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39화. 사랑의 노예

sophie97
2026.09.10Vistas 26
영화사에서 회의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왔다.
밖으로 나오자
건너편 카페에서 훈지 씨가 황급히 뛰어나왔다.
"정말 기다리고 있었던 거에요?"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 정말..."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훈지 씨는 말릴 수가 없구나.'
"오늘만요... 제발..."
"훈지 씨는 뭐 먹고 싶어요?"
"나는 정아 씨가 먹는 걸로
같이 먹을게요."
"그럼... 우리 떡볶이 먹을래요?"
"어! 좋아요."
우리는 근처 떡볶이 집을 검색해
찾아갔다.
"훈지 씨 맵찔이죠?
덜 매운 걸로 시켜야겠다."
"아니에요.
나 맵부심 있는 사람이에요."
"응, 알겠어요.
내가 맵찔이에요."
"어쩔 수 없네...
그럼 내가 양보해야지."
"떡볶이 먹고
나 차 찾으러 가는데 데려다 줘요."
"정말?"
"그래 줄 수 있죠?"
"그럼요.
그런데 왜... 마음이 변했어요?"
"나 이제 훈지 씨를
내 노예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친구는 너무 동급이잖아요?
훈지 씨가 지은 죄가 있는데..."
"노예...요?"
"왜? 싫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노예라니..."
"싫으면 말아요."
"알겠어요...
노예."
우리는 떡볶이를 먹고
차를 픽업하러 출발했다.
날씨는 맑고 청량했다.
오히려 너무 화창해서
마음 한구석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말없이 가는 도중
음악을 틀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뮤지컬 '드라큘라'의
마지막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 가사를 듣는 순간,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랑해요 그대
사랑하기 위해
내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됐죠
사랑만을 위해
살아온 날 위해
당신의 빛을 향해 돌아가요]
훈지 씨는 그런 나를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바라봤다.
"정아 씨.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그는 곧바로 차를 세울 만한 곳을 찾아
급하게 차를 멈췄다.
나는 그 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놓는 그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훈지 씨를 생각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랑하게 될 사람은
이 사람일 거라고.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훈지 씨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마음이 지옥 같았다.
그는 이런 내 마음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가 실수라고 말하는 그 행동으로
내가 얼마나 끔찍한 시간을
보냈는지 알기나 할까.
차가 멈춘 뒤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을 흘리며
나는 그에게 물었다.
"훈지 씨가 내 마지막 사랑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훈지 씨한테는
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고 나니까
너무나 절망스럽고 힘들었어요.
훈지 씨가 그렇게 쉽게 실수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그 때가 자꾸 떠올라요..."
그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 고통을 알아서...
태형 씨를 놓을 수 없어요.
그리고 나는 훈지 씨가 용서가 되지 않아서...
당신 곁으로 갈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냥 나 좀 내버려둬요.
그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나를 고문하지 말아줘요..."
그는 내 눈물을 닦아 주며
나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의 품에서 울었다.
여지껏 참았던 내 감정이
화산처럼 폭발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말없이 공원에 도착해
각자의 차를 끌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에게서 마지막 메시지가 왔다.
[나 때문에 당신이 그만큼 힘든 줄 몰랐어요.
미안하고 또 미안해요.
당신을 놓아 줄게요.]
그날 그를 마지막으로 본 후
1년이 지났다...
"이걸 왜... 태형 씨가 갖고 있어?" <40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