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 una isla desierta con intenciones asesinas
Capítulo 1. Muerte misteriosa (5)


이날 저녁, 예상한 대로 준휘가 집으로 왔다.

달려왔나 싶을 정도로 숨소리가 거칠었다.

나는 워드프로세서늘 켜놓기만 했을 뿐 한 줄도 쓰지 못한 상태로 이제 막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참이었다.

캔 맥주를 마시기 전에 울었다.

한바탕 울고 났더니 맥주 생각이 났던 것이다.


준휘
"들었어?"

준휘가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지훈
"형사가 왔었어."

내 대답에 준휘는 조금 놀란 것처럼 보였으나 이내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 듯했다.


준휘
"뭐 짚이는 거라도 있어?"


지훈
"그런 건 없지만, 누군가가 그녀를 노렸다는 건 알고 있어."

눈과 입을 동그랗게 뜨고 벌린 준휘에게 그저께 슬기와 나눈 대화를 들려주었다.

준휘도 형사와 마찬가지로 자못 아쉽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준휘
"무슨 방도를 취하지 않았어?"


준휘
"경찰에 신고한다던가?"


지훈
"몰라. 하지만 그녀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

준휘는 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준휘
"그런데 정말 뭐 짚이는 거 없어?"


지훈
"없어. 다만...."


지훈
"....."


지훈
"다만 내가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깨달았어."


준휘
"으음......."

준휘는 낙담한 것처럼 보였다.

낮에 봤던 형사와 똑같은 표정었다.


지훈
"아까부터 쭉 그녀에 대해 생각해 봤어."


지훈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겠더라."


지훈
"우린 둘 사이에 선을 그어놓고, 서로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사귀었던 것 같아."


지훈
"그런데 이번 사건은 그녀의 영역에서 일어난 거야."

마시겠냐고 묻자 준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맥주를 가지러 부엌으로 갔다.

등 뒤에서 준휘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준휘
"그녀가 한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건 없어?"


지훈
"요즘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서."


준휘
"그래도 무슨 이야기든 했을 거 아니야?"


준휘
"설마 만나자마자 곧장 침대로 직행한 건 아닐 거 아니야."


지훈
"뭐, 비슷했어."

그렇게 말하는 사이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이틀 뒤, 그녀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나는 준휘가 운전하는 아우디를 타고 세종시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갔다.

의외로 고속도로가 텅텅 비어 있어 서울에서 그녀의 집까지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집은 주변에 울타리가 쳐져있고 그 안에 넓은 마당이 있는 2층짜리 목조 주택이었는데, 마당은 텃밭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문 옆에서는 예순을 조긍 넘긴 백발의 부인과 키가 크고 마른 남성이 조용히 서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의 어머니와 남동생일 것이다.

조문객은 그녀의 친척들이 절반, 일과 관련된 사람들이 절반정도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출판 관계자들의 모습이 일반인들과 확연히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준휘가 그중에서 아는 사람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슬기의 담당 편집자라면서 준휘는 피부가 밝고 마른 서명호라는 남자를 소개해주었다.


명호
"그런데 놀랄 일이 있어요."


명호
"부검 결과 시체가 발견되기 전날 밤에 이미 살해됐다는군요. 독살이래요."


지훈
"독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명호
"농약의 일종이라더군요. 그걸로 죽인 후 해머 같은 걸로 머리를 내리쳤다고 하네요."


지훈
"......."

무언가가 가슴에 차올랐다.


명호
"그날 밤 단골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는데, 그때 먹은 음식의 소화 상태로 사망 시각을꽤 정확하게 추정했다는군요."


명호
"아, 이런 건 더 잘 아시겠지요?"


지훈
"그럼 추정 시각은 몇 시래요?"

나는 아, 예, 뭐. 하고 애매하게 얼버무린 후 물어봤다.


명호
"10시부터 12시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명호
"그런데 사실 그날, 제가 그녀를 불려내려 했어요. 시간 있으면 한잔 하자고."


명호
"그런데 약속이 있다고 거절하더군요."


준휘
"강슬기 씨가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했다는 거야?"


명호
"그런 것 같아. 이럴 줄 알았으면 누구하고 만나기로 약속한 건지 물어볼 걸 그랬어."


지훈
"경찰에 이야기하셨어요?"


명호
"물론이죠. 그랬더니 형사들도그때 약속한 상대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명호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실마리가 없는 것 같더군요."

분향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이십 대 중반의 남성이 다가와 서명호 씨에게 인사했다.

명호가 그 남성과 인사를 나눈 후 "최근에 강슬기 씨하고 만난 적 없어요?" 하고 물었다.


지수
"네. 그 이후 함께 일한 적은 없어요."


지수
"슬기 씨도 저하고 운이 잘 안 맞는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여자같은 외모를 가진 남성은 생각보다 터프했다.

명호하고는 그리 친하지 않은지 그 정도에서 대화를 마치고 우리에게 살짝 눈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떴다.


지수
"카메라맨 홍지수입니다."

그 남자가 사라진 뒤 명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알려줬다.


명호
"전에 강슬기 씨하고 같이 일한 적이 있죠."


명호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슬기 씨가 기행문을 쓰고, 저 사람이 사진을 찍는 기획이었죠."


명호
"잡지에 연재했는데 얼마 안 가 그만뒀습니다."

그리고 1년 전이었지요, 하고 덧붙였다.

슬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어쩌면 앞으로 그녀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