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 ti otra vez,

Cincuenta y tres. Adiós, mi amor.

스물다섯살. 정호석이 정근수회장과 정민석을 만났다.

스물여섯. 정민석과 정호석이 형. 동생 하며 자주 만났다.

스물일곱.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호석의 말에 민석이 호석에게 아파트를 선물했다.

스물여덟. 민석이 호석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형의 자리에는 욕심이 없다는 그의 말과 달리, 호석에게는 무언가가 자꾸 생겼다.

그렇게 민석과 호석 사이에 벽이 생기고. 호석은 여주에게 비밀이 생겼다.

결혼식날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득한 옛이야기를 보듯 먹먹한 마음으로 여주는 시선속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았다.

우리 여주, 나랑 결혼할 준비 돼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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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준비 돼~쓰!

그랬지. 난 아무것도 모르고 설레기만 했었지.

결혼식이 끝나고 시작된 피로연에서는 서로 축하인사를 받으라 정신이 없었다. 잠시 각자의 지인들과 인사하느라 떨어졌던 순간, 여주의 뒤편으로 호석에게 민석이 다가와 샴페인이 담긴 잔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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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석

결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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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고마워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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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석

행복해라.

짧은 악수와 어색한 웃음. 그게 둘 사이의 전부였다.

정민석도....결혼식에 왔었구나....

둘을 바라보던 시선이 민석이 건네준 샴페인잔을 받는 호석의 손에 집중됐다.

샴페인.

아...! 샴페인!!!!

안돼!!!!! 호석아!!!! 안돼........!!!!

이미 벌어진 일이란걸 알면서도 악쓰듯이 외쳐보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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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아, 신발 좀 갈아신고 올께.

나는 웃으며 돌아서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샴페인을 한 모금 입에 문다.

몇 걸음 멀어졌을때. 기억과 똑같이 그를 부르는 남준의 목소리.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유유히 피로연장을 빠져나가는 민석의 옆으로,

한 할머니가 다급히 뛰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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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아!!!!

그를 붙잡고 오열하는 내 뒤로, 털썩 주저앉은 할머니는. 아마도 아미는.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볼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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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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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바르르 떨리던 눈꺼풀이 스르르 올라갔다.

흐릿하던 초점이 앞에서 바라보는 남자에게 맞춰졌다.

걱정스런 눈동자로 눈물을 닦아주며 바라보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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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제이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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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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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여주는 그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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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이야....?

제이홉과 같은 얼굴. 아니, 원래 자신이 알던 호석의 얼굴.

벌떡 일어나 앉으며 묻는 여주의 모습에 그가. 호석이 푸흐. 웃음을 터트리며 눈물을 마저 닦아주고 부드럽게 머리카락도 정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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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뭐야- 다른 남자 꿈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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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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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그래. 꿈.

한참 멍하게 바라보던 여주는 와락 호석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엉엉 울었다.

보고싶었어ㅡ

보고싶었어 호석아.

꿈이었으면 좋겠다. 정말 모든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네가 정말 내 옆에 다시 돌아온거면 좋겠다.

아이처럼 매달려 목놓아 우는 여주를 호석이 가만히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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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우리 여주. 많이 무서운 꿈 꿨나보네.

귓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잦아들던 울음이 다시 터졌다.

그의 손길이 너무 다정해서.

그의 토닥임이 너무 익숙해서.

그의 품이 너무 따듯해서.

그의 모든게, 너무 현실적이어서. 슬펐다.

누워있는 여주의 주변으로 3명의 남자들이 둘러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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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버님, 들어가세요. 오늘은 제가 있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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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다들...고맙구나.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던 구현의 시선이 여주를 내려다보고 있는 제이홉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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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홉아.

어느새 편하게 부르게 된 구현의 부름에 호석이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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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스케줄도 많은데 짬내서 오지 말아라. 무리하면 몸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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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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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괜찮긴, 쯧. 아이돌이란 놈이 그렇게 다크서클 달고 다니면 인기 떨어지는거 시간문제야.

구현의 말에 제이홉이 힘없이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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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먼저 갈테니까 홉이 너는 남준이 오면 곧장 집으로가서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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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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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신세 좀 지겠네. 민쌤. 여주 잘 부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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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네. 걱정마시고 아버님이야말로 건강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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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허 참. 아들내미가 둘 생긴것 같아서 든든하네. 아니지....김비서랑 남준이까지 넷인가? 하하.

농담같은 말을 읊조리며 구현이 잠들어있는 여주에게로 허리를 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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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현회장

여주야- 아빠 기다린다. 얼른 일어나자.

세상 없을 다정한 목소리로 여주의 뺨을 만져주며 속삭인 구현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 허리를 폈다.

사고를 당하고 삼주째. 기적처럼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여주는 여전히- 잠들어있었다.

여주를 대신해서 석진은 다시 회사의 업무를 도맡아하느라 정신없이 바빴고.

제이홉을 대신해 민석의 처분 및 홉이의 스케쥴까지 조정하느라 남준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구현이 병실을 나가고 나자 윤기가 가방에서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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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이거. 니가 부탁했던 약 성분 조사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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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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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검찰에 넘기면, 충분히 혐의 인정받을 수 있을거다.

제이홉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윤기의 말에 많은것이 담겨있었다.

도대체 당신들은. 몇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그 자리에 오르려는 건가.

대체 돈과 권력. 그게 뭐길래.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그때 병실의 문이 열리며 남준이 굳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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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야, 홉아.

돌아보는 윤기와 제이홉을 보며 남준이 분한듯 주먹을 꾹 쥐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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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정민석......보석 석방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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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뭐?

한숨을 내쉰 윤기는 마른세수를 하며 씁쓸함을 달랬고. 제이홉은.

한참동안 말없이 여주를 내려다보던 홉이 남준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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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남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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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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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나 돈 좀 쓰자.

그의 말에 남준이 픽,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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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네 돈이라니까. 허락맡지 말고 써.

제이홉의 단단한 시선이 남준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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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정민석이 이사로 있는 제이미디어. 주식 사. 최대주주 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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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

제이홉이 남준과 윤기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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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우리가.

얼떨결에 '우리'에 포함된 윤기가 "나도?" 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켜 보인다.

신혼집이었던 그 아파트, 거실 한쪽 벽에 등을 붙이고, 여주는 호석의 어깨에 기대 노을을 보고 있었다.

손을 잡아준 그의 엄지손가락이 말없이 손등을 쓸어내리는 느낌이 좋다.

아마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신혼의 어디쯤에서 이렇게 서로에게 기대서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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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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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응-

그가 가만히 머리를 기대왔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그의 무게에 두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자 호석이도 팔을 들어 내 어깨를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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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노을이, 예쁘다. 너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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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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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응. 예뻐서- 슬프다.

내 말에 그가 어깨를 슬쩍 밀어 나를 일으키고 바라본다.

가만히 바라보며 또 다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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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왜 울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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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아. 내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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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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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나... 나 너를 만나러 갔는데. 분명 처음은 너였는데.

여주는 호석의 얼굴을 보며 입술을 물었다.

처음엔 그 사람한테서 네가 보였는데.

이제는.

너한테서.

그사람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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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나. 다른 사람이 좋아졌어.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여주를 가만히 바라보던 호석이 그녀의 머리 뒤로 손을 가져가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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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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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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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나는 다 괜찮아, 여주야.

알아. 호석아. 알아.

마지막 인사조차 못하고 헤어진 우리기에.

이렇게 너는 나에게 우리의 마지막을 장식해주는구나.

이렇게 위로해주는구나.

착한 너는. 마음까지도 너무 이쁜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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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행복해도 돼,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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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주

....호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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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나는 항상 네 옆에 있을께. 여기서. 너 기다려줄께.

여기. 우리집에서.

멈추지 않는 눈물을 끊임없이 닦아주며 호석이 웃어주었다.

그런 그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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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석

사랑해 여주야. 사랑했어. 아주많이-

응. 응 호석아. 나도. 나도 많이. 정말 많이-

너 사랑했어.

호석의 입술이 여주의 입술 위를 가만히 덮었다.

부드럽고. 따듯하지만.

차가운.

입맞춤이었다.

[작가의 말] 마지막 여주와 호석이 부분 읽으실때,

하진의 -Always be here , BGM으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