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eza vampírica [Temporada 2]
19.



촤아-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는 해변, 태형이 석진을 등에 들쳐매고, 남준과 정국은 서로를 부축하며 거의 쓰러지듯 걸어오고 있다.


김태형 (25)
"여기!! 앉자."

겨우 모래사장에 도달하고, 석진을 조심스래 눕히며 이제 쉬자는 태형의 말에 남준은 정국을 부축하며 앉혔다. 자신보다 더 힘이 없는 것 같은 정국에 대한 배려였다.

사락- 촤악-!

파도가 모래를 쓸어가고, 또 그 파도에 삼켜지는 모래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정신없이 이동하느라 잠시 잊었던 백현이 떠올랐다.

백현이 사라진 자리에 그대로 남은 검투명한 액체에, 그나마 정신이 멀쩡했던 태형은 알 수 없는 공격에 정신을 잃은 석진을 바로 제 등 위로 올렸다. 그러고 정국도 겨우 일으켜 남준과 함께 서로를 지탱하도록 하지.

숨을 최대한 참으라는 몸짓을 전달하고, 바로 현관에 놓인 소독제를 챙겨 밖으로 뛰었다. 사실상 뛰었다는 표현보단 굴렀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급하게 움직였다.


김태형 (25)
"..."


김태형 (25)
"... 다들, 크게 다친 곳은 없지?"


김남준 (27)
"어. 김석진은 아직 안 일어나?"


김태형 (25)
"신경 쓸 일도 많고, 스트레스까지 심해서 체력도 떨어졌는데 갑자기 공격 받아서 정신을 잃은 것 같아. 기다리면 일어날 것 같은데."


전정국 (22)
"아까 우리가 받은 공격은 뭐였을까? 갑자기 빛이 확 들어와서 앞도 하나도 안 보이는데 뭐가 밀치는 느낌까지 났어."


김태형 (25)
"그 상황에서, 백현 씨를 따라갔어야 했나?"


김남준 (27)
"따라가는 방법도 모르는데 어떻게 따라가. 정국이 말대로 갑자기 빛이 들어와서 아무것도 제대로 못 봤잖아."


김태형 (25)
"... 나는 흐릿하게 봤어. 엄청 흐릿하게였지만, 보긴 봤어."


전정국 (22)
"어? 뭐 봤는데?"


김태형 (25)
"... 백현 씨, 엄청 불안한 눈빛이었던 것 같아."


김남준 (27)
"그건 당연하지. 우리한테도 말했잖아,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곧 소환 될 거라고. 시간이 없다고."


김태형 (25)
"근데 그때보다 더했어. 진짜 무슨 새끼 양 한 마리가 도살장 끌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니ㄲ,"


전정국 (22)
"어!! 석진이 형!!"

정국이 움찔대는 석진을 발견하고 태형의 말을 싹둑 잘라먹는다. 태형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좁혔지만, 정국의 말을 입력하고는 벌떡 일어나 석진에게로 성큼성큼 걸었다.


김태형 (25)
"형! 정신이 좀 들어?"


김석진 (27)
"아오, 머리 울려... 크게 말하지 마."


김태형 (25)
"아, ㅇ, 어... 미안."


김남준 (27)
"괜찮아? 아픈 데는 없어?"


김석진 (27)
"어... 괜찮은 것 같아. 근데 다들 평소하고 다르게 왜 갑자기 그렇게 걱정아련 가득한 눈빛이야."


김남준 (27)
"뭐래."


전정국 (22)
"이런 말 하는 거 보니까 정신은 멀쩡한가 보다. 평소랑 똑같이 헛소리를 하네."

한편, 인간세계에서는 갑자기 열이 오른 정한을 구급차에 태워 응급실로 달려가 새벽에서 아침까지 정신없이 보내고 검사와 함께 큰 이상은 없으니 퇴원해도 좋다고 확인을 받은 정한을 데리고 집으로 다시 온 상황이다.

정한이는 뭔가 들어올 질문에 긴장을 한 것 같았고, 그런 모습에 은비, 예원, 빈.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윤정한 (14)
"..."


윤정한 (14)
"... 죄송해요."


황은비 (23)
"ㅇ, 응? 아니! 아니야! 뭐가 미안해, 뭐가."


윤정한 (14)
"그래도... 죄송해요."


문 빈 (23)
"... 윤정한, 우리는 괜찮아. 우리는 야밤에 구급차를 타든, 응급실에 들어가든, 다 괜찮아. 그런데 안 괜찮은 건 너잖아. 왜 갑자기 그렇게 열이 오른 걸까? 응?"


윤정한 (14)
"..."

입을 꾹 다물고 소파 끄트머리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정한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빈이 다시 물었다.


문 빈 (23)
"학교... 힘들었어? 왜, 무슨 일 있었어?"

그리고 순식간에 정한의 울음이 왈칵 터졌다. 그걸 지켜보는 셋 다 멍하니 그런 정한을 지켜보기만 했지. 계속해서 서럽게 울어재끼는 정한을 빈이 서둘러 안아주기 전까지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쾅-!!


백현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태형에게 말한 것처럼 자신은 자신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몰랐고, 자신의 출신이 어딘지도, 어쩌다가 그런 숲에서 살게 되었는지도 몰랐다. 이건 전부 사실이었다.

자유롭게 사용하는 그 능력들은, 백현에겐 모두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여지껏 숲에 들어오는 이도 없었고, 사냥할 생물도 살지 않는 그 숲에서는 사용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냥 먹지 않으며 생활했고, 어쩌다 강을 발견하면 그 물을 떠 마시고, 어쩌다 과일을 발견하면 그걸 또 대충 먹으며 생활했다.

그렇게 적게 먹고도 살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태형의 일행과 함께 얘기를 나눈 그 숲속의 공간. 도망치다 그곳에 들어가자 백현이 안심했던 그 공간은, 백현의 힘을 채워주는 공간이었다.

먹지 않아도, 마시지 않아도 그곳에 들어가면 처음처럼 힘이 돌아왔다.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그랬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고, 생활하게 했는지 백현은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 그냥 그렇게 지냈다.


변백현
"으윽..."

아까 맞은 곳이 쓰라렸다. 솔직히 다른 이들이 맞으면 죽을 정도의 힘이었다. 태형의 경호를 맡던 호석의 힘은, 사라지지 않은 것일까. 여튼, 세게 맞긴 했지만 아직 백현은 버틸 만 하니 괜찮았다.

그렇게 모르겠고, 안 하던 높임말도 호석에게 잡혀온 뒤로는 그의 앞에서만 줄줄 나왔다. "미안해요"를 "죄송해요"라고 구사할 정도로 유창했다.

높임말을 하나도 몰랐던 백현이 이렇게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호석과 저의 위치에 대한 공포심이 대부분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둘은... 주인과 개의 관계였으니까.

그날도 평소와 같이 숲을 헤집으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 백현에게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호석이 그저 외부인이었지. 심지어 그때까지는 자신과 비슷한 생물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으니까.

물론 그 상황에서 공포로 지배된 백현도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이미 블타병의 용액을 뒤집어쓰고, 감염까지 되버린 호석은 더더욱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도 정신줄 꾹 붙들고 근처 강에서 용액들을 씻어내 말끔한 겉모습을 하긴 했지만, 정신은 말끔하지 않았다는 거지.

그런 상태였던 둘은 서로를 공격했다. 백현은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힘을 누군가에게 썼고, 호석은 알 수 없는 힘에 빙의되어 자신이 그동안 쓰지 않았던 강한 능력까지 꺼내들었다.

그렇게 싸운 결과는, 지금 또 감옥에 갇힌 백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얼른 다시 숲으로 돌아가 힘을 얻어야 하는데 그걸 못하게 이번에는 철갑까지 활용해 자신을 여기 가뒀다는 걸, 백현은 아주 잘 알았다.


변백현
"풀어줘요!!"

"..."

그래, 대답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변백현
"... 추워."

알 수 없는 액체들에 흠뻑 적셔지고, 그 위에서 맞고. 백현은 지금 몸 상태가 이상해야 정상이었다.

이 넓은 동굴 같은 공간에, 심지어 이런 감옥까지 있는 공간에 존재하는 이는 지금 호석과 백현 뿐이었다. 하지만 어디에서 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에 한 번은 꼭 누군가가 찾아왔다.

찾아오는 이는 항상 달랐고, 그들은 찾아오면 숨을 참아내다가 이내 검투명한 액체를 뒤집어쓰고 비틀거리며 나갔다. 물론 그 상황은 항상 호석이 주도하는 것 같았고.

백현은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그게 블타병을 감염시키는 행위라는 것을, 백현이 알 리가 없었다. 언젠가 호석이 "블타병"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지, 더 이상의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호석이 언급한 것이니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아니, 나쁜 것일 것이다."라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렇게 상황을 주도하는 호석의 눈은 항상 초점이 없었고, 공허했다는 것도 백현은 몰랐다.

항상 주인과 개의 관계였으니 호석의 눈은 커녕, 백현은 호석의 얼굴도 제대로 한 번 보지 못하였다.

그저 백현의 눈에는 그 끔찍한 상황이 주인이 즐기는 놀이로만 보였다. "블타병"이라는 이름을 가진 게임 같이. 그 주인을 태형의 일행이 애타게 찾고 있고, 그 주인이 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건 전혀 상상치도 못했지.

그냥 백현에게는, 지금 "블타병"이라는 알 수 없는 게임을 즐기는 호석에게 자신이 붙들려 있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


방학에는, 이런 식으로 분량을 조금 늘려볼게요! (저는 3월까지 계속 방학입니다) 저도 쓰다보니 이렇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4100자 정도 썼어요! 다음에는 조금 줄이려 하는데, 혹시 너무 많거나 불편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요즘 알페스 관련 얘기도 많이 나오던데, 정말 간단하고 쉽게 말하면 알페스는 실존 인물끼리 엮는 BL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수위) 저는 BL물 쓰지도 않고, 수위도 선 지키니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애초에 다른 빙의글 앱보다 연령대가 낮은 팬플러스는 오지 않을 것 같네요^^ 자신의 작이 BL이나 수위글만 아니면 괜찮아요. 그러니까 너무 마음 졸이지 말기!
