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77화. 충격받은 훈지



훈지 씨와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비가 오면 촬영이 빨리 끝날 수 있어요.

 그럼 집에 가서 저녁 같이 먹어요!!

 비와라 비와라~~~🙏]





[와!! 정말요?

 그렇다면 오늘 저녁은 내가 요리사!!

 제발 비가 와야 할텐데...🥹]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들어갔다.




훈지 씨 형님과 친구가 왔을 때

처참하게 실패했던 파스타와 감바스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그리고 스테이크를 하나 더 추가했다.






내가 잘 하는 요리 중에 하나가 파스타였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요리는 파스타 뿐이다.




집에 와서도 계속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가 올 것처럼 먹구름이 몰려왔다




"대박!! 비 올 거 같애!!"




나는 신이 나서 요리를 시작했다.

정말 마법처럼 비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훈지 씨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촬영장에서 출발해요!!

 1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야호!!!!!!]





그의 신남이 메시지 안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요리가 거의 완성될 무렵,

차가 주차장에 들어왔다는 알림이 울렸다.




그가 들어오기 전에

나는 서둘러 테이블 셋팅을 마쳤다.




나는 현관문 앞까지 나가

엘리베이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프라이즈!!"





"아!! 깜짝이야.

 왜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려요?"






"빨리 들어가봐요.

 내가 막 요리를 끝냈어요."





훈지 씨는 테이블 위에 놓여진 요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시간에 도착해서 다 한 거에요?

 아니면 배달시킨 거에요?"





"내가 오늘 저녁은 요리사한다고 했잖아요.

 그 때 친구랑 형님 온 날은 떨려서

 실수한 거에요.

 내가 유일하게 자신있는 요리가 파스타인데..."





"손 씻고 올께요."





그가 먹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와~~ 진짜 너무 맛있는데요!!

 빈말 아니고 정말로!!"





그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서야

나도 안심하고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거봐요.

 언제 한 번 형님이랑 친구 다시 초대해요.
 
 그 땐 내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테니까!"





그러나 나는 곧 생각을 바꿨다.




"아니야.

 그럼 또 공주님 소리를 들어야 하는구나.

 초대하라는 말 취소할게요."





훈지 씨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둘만의 만찬이 끝나고

훈지 씨가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식탁 위에 놓인 내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아 씨. 전화 왔어요.

 원희...오빠?"




그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오빠?"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휴대폰을 건넸다.




"정아 씨한테 오빠가 있었어요?

 언니밖에 없잖아요?"





"아... 원희 오빠구나..."




나는 나도 모르게 그의 눈치를 살피며

휴대폰을 받아 들고 침실로 향했다.





"왜 여기서 안 받고

 침실로 들어가요?"





"알았어요. 그럼 여기서 받을께요.

 훈지 씨는 빨리 그릇들 식세기에 넣어줘요."




나는 훈지 씨를 등지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정아야."




"응?"





"저녁 먹었어?"





"지금 방금.

 오빠는?"





"나는 오늘 야근이야."





"저녁은 먹고 해야지."




"빨리 끝내고 퇴근하면서 먹으려고.

 그나저나 어머니가 그새 너한테

 찾아가셨더라?"





"어. 맞아.

 오빠 만난 다음 날 카페로 오셨어.

 어머니는 여전히 좋으시더라."




맞은편에서 식세기에 그릇을 넣던

훈지 씨의 손이 잠시 멈췄다.




나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는 여전히 널 예뻐하시지?

 그날 카페 갔다 오시고 나서

 엄청 흥분하셨더라고."





"나도 너무 반가웠어.

 오빠보다 어머니가 더 반갑던데?"





"정아야.

 이번 주 금요일 저녁 때 약속 있어?"





"이번 주 금요일? 아니 괜찮아.

 왜?"





"너랑 같이 저녁 먹으려고."





"아~ 그래. 그러자."




그 순간,

난 훈지 씨가 썼던 각서에

사인을 했던 생각이 났다.



[2. 다른 이성과 단둘이 커피나 식사를 하게 될

    경우에는 박훈지에게 미리 일정과 장소를

     공유한다.]




"잠깐만 오빠!!"




나는 훈지 씨를 힐끗 바라봤다.





"내가 확인해야 할 게 있어서

 내일 정확하게 이야기해 줄께.

 아마도 가능할거야."





"그럼 내일 정확하게 말해줘.

 내가 근처로 마땅한 데 예약해 놓을께."





"응. 알았어.

 빨리 끝내고,

 들어가면서 저녁 챙겨 먹고.

 안녕~"





"아. 깜짝이야.

 여기서 뭐해요?

 식세기에 다 넣었어요?"





훈지 씨는 바로 옆에서

통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지금 통화한 사람 누구에요?

 서로 엄청 다정하네?"





"아...그게...

 첫사랑..."





"뭐라구요?"





"내 첫사랑 오빠라구요.

 첫번째 남자친구요."





순간,

훈지 씨의 손에서 컵이 미끄러졌다.



쨍-



컵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훈지 씨. 괜찮아요?"





그는 더듬거리면서

소파에 가서 앉았다.




"나...나... 지금 진정이 안 돼서."





"물 좀 갖다 줄까요?"




"물... 물 좀..."





나는 재빨리 물을 한 잔 갖다 주었다.

그는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한 잔을 단숨에 비우고도 컵을 내려놓지 못했다.





"이게 그렇게 충격적인 일이에요?

 누가 보면 불륜 현장을 목격한 줄 알겠네.ㅎ"




내가 웃으며 묻자

그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봤다.




나 또한 그의 표정을 살폈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도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훈지 씨.

 이번 주 금요일에 나 원희오빠랑 같이

 저녁 먹고 들어올게요.

 괜찮죠?"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참, 그리고 훈지 씨.

 미겔이 이번 주말에 스페인으로 돌아가잖아요.

 이제 훈지 씨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돼요."





그제야 훈지 씨가 입을 열었다.




"지금 나 충격받은 것 안 보여요?

 이런 때 꼭 그런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그런 이야기?

 별 이야기 아닌데...

 훈지 씨 집으로 가는 건데 무슨..."





"사실 나... 그 얘기를 좀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원희오빠랑 통화하는 소리 듣고

 완전히 결심했어요."





"뭘요?"





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나 이제 매일 이리로 올래요."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시 물었다.




"이리로? 여기로?

 우리집으로?"




나는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좋아요!! 그렇게 해요!!" <78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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