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bonito esmoquin y un vestido elegante.

#_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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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어. 배불러.

들고 있던 잔을 아무렇게나 옆으로 밀치고 의자 등받이에 고개를 기댔다.

혜리도 젓가락를 내려두고 나를 한참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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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배가부르긴..기지배야..? 너 혼자 지금 몇 병을 마셨는지 알기나 해?

탁-

거의 기계처럼 또 다시 술잔으로 가는 손을 언니가 밀쳐내고 술잔을 치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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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너 안되겠다. 혜리야 얘 집 어딘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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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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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알아, 몰라? 애 상태가 이런데 데려다줘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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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그게..얘가 얼마 전에 이사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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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거기가..어딘지 말을 안 해줘서요.

친한 친구의 집이 어딘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혜리는 잘못하다 걸린 아이같이 눈치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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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혜리야 너희집에 얘 데려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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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저도 지금 룸메이트랑 같이 살다보니까 그게 좀 힘들 것 같아요..

추운 날이다. 여자애라 무사히 집까지 들어가야 그나마 안전한 상황이라 정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혜리는 이미 반대편에 있는 휴대폰을 들고 잠금을 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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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다행히 지문이네요.

잠들어서 미동도 없는 조용한 손가락을 잡아 홈버튼으로 가져가니 어두운 화면에 배경화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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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근데 누구한테 걸어야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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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그냥 최근 통화목록 첫번째로 있는 사람이 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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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우리 빼고.

반대편에서 뒤척거리며 잠둘어 있는 모습이 영 보기에 갑갑한지 정연은 물을 한컵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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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근데 얘는 왜 평소랑 다르게 오버해서 마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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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요새 뭔 일 있는 게 확실한데 말을 안 해.

뚫어지게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정연은 혜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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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이거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30분 전에 부재중 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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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한번 걸어볼까요?

커다란 눈만 끔뻑끔뻑 하는 혜리 대신 정연이 휴대폰을 건네받고 번호를 읽었다.

통화 기록을 보니 아침에 한 번. 그리고 오후에 한 번 통화를 한 기록이 있고

마지막으로 방금 30분 전에 뜬 부재중 기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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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누군지 저장이 안 돼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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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누구지?

꿩이냐 닭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연은 곧바로 그 번호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통신사 연결음이 들리기도 전에 들려오는 상대방의 반응에 정연이 놀라기도 잠시 천천히 지금의 상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지이잉

손에서 진동이 두 번이 채 울리기 전에 발신자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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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여보세요. 야 너 지금 어디야..?

-

'....'

수화기 건너로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자 귀에서 휴대폰을 떼어 통화 시간을 확인했다.

5초. 6초. 통화는 진행중이었다.

다시 전화를 귀에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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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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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여보세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무슨 일 생긴 건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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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누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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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아. 안녕하세요. 저 '-'랑 같은 과 선배 유정연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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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랑 아는 사이세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 너는 나와 어떤 사이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의 사람들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거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수화기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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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다름이 아니라 지금 애가 많이 취했는데 집이 어딘지를 몰라서 혹시 지인이신가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너를 곤란으로 몰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너가 안전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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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남자친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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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네?'

종전의 잠잠한 목소리가 갑자기 유리를 깨는 것처럼 크게 높아졌다.

적잖이 놀랐는지 수화기 건너편에서 헛기침으로 다시 제 목소리를 갖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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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그..러니까 지금 남자친구라는 말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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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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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그래요? 일단 여기 학교 앞이거든요. 와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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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

'그. 혹시 오늘 '-'랑 싸우셨어요?'

내가 뭐라고 말해도 말이 안 되고 설득력조차 없을 게 뻔하다.

그냥 지금 이대로가 나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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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