 걷기만 했다.
한참 후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
"네가 예전에 너를 내 옆에 두고 싶은 건지
내가 네 옆에 있고 싶은 건지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나?"
"응. 기억나."
"그 때는 너를 내 옆에 두고 싶었어.
그러면 내가 빛나 보일거 같더라..
그런데 네가 이번에 나한테 물어봤을 때는
내가 그냥 네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그의 대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게 무슨 말일까...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기도 해.
내가 네 옆에 있고 싶으니까
이제는 다른 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아."
"어떻게 혼자 왔어요?" <35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