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97화. 미겔과 인연들



지성 씨가 오기 전,

카페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엄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





"어~ 지금은 정아 너 혼자 있는 시간이지?"





"어. 나 보러 온 거야?"





"그럼 엄마가 우리 딸 보러 왔지."





"이리로 앉아. 엄마.

 내가 달달한 커피로 만들어 줄께."



"참, 엄마. 나 카페 내놨어."






"아니,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왜?

 장사가 너무 안 돼?"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번역 일이랑 같이 하려니까 힘들기도 하고."






"그렇긴 하지.

 그래도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그만두면 아쉽지 않아?"






"아쉽긴 한데..."






나는 커피 두 잔을 만들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박훈지는 집에 왔단 간 이후로

 가끔 전화만 하고...

 왜 허락을 받았단 말이 없어?

 금방 허락받아 올 거 같더니만..."






"훈지 씨가 엄마한테 전화했어?"





"어. 안부 전화를 가끔씩 하더라?"





"진짜?"



나는 커피를 내려 놓다가

잠시 멈칫했다.




"잘 보이려고 그러겠지.

 아빠한테도 하는 것 같던데?"





"훈지 씨는 그런 성격이 아닌데...

 잘 보이려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야..."






"그래?

 그럼 우리 정아를 진심으로 생각하나본데...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거야?

 그 집에서는 아직도 반대해?"





"훈지 씨가 설득하고 있다고 했어.

 그런데...

 혹시라도 석달안에 허락 안 해 주시면

 2~3년 정도 다른 나라 가서 살다 오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더라구."





"...그렇게까지 한다고?

 아빠가 이 얘기 들으면 노발대발할 거 같은데..."





"그런데...

 나는 훈지 씨가 그렇게 하자고 하면
 
 그렇게 하고 싶어."




엄마는 아무 말 없이

한참동안 나를 바라봤다.




".... 정아 네가 그 아이를 많이 좋아하는구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딸이 결혼에는 영 관심이 없더니...

 그 아이가 어떻게 했길래 이렇게까지

 변했어? 궁금하네..."





"...실망했어?"





"아니... 엄마는 좋은데?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를

 많이 사랑해 보는 것도 멋진 일 아니야?

 만약에 다른 나라 가자고 하면 갔다와.

 아빠는 엄마한테 맡기고.

 엄마는 너희 둘 응원해 줄께!!"





"엄마..."





나는 잔소리를 들을 각오로 말했다가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대신...

 너무 힘들고 지치면 그 때는 미련없이 놔...

 사랑도 중요하지만,

 네 자존감까지 버리면서 그러는 건

 엄마는 반대니까."





"알았어."





"둘이 지금 너희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거지?"





"눈치챘어?"





"이상해서 그날 화장실 갔을 때

 선반장을 열어봤거든.

 면도기며 칫솔도 하나 더 있길래...

 게스트룸도 잠겨 있다고 하고."




역시 엄마를 속이는 건 불가능했다.




"혹시라도 집에 갔는데 훈지 혼자 있을까 봐

 반찬을 이리로 가져왔어.

 밥 잘 챙겨 먹고.

 엄마는 이제 가 봐야겠다.

 우리 딸!! 힘내!!"





엄마가 떠난 후,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카페를 새 주인에게 양도할

정확한 날짜를 안내받았다.




'일주일이면 정말 얼마 안 남았네...

 미겔이랑 이별이구나.'




현재 작업하고 있는 번역 일도

일주일 정도면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몇 달 간 쉴 수 있다는 게

마음 편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번역 작업을 하던 도중,

카페 문이 열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원희 오빠였다.




"오빠!! 어서와.

 지성 씨. 카푸치노 한 잔 주세요."





"너, 카페 내놓는다는 거 정말이야?"





"지성 씨한테 들었어?"





"어. 네가 여기 있어서 너무 좋았는데...

 갑자기 왜?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응. 그냥 좀 벅찬 느낌이 들어서...

 그래도 내가 그만 둔다니까

 아쉬워헤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분 좋은데?"





"항상 오면 너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따로 보면 되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잖아."





"내가 집으로도 놀러갈께.

 나 앞으로 석달간은 백수거든."





"그래... 쉴 때 마음 편하게 한 번 보자."





원희 오빠가 가고 나서

다시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정아 씨!"





"어머!! 우진 씨!!

 스페인에서 언제 왔어요?"





"서프라이즈!! 입니다.

 한국에서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며칠 나왔어요.

 마침 바쁜 시기가 아니라서요."





"와~~ 이렇게 오래간만에 얼굴 보니까

 너무 반갑고 좋아요!!"





"회사 오자마자 들른 거에요.

 잘 지내고 계시죠?"





"우진 씨.

 저 카페 그만하기로 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우진 씨 얼굴 못 보고

 정리하게 돼서 아쉬웠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왜요?"





"그 때 우진 씨는 봤으니까...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겠죠?

 자꾸 불청객들이 찾아오고,

 내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어서요."




"음... 다시 한국 왔을 때

 미겔이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한데요?"





"상호를 그대로 사용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카페는 그대로 운영될 거에요."





"정아 씨가 있는 미겔과는 다르죠.

 어쨌든 저는 정아 씨가 하는 일을

 늘 응원하는 거 아시죠?"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스페인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 번 인사하러 올게요."





"우진 씨. 아메리카노 가져 가세요.

 이건 반가움의 선물입니다."





"감사합니다.

 참, 스페인에서 사 온 간식들이 있는데

 오늘 깜빡하고 못 가지고 나왔어요.

 가기 전에 꼭 드리고 갈게요!!"





"와~ 기다리고 있을께요."





우진 씨까지 보내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미겔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 기분이라

마음 한구석이 서운했다.




지성 씨가 퇴근하고 나서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스페인으로 떠나던 날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마치 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훈지 씨를 만난 후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 마치 한 순간처럼 느껴졌다.




서운하고 섭섭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때 훈지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세모네모, 목소리가 왜 이리 다운됐어요?"





"카페를 그만 둔다고 생각하니까

 좀 서운하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해요..."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후회하지 않겠어요?"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난 결심한 게 있잖아요.

 훈지 씨의 내조의 여왕 되기!"





"그럼 여왕님께 좋은 소식 하나

 알려드릴까요?"





"뭔데요?"





"아니에요.

 지금 말고 정아 씨 직접 보고 말해 줄래요."





"훈지 씨 언제 오는데요?"





"나 오늘...

 좀 늦게 끝나요.

 아마 새벽 쯤에 들어갈 것 같은데."





"내조의 여왕으로서

 훈지 씨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께요."





"정말? 정말로 안 자고 기다릴 거에요?"





"그렇다니까요.

 내가 말했잖아요."





"그럼 꼭 기다리고 있어요.

 자지 말고!!"




"넵!! 이따 봐요~."




'기쁜 소식이 뭘까?'



은근히 설렜지만,

실망하고 싶지 않아

미리 기대하지는  않기로 했다.




"우와... 훈지 씨한테 드디어 보여줄 수 있다니!!"

<98화 중에서>

Historias populares entre fans de Park Ji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