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82화. 복병

sophie97
2026.10.05Vistas 36
다음 날 아침.
훈지 씨는 어느 새 일어나서
대본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대본에 집중하는 사이
아침을 준비했다.
언니가 갖다 준 반찬을 꺼내 놓고
미역국도 끓였다.
오랜만에 훈지 씨와 마주 앉아
먹는 아침이라 괜히 기분이 설레였다.
상을 차리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나는 손을 멈추고
휴대폰을 바라봤다.
원희 오빠 어머니였다.
"어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우리 정아도 잘 잤니?"
"네. 그럼요.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진지는 잡수셨어요?"
"그럼, 나랑 원희 아빠는 벌써 먹었지.
정아 너는?"
"저는 이제 먹으려구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 주셨어요 어머니?"
"정아야~
이번 주에 주중이든 주말이든 아무 때나
나한테 반나절만 시간 좀 내줄래?"
"이번 주에요?"
"어. 나는 아무 때나 괜찮으니까
너 괜찮은 날로 정해서 알려줘.
시간 낼 수 있겠니?"
"주중에는 알바생이 마감할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 물어봐야 해요.
아니면 주말에는 카페 영업을 안 하니까
좀 더 편하구요."
"그럼 토요일에 오후에 나랑 데이트 좀 하자.
괜찮아?"
"네. 이번 주 토요일 괜찮아요."
"제가 어머니 댁으로 모시러 갈게요.
1시까지 가면 될까요?"
"우리 점심도 같이 먹게
그냥 와. 알았지 정아야?"
"네. 어머니. 그럼 토요일에 뵐께요.
안녕히 계세요."
나는 전화를 끊고
수저를 마저 놓았다.
"훈지 씨~ 우리 아침 먹어요!!"
훈지 씨가 게스트룸에서
뿌루퉁한 얼굴로 나왔다.
"누가 들으면 진짜 시어머니랑
통화하는 줄 알겠네.
그 원희 오빠인가 하는 분 어머니시죠?"
"들렸어요?
맞아요. 잠깐 주말에 보자고 하셔서요."
"그 분은 정아 씨를
왜 자꾸 만나자고 하시는 거야?"
"학생 때도 자주 만나 뵙고
밥도 잘 사주시고,
옷이랑 가방도 잘 사주셨어요."
"그러니까 왜요?
아들이랑 연결시키려고 그러셨던 거잖아요."
"에이... 그냥 아들 여자친구고
딸도 없으셔서 그랬던 거 같은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른데...
오버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보셔서
아직 그렇게 보시는 거 같아요.
훈지 씨, 신경 쓰여요?"
그는 대답 없이 식탁 의자에 앉았다.
"너무 자주 만나지는 말아요.
알았죠?"
"알겠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하지만
원희 오빠는 점심마다 카페에 들렀고,
오빠 어머니는 과일이며 케이크를
카페로 보내 주셨다.
그 주 토요일.
어머니와 함께 백화점에 갔다.
식당에 먼저 들러 점심을 먹었다.
잡화관과 여성복 매장에 들려
옷과 가방을 사 주셨다.
훈지 씨의 말을 듣고 나니
괜히 부담스러웠다.
"어머니. 저도 이제 돈 버는데
이런 거 안 사주셔도 돼요."
"아이고~ 얘는 우리가 뭐 남이니?
정아 네가 이러면 내가 너무 섭섭하다."
"너무 감사한데요... 그래도..."
"네가 예쁘게 잘 입으면 나는 그걸로 기뻐.
정아야, 부담 갖을 필요 하나도 없어."
"감사합니다. 어머니..."
나는 어머니와 함께 커피를 마시러
윗층으로 올라갔다.
가는 도중에 어머니의 지인분을 만났다.
서로 인사를 나누던 중
어머니께서 나를 예비 며느리라고 소개하셨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어머니를 체면을 생각해
아무렇지 않은 척 인사를 건넸다.
지인 분이 지나가시고
어머니가 내게 미안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정아야... 나 때문에 당황했지?
미안하다...
저 사람이 평소에 하도
며느리랑 딸같이 지낸다고 자랑해서
내가 좀 샘이 나서 오버했어."
"네... 잘 하셨어요.
다시 뵐 분도 아닌데요 뭘..."
커피까지 마시고 어머니를 댁으로
모셔다 드렸다.
집으로 오는 길에
차 안에서 전화가 울렸다.
"훈지 씨!!"
"정아 씨!
지금 대체 뭐하고 다니는 거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훈지 씨, 지금 화났어요?"
"그럼 화 안 나게 생겼어요?
원희 오빠 어머니라는 사람이
정아 씨를 며느리로 소개하고 다녀요?"
"아니... 그걸 또 어떻게 안 거에요?"
"누나가 백화점에서
어떤 아주머니랑 정아 씨가
지나가는 걸 봤대요.
그 아주머니가 정아 씨를
예비 며느리라고 소개했다는데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이야기에요?"
"훈지 씨.
흥분하지 말고요.
내가 설명할게요."
"그 분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아니 멀쩡히 남자 친구 있다고 했는데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이럴 거면 그 원희 오빠라는 사람도 만나지 말아요."
"훈지 씨.
내 말부터 좀 들어요.
화 내는 건 그 다음에 해도 되잖아요.
아직 내 설명 못 들었잖아요.
그리고, 훈지 씨 누님은 그런 상황을 보셨으면
나한테 먼저 확인을 하시지
왜 훈지 씨한테 먼저 말을 전하셔서
이렇게 상황을 꼬이게 만드세요?"
"지금 이게 누나가 잘못 했다는 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순서가
나한테 확인을 하는게
먼저였다는 거에요."
"나 지금 이동 중이니까
집에 가서 이야기해요."
"훈지 씨. 결국 내 설명은 듣지도 않아잖아요."
[뚜뚜뚜]
"진짜 뭐야?
자기 할 말만 하고.
그리고 훈지 씨 누님은
나랑 왜 이렇게 안 맞는거야?"
"이럴 거면 그 오빠를 다시 만나면 되겠네!!"
<83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