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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 아, 아아….

쓰러진지도 몰랐다. 그냥, 역한 기운이 올라와서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렸을 뿐이었다. 아직도 코에서는 그 녹슨 쇠 냄새가 흘렀다.

한예화의 정신력이 강해서 망정이지, 내 본연의 상태였으면 지금 정신을 못 차렸을 것이다. 나는 그저 바닥에 엎어져있었다. 혼절하지 않아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진짜… 너무, 너무 충격적이다. 이게 무슨 호러 소설이야? 왜 사람이 뒤지기 직전까지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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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히라이, 미나토자키. 박지민, 이….

나는 물고기마냥 입을 겨우 뻐끔거려서 의사를 전달했고, 히라이와 미나토자키는 서로 무언가를 열심히 얘기하다가 내게 말을 건다.

왜인지 몰라도 갑자기 갈증이 느껴진다. 물, 물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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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자키 사나

예화야. 우선 진정부터 하자. 내가 이대휘 불러올게, 그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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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모모

힐러! 힐러들 모여 봐! 사람이 쓰러져써!

미나토자키는 천천히 나에게 설명을 하고, 히라이는 뛰어다니며 힐러의 역할을 맡고 있는 엑스트라들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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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고맙…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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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모모

이대휘!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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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칼로 난도질당했다고? 누가, 습격이라도 당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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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나와 보렴, 다들.

지원 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잠깐 기다렸다가 말을 꺼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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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예화야, 천천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해보자.

알아야 무슨 말이라도 하죠…. 나는 고개를 몇 번 도리젓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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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냥, 들어가니까, 갑자기 지민이가, 바닥에서, 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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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휘

선생님!

해달처럼 생긴 아이가 뛰어나와서는, 숨을 고르며 김지원 선생님에게 말을 건넨다. 뭐지? 급한 일인가?

나도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이대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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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휘

쟤… 괜찮아요, 어느 정도 피 멎었거든요. 근데 치료는 하루 정도 걸릴 거 같아요. 내일까진 쉬게 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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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왜 다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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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휘

그게,

이대휘는 당황스러운 낯으로 나와 선생님을 번갈아 봤다. 그 뒤로, 김남준이 걸어온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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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자기가 그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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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스스로 한 짓이란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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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마지막으로 만진 물건이… 칼이더라고요. 자기 피가 묻어 있기도 하고요. 무슨 일인진 몰라도, 아이들에게서 격리해 두는 게 나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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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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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아, 예화야.

격리? 물론 본 작에서도 박지민이 진짜 조커처럼 위태로운 사람이긴 했지만, 진짜 이렇게까지 극악적인 사람이 된다고?

김남준은 살짝 고개를 까닥여 나에게 인사하고는, 가만히 주저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 슬픈 목소리로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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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위험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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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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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히라이가 손을 대니까, 머리색이 남색으로 변했어. 위험한 아이인 거 같아, 작금의 상태로 보자면.

히라이 모모는 무슨 캐릭캐릭 체인지마냥, 손을 대면 그 사람의 머리색이 현재 심리상태를 반영하게 나오는 「컬러 체인지 수프」라는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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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서, 함께 지내면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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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아마도.

김남준은 썩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고개를 도리저었다. 원작을 아주 성실하게 깨부수고 있네. 이러려고 고생해서 너마학 썼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흑흑, 하필 나한테 이러냐!

쓰레기 같은 세상! 다 뒤져라! 으아아아아, 이런 세상에 씨발…. 나는 슬슬 뭐라도 보이면 때리고 싶어지는 병이 올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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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예화야, 나는 네가 정국이랑 지내는 편이 좋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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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뭬요?

또 남자야? 여기는 무슨, 룸메이트간에 상호와 보완이 완벽한 겨? 맨날 남녀를 붙여놓으면 애들이 이상한 짓 안 하나? 열여덟에 아주 혈기왕성한 나이인데?

나는 당황스러움에 표정을 힘껏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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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냥 혼자 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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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네가 위험한 것 같아서 말이야. 안 그래도 요즘 진짜 습격이 올 것만 같아서 교장선생님도 걱정하시고 계시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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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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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어쩌면 지민이가 당한 것도 개중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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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선생님. 그건 아니에요, 확실히 그 아이가 잡은 게 맞아요.

지원 선생님은 잠시 머뭇해서 내 눈치를 보더니,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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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그럼 지민이가 습격의 주인공일 수도 있지.

설마! 난 눈이 커지며 아직도 후들거리는 다리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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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정리, 네, 어, 오늘은… 오늘은 알아서 잘 찾아다 잘게요. 네.

순간, 뒤에서 톡톡 두드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느릿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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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예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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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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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아, 지은이가 데리고 가면 되겠구나. 예화는 오늘 지은이랑 방을 같이 쓰렴.

지은? 지은… 어디선가 들어, 아. 이지은!

눈을 크게 떴다. 플러번의 기숙사장, 능력이 굉장히 특별한 사람인 걸로 알고 있는데…. 잘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플러번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분명 이불 안에서 잘 자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 기억이 아니라 확실했다. 나 한예화는 지금쯤 플러번의 방에서 푸욱 자고 있을 것이다.

엑스트라

한예화 씨, 어느 곳이 가장 마음에 드십니까!

그렇다면 이건 역시 악몽인가. 나는 나를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플래시들을 바라보았다.

시발, 이건 또 무슨 개꿈이람.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정리할 참이었는데, 갑자기 내 몸이 멋대로 대답을 감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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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저요? 역시 한국이 최고 아닙니까.

내 한 마디에 수많은 마이크들이 들이밀어진다. 카메라들도 역시 나에게 다가온다.

찍지 마, 썅! 찍지 말라고! 속으로 그렇게 몇백 번을 외치며 햇살 가득한 창문 아래로 눈을 떴다.

이런 개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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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하아아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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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일어났어?

일어나자마자 몹시 상큼한 냄새가 난다. 무슨 냄새더라, 레몬? 라임?

무언가 싶어 살짝 내려다보니, 지은이가 살뜰하게 이불을 개고 있다. …으응? 이불 안 개도 되지 않나. 알아서 개어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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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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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향기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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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아, 맞다.

이지은의 능력은 「프리퓸」이었다. 손으로 십 분 정도 짚고 있는 물체의 향을 기억하여, 그 향을 뿌릴 수 있다.

향기가 뭐가 쓸모있는 물건이느냐고? 그 향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맡는다면, 그 사람은 잠시 동안 극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사람들에게 행복과 긍정을 전해 주는 그런 거지. 물론 자신에겐 전혀 쓸모가 없지만. 그래도 좀 괜찮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적인 사회, 긍정인… 뭐, 그런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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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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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응. 난 괜찮아진… 거 같아.

그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난 최대한 양 볼을 찹찹 때리며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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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좋네. 네 첫 교시는 리플럽과의 합동 수업일 거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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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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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난 고대 문자 반에 들어가야지. 넌… 아마, 포션이었던 걸로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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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고마워. 이만 가 볼게.

나는 자연스럽게 목도리를 두르고서 방에서 걸어나갔다. 그 때, 뒤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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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아참, 네 방. 레임의 오른쪽에서 세 번째 방으로 바뀌었을 거야. 잘 확인해서 들어가. 다른 방에 들어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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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응,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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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어제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거에요. 하지만 오늘도 열심히 수업해봅시다!

박지민, 괜찮아지고 있으려나. 난 깊게 한숨을 쉬었다. 뭐, 지금 이 순간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사실 작금의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것도 몹시 중대한 문제, 옆에 앉은 전정국이 나를 너무 노골적으로 쳐다본다.

…시발, 아니, 쳐다볼 거면 조금이라도 양심 넘치는 사람답게 흘끔흘끔 쳐다봐주면 안되겠니. 그러니까 내가 상당히 부끄럽거든.

나는 약 십 분을 참았다.

올리브처럼 생긴 과일 하나를 으깨 그릇에 넣고, 기름 같은 액체도 하나 그릇에 넣고.

유리 막대로 젓는데….

아 계속 쳐다보냐! 쳐다보지 마! 쳐다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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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숨을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전정국은 엄청 찌푸린 표정이다. 니가 쳐다봐놓고 나를 째려보면 어떡하냐. 어쩌라는 거야!

나는 그 훤칠한 면상에 대고 엿을 날려주고픈 마음을 참은 후, 천천히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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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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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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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허.

앗, 비웃어버렸다. 그럴 참은 아니었는데, 사기캐가 어색하게 뒷머리를 긁으며 하는 말인가 싶어 당황해버려서 나온 행동이었다.

겨우 목소리를 다시 고르고서, 부러 더욱 친절하게 말을 내뱉어주었다. 그러나 이 새끼가 어떻게 나올지가 제일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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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괜찮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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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 내가 너한테 쳐맞아서 날아갔는데 얌전히 가져다놓지도 않았담서?

전정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와 바닥을 몇 초마다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허허허, 시방 나랑 장난허냐.

최대한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 한예화의 몸이니, 무슨 표정을 해도 예뻤다. 000일 땐 풀 메이크업을 해야 여신 소릴 들었는데… 아, 눈물. 눈 앞이 흐려진다. 흑흑, 왜 비교되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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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 뭐 뭘 괜찮다고 묻는 건지 내가 한 번 들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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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박지민이야, 조지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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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둘 다.

왜 이렇게 오늘따라 전정국이 안쓰럽다는 말투를 뿜뿜 뿜어내고 있는 거지, 궁예로 전직을 한 건가?

관심법으로 나의 마음을 언 락! …해버린 건 당연히 아닐 테고, 전정국도 레임이니 나의 비명을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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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흐음.

난 뭐라고 해야 할지 약 십 초 정도 고민했다. 진심으로 십 초. 왜냐하면 나도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잘 몰랐으니.

박지민은 숨을 잘 쉬고 있었다. 피도 멎어있었다. 대신 그 붉고 검은 선들과 액체가 머릿속에 박혀버렸을 뿐이지.

조지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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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뭐, 그래도 니가 도와준 건 맞으니까 뭐라고 하기 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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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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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뭘 해?

전정국은 양 눈을 비비면서 한참을 모른 체 하다, 나에게로 부드러이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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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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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

미친?

유리막대를 쥐고 천천히 솥을 젓고 있던 손이 그대로 굳는다. 이런… 미친? 뭘 미안해? 그 대단한 전정국이?

나는 그 상태로 가만히 있다가, 뭔가가 손에 튀는 것을 느끼고야 정신을 차리고 계속 솥을 저었다.

아, 뜨.

우리는 굉장히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고 남은 수업시간을 끝냈다. 나오는 길에도 한 번 마주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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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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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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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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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그래. 응,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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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이게 무슨 대화야 시발! 할 수 있다면 나미리 선생님의 호박고구마라도 속 시원하게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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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하.

전정국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지금 한 번 더 열을 받는다면, 두피열로 탈모가 될 것만 같은 기분. 아, 박지민 병문안이나 갔다가 갈까. 어찌됐든 조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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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나 때문이니까.

나는 천천히 보건실 쪽으로 등을 돌렸다.

천천히 긴 복도를 걷고 있는데, 익숙한 하얀색 뒤통수가 보인다. 존나 잘생긴 검은색 앞통수도.

미친, 김태형?

그리고 저건 강다다의 시그니처 머리스타일이 틀림없다. 난 살짝 몸을 뒤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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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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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다

하, 한예화잖아?

강다다가 나를 비웃는가 싶더니, 나를 바라보며 팔짱을 껴 보인다. 자세에서부터 당당함이 흘러 넘친다.

아니, 저게? 나는 강다다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뻔뻔함을 차마 버티지 못하고 인상을 극명히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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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다

기대해, 내가 똑똑히 망신을 줄 테니!

윽, 잠깐만. 좀 불안한데. 아냐, 자신감. 자신감. 난 한예화야! 존나 예뻐! 나는 지금 아주, 어! 너무 예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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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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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다

그래, 너 오늘도 전정국이랑 붙어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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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무슨….

야, 조지안한테 쳐맞은 지 하루 지났다 하루! 왜 이렇게 다들 날 물고 뜯지 못해 안달이야! 내가 개껌이야?!

나는 자연스럽게 발을 틀어서 돌아가려고 했다. 병문안은 점심 시간에 가지 뭐, 어쩔 수 없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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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더러운 거 주네. 난 이만 갈게.

천천히 돌아서서 반대방향으로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내 등 뒤로 공책 하나가 떨어졌다.

…강다다가 던진 겨? 그녀의 다음 대사는 이 의문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히 상세했다. 뭐, 짧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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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다

이, 썩을 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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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화

이 칸타타 블랙커피 같은 새끼가 뭐라고? 뭔 년?

올라오는 빡침에 뒤를 돌아보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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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한예화!

늦게 와서 죄송해요ㅠㅠ 오늘은 연재가 더욱 늦었네요. 그래도 일일 일 연재,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 중이에요! 아직은 분위기가 밝은 편이네요 ㅎㅎ

새로운 악녀 다다의 등장이에요! 다다는 정국이를 좋아하면서, 태형이에게도 호감이 있어요. 아마 저 때 태형이에게 열심히 꼬리를 치고 있었겠죠?

오픈채팅 오셔라요. 희희.

그럼 애기님들, 좋은 하루 좋은 오늘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