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산 줄테니까 네가 써. 고작 비 때문에 질질 짜는 보기 싫으니까 뚝 그치고.”
한유민은 정말로 계단에 앉아있는 연준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휙 가버렸다.
“...정말 비 때문이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해준건지…”
***
딩동댕동!
다음날, 1교시 쉬는시간에도 한유민은 교과서를 펼쳐 공부하고 있었다.
연준은 비어있는 그녀의 옆자리에 슬쩍 몸을 집어넣었다.
유민은 눈치채지도 못한채 필기에 몰두해 있었다.
열심히 무엇인가를 받아적는 모습은 평소의 차가운 눈매와는 사뭇 달랐다.
연준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 소리에 놀라 옆을 보고 연준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것을 알아챈 유민의 모습은 영락없는 고양이 같았다.
아마 그때쯤부터였을 것이다.
연준이 유민을 냥아~ 냥아~ 하고 부르며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것은.
물론 유민은 질색했지만, 연준은 그 모습이 귀여워서 계속했다.
***
“야 냥아!”
대답이 없자 최연준은 한 번 더 불렀다.
“한유민-한냥! …저거저거, 한냥이가 아니라 그냥 한량이야, 한량.”
유민은 뒷자리에서 자꾸만 자신을 부르는 연준을 흘겨보았다.
이 녀석이 왜 자신의 뒷자리인건지…
연준은 이때다 싶어 얼른 말을 걸었다.
“너 전교 일등이라매? 나 공부 가르쳐줘.”
유민은 싫다고 하면 그가 끈질기게 부추길 미래가 눈앞에 선해서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아싸!”
마냥 양아치같던 최연준이 어린아이처럼 웃자, 의외로 나쁘지 않다고 유민은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